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합니다" 만류에도 막무가내…목숨 건 대청호 빙어낚시

송고시간2016-01-26 10:09

강추위에도 얼음두께 7㎝ 불과…손맛에 빠진 낚시꾼들, 자자체 통제 무시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삐릭 삐리릭∼, 얼음판에 들어가시면 위험합니다. 어서 나오세요"

충북 옥천군청 안전총괄과에 근무하는 김영호(54) 주무관은 26일 대청호에 몰려드는 빙어 낚시꾼과의 쉴새 없는 승강이로 입술이 부르텄다.

연신 호루라기를 불어 얼음판 진입을 막고 있지만, 통제에 아랑곳하지 않는 낚시꾼 때문에 허둥대기 일쑤다.

잠시 한눈이라도 팔면 틈을 놓치지 않고 얼음판에 들어가 자리를 잡는 얌체족도 수두룩하다. 낚시꾼 단속을 하느라 그는 하루 몇 차례씩 목숨 걸고 얼음판을 오가는 위험도 무릅쓴다.

최근 강추위로 옥천군 옥천읍 오대리 앞 대청호가 얼어붙으면서 매일 반복되는 풍경이다.

얼음이 깨질 것을 우려해 호수 출입을 막는 지자체 단속 요원들과 이를 비웃듯이 통제를 외면하는 낚시꾼 사이에 아찔한 숨바꼭질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 지역은 겨울마다 중부권 최대 빙어낚시터로 각광받는 곳이다.

12월 말부터 이듬해 2월까지 10만여명이 몰려 얼음판에 구멍을 내고 짜릿한 손맛을 즐긴다.

그러나 올해는 포근한 날씨 때문에 호수 결빙이 늦어졌다.

지난 18일부터 몰아친 강추위로 1주일 만에 얼음으로 뒤덮이기는 했지만, 아직은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 주무관은 "안전하게 낚시하려면 얼음 두께가 최소 20㎝는 돼야 하는데, 지금은 7㎝ 정도에 불과한 상황"이라며 "여러 사람이 한곳으로 몰릴 경우 깨질 위험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가뭄으로 호수의 수위가 내려앉다 보니 낚시꾼들이 점차 수심 깊은 곳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며 "수심이 깊을수록 얼음은 상대적으로 얇아 위험도는 그만큼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옥천군은 지난 주말과 휴일 호수 길목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낚시꾼들의 접근을 막았다.

몰래 숨어들었다가 뒤늦게 쫓겨난 낚시꾼도 100여명에 달한다.

군은 한파가 누그러지면서 더 많은 사람이 빙어낚시에 나설 것으로 보고 경찰서, 소방서 등과 함께 안전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옥천군청의 이진희 안전총괄과장은 "호수 주변에 가림막을 설치하고 방송차량을 투입해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며 "낚시꾼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주말과 휴일에는 공무원을 증강 배치하고, 경찰과 협의해 차량진입을 막는 방안 등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bgi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