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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고향 간다고 전해라∼"…설 귀성전쟁 백태

송고시간2016-02-06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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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패자부활전', 원거리 우회 팔도유람까지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맞아 귀성 행렬이 시작됐다.

가족과 함께 고향을 찾는 시민들은 빠르고 편안한 교통편을 확보하느라 한바탕 소리없는 전쟁을 치렀다. 운 좋게 열차표를 구한 이들은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꽉 막힌 고속도로를 어떻게든 뚫고 가야 할 처지가 된 사람들도 많다. 이들은 조금이라도 빠르고 편하게 고향에 도착할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자가용족 중에는 도로 정체를 뚫고 조금이라도 편하게 고향에 다녀오려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개발한 운전자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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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경남 창원인 주부 김모(38·여)씨 가족은 귀성길 정체가 수도권에 몰린다는 점을 역이용해 정체를 피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남편이 조금 고생을 하는 대신 나머지 가족이 편하게 고향으로 내려가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남편이 명절 시작 전날 차가 덜 밀릴 때 자가용을 몰고 천안역에 차를 가져다 두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곤 명절날 온 가족이 지하철을 타고 천안역까지 이동해 거기서부터 자가용을 타고 창원으로 이동하면 수도권 정체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수년간 명절 때마다 정체로 고생하다가, 천안 이후부터 정체가 풀린다는 점에 착안해 이런 방법을 생각해냈다"며 "남편이 조금 힘들겠지만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직장인 윤종혁(43)씨는 고향인 부산에 갈 때 일부러 '크게' 돌아간다. 꽉 막히는 경부선에서 하염없이 가다 서기를 반복하기보단 차라리 먼 거리를 가더라도 시원하게 가는 것을 택한다.

윤씨는 "서울-춘천고속도로를 타고 올라가다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타 대구까지 가서 부산에 가면 차가 별로 막히지 않는다"며 "주행 거리가 늘어나지만 막히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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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에 사는 학원강사 김종호(45)씨는 '팔도유람형'이다. 고향 울산까지 일부러 국도로만 다니면서 아예 곳곳의 풍경 구경을 한다.

김씨는 "작년 추석에는 일부러 동해안에 가서 오징어를 사 가기도 했다"며 "여유 있게 출발해서 중간 중간 나오는 관광지에 들러 구경도 하고 특산품도 사는 게 은근히 명절 재미가 됐다"고 전했다.

갖가지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도 좋지만 뭐니뭐니해도 KTX가 최고다.

지난해 추석 고향인 부산까지 버스로 6시간을 달려 힘겹게 내려갔다는 김재욱(30)씨는 이번 설엔 KTX 예매 시작일 새벽 6시 코레일 홈페이지에 접속, 40분 정도 대기한 끝에 표를 구하는 데 성공했다.

김씨는 "직장에 다니다 보니 명절이 아니고는 고향에 내려갈 기회가 거의 없다"며 "이번 명절에는 꼭 부모님께 세배도 하고 용돈도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부모님이 계시는 광주에 내려간다는 박지현(26·여)씨도 이번 설 KTX 예매 전쟁에서 '승리'했다.

박씨는 "번번이 예약에 실패해 KTX 표를 어렵게 구하거나 같이 내려가는 사람 차를 얻어타고 갔는데, 이번에는 운 좋게 연휴 첫날 원하는 시간대에 예매했다"며 "마음 편히 가서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오랜만에 쉬고 와야겠다"고 활짝 웃었다.

부산이 본가인 회사원 주희정(31·여)씨는 안타깝게도 KTX 예매에 실패했다. 하지만 '패자부활전'을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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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고향에 내려갈 생각을 하면 눈앞이 캄캄하다는 주씨는 "설 당일에 서울역에 나가서 취소되는 표를 노릴 것"이라며 "예매에 실패했을 때마다 이 방법을 쓰는데 꽤 잘 통한다"고 귀띔했다.

어쩔 수 없이 버스를 타는 사람들도 많다. 차가 막힐까 걱정이 앞서지만, 가족들과 명절을 함께 보낼 생각으로 위안을 삼는다.

순천이 고향인 최주성(30)씨는 "예매 시간을 놓쳐 KTX 표를 구하지 못해 버스를 타고 혼자 내려가야 한다"면서도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려 피곤하겠지만 집에 가서 부모님과 예쁜 조카를 마주할 생각을 하니 기운이 난다"고 말했다.

고향이 전남 장흥인 직장인 김희성(31)씨는 "작년 추석에 친구와 함께 자가용으로 내려갔다가 길이 막히는 바람에 힘들어 혼났다"며 "기왕 막힐 거면 대중교통이 그나마 덜 힘들겠다 싶어 버스를 탈 예정"이라고 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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