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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히터 작품 뒷면을 확인한 이유? 고유번호가 있으니까"

송고시간2016-01-2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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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거장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전작도록 저자 디트마 엘거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작품 뒷면을 왜 확인하느냐고요? 리히터는 1960년대 후반부터 자신의 작품에 번호를 부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식별을 용이하게 하기도 하고 관리가 쉽도록 하기 위함이었죠."

독일을 대표하는 현대미술의 거장이자 생존작가 중 가장 비싼 작가로 꼽히는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전작도록(카탈로그 레조네)을 집필한 디트마 엘거는 22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작가의 작품 뒷면을 확인하는 이유를 묻자 '번호' 얘기를 꺼냈다.

"리히터 작품 뒷면을 확인한 이유? 고유번호가 있으니까" - 2

엘거는 이날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아트북과 카탈로그 레조네의 현재-출판, 연구, 디지타이징과 아카이빙'이라는 주제의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행사를 주관한 예술경영지원센터는 그에 대해 리히터의 최고 권위자로 6권의 카탈로그 레조네를 집필했으며 리히터가 작품 뒷면에 쓴 고유번호를 알아보고자 캔버스 뒷면을 확인했던 까닭에 '뒤를 확인하는 남자'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소개했다.

엘거는 '게르하르트 리히터 카탈로그 레조네: 캔버스 뒷면, 리히터의 고유번호를 따라가다'라는 제목의 콘퍼런스 발제문에서 "리히터는 언제나 자신의 예술작품을 나열하고 목록을 작성하고 자료를 보관하는 것에 흥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리히터는 1962년 제작한 작품 '탁자'(Tisch)를 1번으로 시작해 가장 최근에 제작한 추상회화 작품은 940번으로 지정했다"며 "48-1, 2, 3과 같이 하위 번호로 분류된 작품도 포함하면 리히터의 작품은 3천개 이상"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리히터와의 인연이 어떻게 시작됐느냐는 질문에 "함부르크대학 재학 시절 리히터에 대한 자료를 조사하고 연구하면서 작가와 교류했다"며 졸업 후 작가의 전시 도록 작업 등을 돕게 됐다고 말했다.

리히터는 어떤 작가냐는 질문에 엘거는 "매우 어려운 질문"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리히터는 권위 있는 인터넷 미술매체 아트넷(Artnet)이 2011년 1월∼2014년 8월 열린 경매 집계 결과 총 낙찰액 8억5천888만달러(2014년 10월 당시 약 9천134억원)로 1위를 차지했던 작가다.

1958년생인 엘거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인 리히터와 일하게 된 건 대단한 일이라면서 리히터의 작품 안에는 그만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요소들이 있다고 말했다.

1984년부터 리히터의 아틀리에 서기로 일한 그는 드레스덴 국립미술관의 리히터 아카이브 디렉터로서 리히터의 전작도록을 연구, 제작하고 있다.

엘거는 카탈로그 레조네에 대해 "작품 거래를 위한 도구이자 연구를 위한 자료이기도 하며, 전시에서만 볼 수 있는 일부 작품이 아닌 미공개작까지 수록해 작가의 작품세계를 총체적으로 알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순한 기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시 기록, 소장자, 관련 문헌 자료 등이 기본적으로 꼭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그는 앤디 워홀의 작품을 예로 든 뒤 해당 작가의 작품이 얼마나 많은지는 물론이고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 전체적으로 작품세계는 어떠한지 카탈로그 레조네를 보면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카탈로그 레조네에 포함되면 작가 작품의 진위가 입증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벌어진 위작 논란 얘기를 꺼내자 그는 미술계에서 진위 문제는 "항상 일어나는 일"이라고 받아넘겼다.

일반적으로 진위 문제에 있어 작가의 말과 자료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하냐는 질문에 그는 웃으며 "리히터가 기억력이 좋다"며 자신은 "마지막에는 작가의 말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하지만 "리히터가 '이렇게 나쁜 그림이 내 것일 리 없다'고 했지만 나중에 작가 서명 등 관련 자료를 보고 확인했던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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