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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구제역 청정지역 29년' 어떻게 사수하나

송고시간2016-01-1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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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만·농가 차단 방역 강화에 유사시 가축 반입 금지

제주공항 구제역 예방 비상
제주공항 구제역 예방 비상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전북 김제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방역당국이 긴급 살처분과 방제활동에 돌입한 가운데 13일 오후 제주공항에 도착한 항공기 승객들이 방역설비를 통과하고 있다. 2016.1.13
jihopark@yna.co.kr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전북 김제의 한 돼지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자 자치단체마다 이를 차단하기 위한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구제역으로 전국이 몸살을 겪고 있지만 제주는 30년 가까이 구제역 청정지역을 유지하고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제주는 1988년 이후 돼지콜레라는 물론 돼지전염병인 오제스키병, 구제역이 단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은 전염병 청정지역이다.

1997년부터 돼지콜레라와 오제스키병에 대한 백신 미접종 정책을 시행해 1999년 12월18일 돼지전염병(콜레라, 오제스키) 청정지역임을 전 세계에 선포했다.

2001년 5월 30일에는 국제기구인 프랑스 파리에 있는 세계동물보건기구(OIE)로부터 구제역 청정지역으로 인증받았다. 당시 OIE의 청정지역 인증은 국가단위로만 이뤄졌으나 지역단위로 인정한 사례는 제주도가 처음이었다.

2003년 12월에는 소 결핵 및 브루셀라 전염병 청정지역으로, 2009년 12월에는 뉴캐슬병 청정지역으로 인증받았다.

이처럼 제주가 주요 전염병에 대한 무공해 청정 이미지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었던 데는 섬이라는 지역적 특수성과 구제역 차단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민관이 함께 철저한 방역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과 '제주특별자치도 반·출입 가축 및 그 생산물 등에 관한 방역 조례'에 따라 다른 지역에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할 경우 가축과 고기, 비료 등 관련 부산물에 대한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 제주지역의 가축도 반출을 금지한다.

제도적으로 구제역이 제주로 유입돼 번질 수 있는 일차적 요인을 원천 차단하는 셈이다.

이외에도 공항과 항만, 관광지 등을 대상으로 2차 저지선을 만들어 구제역 차단에 만전을 기한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사람과 차량, 수하물 때문에 발생할지 모르는 구제역 방역을 위해 제주공항에 자동 소독기인 '무화 분무 소독기', 공기를 내뿜어 먼지 등을 털어내는 '에어 샤워기', 수화물에 자외선을 쬐어 소독하는 '자외선 소독기', 축산인용 소독 장비인 '개인 전신 소독기'를 배치해 운영하고 있다.

도착장 바닥 곳곳에는 소독발판을 깔아 여행객의 신발을 통해 구제역이 전파될 가능성까지 차단한다.

제주도 구제역 예방에 비상
제주도 구제역 예방에 비상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전북 김제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방역당국이 긴급 살처분과 방제활동에 돌입한 가운데 13일 오전 제주항을 나서는 차량이 방역초소를 지나고 있다. 2016.1.13
jihopark@yna.co.kr

제주항에서는 분무 소독기와 차량 소독기, 가축운송차량 방역용 분무 소독기, 개인 전신 소독기, 소독 발판으로 방역하고 있다.

특히 제주를 방문하는 축산 차량과 축산 관련인이 도축장이나 가축 농가 등을 방문할 때에는 동물위생시험소에서 운영하는 거점 소독시설을 거쳐 소독을 받고 소독 필증을 받도록 한다.

제주도는 소·돼지 등 우제류 사육장 주변에 있는 올레길 코스에 대한 출입을 통제하고, 설이나 추석 등 명절에는 수만명의 관광객과 귀성객이 몰려 구제역을 옮길 가능성에 대비해 될 수 있는 대로 축산농가의 친인척 고향방문을 자제하라고 요청하고 있다. 도민은 물론 관광객들도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

제주에는 1988년 이후 구제역이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2011년부터는 소와 돼지에 구제역 예방백신 접종을 하며 방역을 더욱더 강화하고 있다.

제주의 돼지 사육농가는 구제역 차단을 위해 백신 접종을 바랐지만, 소 사육농가는 백신을 접종해도 다시 구제역에 걸리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효과가 불확실할 뿐만 아니라 백신 접종 부작용 등을 우려해 백신 접종을 반대했다.

또 OIE에서 정하는 구제역 청정지역 인증을 유지하려면 백신 또한 사용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백신을 접종하게 되면 제주도의 청정 축산 이미지가 타격받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 당국은 구제역이 유입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 있어 가축 농가와 고심 끝에 백신을 접종키로 결정했다.

구제역이 발생해 가축을 매몰할 경우 화산지형이라는 특성상 침출수가 식수원인 지하수로 곧바로 스며들 수 있기 때문에 '2차 피해'가 다른 지역보다 클 수 있었다.

제주에 구제역이 발생하면 축산물 매출 감소와 관광 침체 등으로 지역경제에 연간 1조1천800여억원의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제주발전연구원의 연구 결과도 당시에 나왔다.

현재 제주에는 1천300여 농가가 소와 돼지 등 우제류 가축 59만2천212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김창능 제주도 축산정책과장은 "제주는 지금까지 구제역이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은 명실상부한 구제역 청정지역이지만 중국 등 해외는 물론 타 시·도로부터의 방문객 등 인적·물적 교류 증가로 질병 발생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구제역 청정지역 유지를 위한 방역 시책에 적극 협조해 줄 것을 바랐다.

◇ 구제역이란

소, 돼지, 염소, 양, 사슴처럼 발굽이 2개로 갈라진 동물(우제류)에 발생하는 제1종 법정가축전염병이다. 입 등에 물집이 생기고 유량(乳量)이 급격히 감소하며 심하게 침을 흘리고, 보행 이상 증상을 보이는 게 특징이다. 전염성이 강해 세계동물보건기구(OIE)도 가장 위험한 A급 질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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