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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제도·안일한 관리…민낯 드러낸 아동보호체계(종합)

송고시간2016-01-18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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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결석 학생 출석 독려 안 해도 명확한 처벌 규정 없어교육부 "장기결석 아동 관리매뉴얼 신학기 전까지 개발"

허술한 제도·안일한 관리…민낯 드러낸 아동보호체계(종합) - 2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초등생 시신 훼손 사건은 우리 사회가 아동학대 범죄에 얼마나 둔감했고 무력했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

울산·칠곡 계모사건 등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와 교육당국은 재발 방지 대책을 서둘러 내놓았지만 반복되는 참극을 막지 못하고 있다.

4살 아동의 평균 몸무게에 불과한 11살 소녀가 아버지의 학대를 피해 맨발로 필사의 탈출을 하고, 1학년 초등학생이 장기결석하다가 4년만에 훼손된 시신으로 발견되는 등 어른의 무관심 속에 우리 아이들에 대한 사회안전망은 위협받고 있다.

아동학대가 반복되는 가장 큰 이유는 허술한 제도와 안일한 아동관리로 압축된다.

우선 장기결석하는 학생을 찾아 나서고 출석을 독려해야 하는 학교와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로 치부되고 있다.

출석 독려 의무를 다하지 않아도 명확한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A군 사건에서도 부천시 원미구 심곡3동 주민자치센터는 장기결석 중인 A군의 소재를 파악해 달라는 학교 측의 요청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아 부천시가 18일 감사에 착수했다.

A군의 어머니 B(34)씨가 경기도 부천의 집에서 인천으로 이사하면서 이미 숨진 아들과 2살 아래인 딸을 한 세대원으로 함께 전입신고했지만 일선 자치단체는 이를 전혀 알아챌 수 없었다.

어머니 B씨는 숨진 아들을 전입신고까지 하고서도 평소에는 슬하에 딸만 둔 것처럼 행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의 여동생이 2014년 입학한 인천의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입학할 때 제출한 가정환경조사서를 보면 부모와 딸로 구성된 3인 가족으로 기재돼 있다"고 말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초등학생이 정당한 사유 없이 7일 이상 결석하면 학교가 해당 학생의 부모에게 출석 독려서를 보내고 이를 거주지 읍면동장에게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읍면동장은 다시 출석을 독려하고 이 사실을 지역교육청에 통보해야 한다.

그러나 무단결석 일수가 90일이 넘으면 장기 결석 아동으로 분류, 정원외로 관리한다. 장기결석 학생에 대한 관리시스템이 사실상 90일까지만 작동한다는 의미다.

힘겹게 부모와 연락이 닿는다 하더라도 부모가 학교 측의 출석 독려를 무시하면 학교 측으로서는 학생을 다시 학교로 데려올 강제 수단이 없다.

담임교사는 친권자가 아니어서 실종 신고를 접수할 수 없고 장기결석 사실만으로는 경찰에 신고할 명분이 약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학교 측은 A군 어머니에게 아들을 학교로 보내라고 했지만 어머니는 "앞으로 집에서 교육하겠다"며 학교 측 요구를 묵살했다.

이런 문제점이 지적되자 정부는 교사도 실종신고 의무 직군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교육 일선에서는 법이 개정돼도 아동학대를 원천적으로 막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을 것으로 우려한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대와 관련한 명백한 증거 없이 아이가 오랫동안 결석한다는 사실만으로 경찰에 신고하긴 사실 쉽지 않다"며 "만일 신고했는데 경찰 수사결과 학대가 아닌 것으로 결론난다면 교사는 해당 학부모의 엄청난 질책에 시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결석 학생 부모에 대한 처벌 규정도 외국보다 너무 가벼워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자녀를 학교에 안 보내는 부모에게 교육청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 중 하나가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지만 현재까지 부과 사례는 단 1건도 없다.

대다수 국가는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부모를 형사입건할 수 있도록 법 제도를 갖추고 있다.

일례로 미국은 학부모가 상담에 불응하면 경찰에 고발하는 학부모 소환제를 운영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장기결석 아동 관리와 아동학대 예방 대책을 더욱 철저하게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신학기 전에 의무교육 미취학자와 장기결석 아동 관리매뉴얼을 개발하고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 장기 결석 학생에 대한 안전 확인이 책임 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도 실종 신고 의무직군에 유치원과 초·중등학교 교직원을 포함, 아동학대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의 아동학대 근절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in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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