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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요동> ② 글로벌경제 무엇이 문제인가

송고시간2016-02-1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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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영숙 기자 = 세계 경제가 '퍼펙트 스톰'을 맞고 있다.

퍼펙트 스톰은 여러 악재가 만나 총체적 난국에 빠진 상태를 말한다.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경기 둔화, 유가 및 원자재 가격 하락과 그에 따른 기업들의 파산 증가, 중앙은행의 부양책 효력 소실, 은행 실적 악화와 신용 위기 가능성 등이 만나 전 세계 경제가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14일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연초 이후 글로벌 증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MSCI 전세계지수는 올해 들어 10.5% 가량 하락했다. 이는 연초 하락률로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2월 이후 최대다.

국제유가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을 기준으로 2003년 5월 수준까지 떨어졌다. 유가는 이미 금융 위기 수준을 밑돈 셈이다.

중국 증시에 이어 홍콩과 일본 증시마저 하루 등락폭이 5%를 웃도는 변동성을 보이면서 시장의 불안은 크게 높아졌다.

◇ 전 세계 경기둔화 우려 심화

연초 중국의 경착륙 우려로 시작된 경기둔화 우려는 최근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로 증폭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마이너스 금리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에 이미 상당수 전문가들은 오는 3월로 예상했던 두 번째 금리 인상 시기가 뒤로 미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금리 인상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가 53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최근에 조사한 바로는 68% 가량이 오는 6월에 두 번째 금리 인상을 점쳤다. 이는 1월 조사 때의 30%보다 크게 높아진 것이다. 작년 12월 미국이 9년 만에 금리를 올릴 때만 해도 대다수 전문가들은 올해 연준이 서너 차례 정도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됐다.

여기에는 중국의 성장률 둔화, 유가 하락과 금융시장 불안, 달러 강세 등으로 경기에 대한 우려가 예상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9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로는 미국이 앞으로 12개월 내에 리세션(경기침체)에 진입할 가능성은 21%로 1년 전의 두 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세계 성장 엔진인 중국도 성장 둔화 우려로 연초부터 위안화 절하 압력을 받아왔다. 특히 최근에는 헤지펀드들이 위안화의 대폭 절하에 베팅하면서 절하 압력이 더욱 커졌다.

여기에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1월에도 크게 줄어들며 3조 2천300억 달러까지 쪼그라든 점도 시장에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심리적 마지노선인 '외환보유액 3조 달러'가 무너지면 자본 유출세는 거세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세계경제 요동> ② 글로벌경제 무엇이 문제인가 - 2

<세계경제 요동> ② 글로벌경제 무엇이 문제인가 - 3

◇ 유가, 2003년 이후 최저…관련 기업 파산 증가

경기 둔화 우려로 유가 하락세가 거세지면서 관련 기업들의 부도가 증가하는 점도 부담이다.

작년 유가 하락은 공급 과잉 때문이었다. 올해에는 공급과잉은 여전한데 글로벌 수요가 예상보다 더 부진할 것이라는 우려가 가중됐다.

이에 따라 국제 유가는 2003년 5월 수준까지 떨어져 배럴당 30달러를 밑돌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가가 하락하면 소비가 증가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최근의 유가 하락세는 경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산유국들은 재정 적자에 시달리고,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원유 관련 기업들은 부도 위기를 맞고 있다.

CNN머니와 컨설팅업체 가빈/솔모네세에 따르면 작년에 미국 기업 중 최소 67개 원유 및 가스 기업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는 전년대비 379% 증가한 것이다.

로펌 헤인즈앤분에 따르면 올해 첫 5주간 유가가 더 하락하면서 파산보호를 신청한 미국 기업은 5개가 추가로 늘어났다.

미국 2위의 천연가스업체 체사피크에너지는 지난주 파산보호 루머에 주가가 40% 폭락하는 사태를 맞는 등 기업 파산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 마이너스 금리가 위기 불렀다

더욱 문제는 중앙은행들이 내놓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마이너스 금리는 중앙은행에 시중은행들이 돈을 맡기면서 이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이자를 내야 한다는 점에서 은행들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중앙은행이 이 같은 정책을 도입한 것은 은행들이 중앙은행에 쌓아둔 예치금을 기업이나 가계에 대출해주도록 유도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유로존과 덴마크, 스위스, 스웨덴에 이어 일본까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은행들이 경제 불안에 마이너스 금리에도 대출을 꺼리는 데다 오히려 금리 인하로 은행 수익원인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이 축소돼 수익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마이너스 금리라는 이례적 조치까지 취할 정도로 경기가 부정적이며, 향후 제2의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더는 내릴 금리도, 내놓을 대책도 없다는 우려도 위기를 키우고 있다.

일본 증시는 지난 1월 29일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이후 줄곧 추락하고 있다. 엔화 가치가 하락하기는커녕 도리어 급등세를 보인 탓이다.

그럼에도, 미국 연준마저 마이너스 금리 가능성을 시사했고, 유로존도 오는 3월 마이너스인 예금 금리를 추가로 더 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기준금리가 연 1% 미만인 캐나다, 노르웨이, 이스라엘, 영국 등도 마이너스 금리 국가에 들어갈 다음 타자로 꼽히고 있다.

핌코는 최근 보고서에서 마이너스 금리가 시장 불안을 촉발한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신채권왕 제프 군드라흐 더블라인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도 마이너스 금리가 상황을 악화시키기만 할 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은행 실적 악화에 신용위기 우려까지

지난 1월 초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가 현 상황이 2008년 상황과 비슷하다고 언급할 때만 해도 대다수 전문가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2008년은 주택담보대출 관련 파생상품으로 초래된 신용 위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주 유럽 대형은행인 도이체방크가 신용 위기에 휩싸이면서 또다시 전 세계 경제가 신용위기에 휩싸일 수 있다는 비관론도 제기되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오는 4월30일 만기도래하는 코코본드(우발 전환사채)에 대한 이자 3억 5천만 유로를 지급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 영향으로 은행의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급등했고, 주가는 폭락했다.

코코본드는 유사시 투자금이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채무가 상각 되는 채권이다.

유럽 은행들은 유사시 해당 채권이 자본으로 편입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금융위기 이후 발행을 늘려왔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저금리와 규제 강화로 은행들의 수익이 악화하면서 오히려 이러한 상품이 위기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는 유럽계 은행들의 재정상태에 대한 의구심으로 확대되면서 유럽 은행주들이 폭락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당장 코코본드가 신용위기를 초래하지는 않겠지만, 경기 둔화와 마이너스 금리에 은행들의 실적이 악화하고, 에너지 업체들의 도산으로 부실자산이 늘어나는 점은 은행들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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