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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죽으면 어떡해요" 폭탄조끼 벗어던진 나이지리아 소녀

송고시간2016-02-1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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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코하람 지시로 난민촌 공격하려던 3명 중 1명, 가족 위해 탈출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나이지리아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에 납치돼 자살폭탄 테러를 강요당한 소녀가 가족을 해치지 않으려고 용기를 내 탈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1일(현지시간) AP통신·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0일 나이지리아 동북부 디크와 난민캠프에서 최소 58명의 목숨을 앗아간 자폭테러 사건에서 범행을 저지르고 숨진 2명의 소녀 외에 범행을 지시받은 소녀가 한 명 더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빠가 죽으면 어떡해요" 폭탄조끼 벗어던진 나이지리아 소녀 - 2

나이지리아 국가비상관리국(NEMA)의 사니 다티는 NYT에 이 소녀는 자신의 부모와 형제자매가 이 캠프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폭발물을 터뜨리지 않고 도망쳤다고 전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10대로 알려진 이 소녀는 최근 몇 달 동안 보코하람에 납치된 수천 명의 인질 중 한 명이다.

이 소녀는 다른 두 명의 소녀와 함께 옷 속에 폭발물을 숨기고 지난 8일 5만 명 이상의 난민이 거주 중인 디크와 캠프에 도착했다.

난민들의 환대 속에 잠자리까지 제공받았지만, 다른 2명은 다음날 아침 보코하람의 지시대로 폭발물을 터뜨려 캠프를 생지옥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캠프 어딘가에 있을 가족들이 다칠까 봐 노심초사하던 이 소녀는 다른 소녀들에게 테러를 그만두자고 설득하다 실패하자 혼자서라도 도망쳐 자수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주변에 있던 보코하람 측 감시자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폭탄조끼를 벗어던지고 힘껏 달려 도망치다가 지역 민병대원들에 발견됐다.

은갈라 지방정부 대변인인 알고니 라완은 AP에 "이 소녀는 자신이 테러를 저질러 아빠를 죽이게 될까 봐 걱정했다고 말했다. 아빠가 캠프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 소녀는 또 가족을 지키기 위해 보코하람의 난민캠프 추가 공격 계획을 군경에 알려 캠프의 경비를 강화할 수 있도록 했다.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에 충성을 맹세한 보코하람이 어린 소녀를 제물로 무자비한 공격을 저지른 것은 한 두 번이 아니다.

보코하람은 최근 6년 동안 주로 나이지리아에서 민간인 2만 명을 살해하고, 250만 명을 난민으로 전락시켰으며 수천 명을 납치해 자폭테러를 위한 '인간병기'로 삼았다.

최근 들어서는 여성과 소녀들을 주로 자폭테러범으로 훈련시켜 종교 의상 속에 주로 폭탄을 숨기는 방식으로 의심을 피하고 있다.

보코하람은 2014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여성 최소 101명을 자폭테러범으로 강제 동원했다고 테러분석·정보매체 롱워저널은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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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가방에 폭발물을 숨기거나 아니면 자폭테러범을 정신병자로 위장시키는 수법도 쓰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또 자폭조끼에 장착되는 일부 폭발물은 원격으로 조종 가능해 소녀들이 테러를 포기하고 도망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전문가들이 밝혔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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