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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취학 아동' 사각지대…숨진 큰딸 존재도 몰라

송고시간2016-02-1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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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취학통지서 보낸 후 '나몰라'…교육청은 "취학 안하면 미등록"

수색 현장에서 내려오는 큰딸 살해 암매장 피의자
수색 현장에서 내려오는 큰딸 살해 암매장 피의자

(경기광주=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큰딸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모 씨가 15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의 한 야산에서 진행되고 있는 시신 수색 현장에서 경찰에 둘러싸여 내려오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7살 딸이 친모에게 맞아 숨진 사실이 5년 만에 밝혀지면서 교육당국과 지방자치단체가 제대로 역할을 했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교육당국은 박모(42·여) 씨 등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숨진 큰딸의 존재조차 몰랐고 주민센터는 취학통지서를 보낸 후 취학을 하지 않았는데도 사후 관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5일 경찰과 서울교육청 등에 따르면 서울지역 한 주민센터는 2012년 큰딸 주소지로 초등학교에 입학하라는 취학통지서를 보냈다.

그러나 딸은 이미 2011년에 숨졌기 때문에 2012년에는 학교에 가려고 해도 갈 수 없었다.

숨진 딸은 '미취학 아동'으로 분류돼 교육당국은 이 아동에 대해 어떤 조치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경우 해당 아동은 연락처, 주소 등 기본 인적사항도 교육청에 등록되지 않는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25조)에 따르면 초·중학교 교장은 의무교육 대상학생이 정당한 사유 없이 7일 이상 결석하면 즉시 보호자에게 학생의 출석을 독촉·경고한다. 다시 7일이 지나도 결석 상태가 계속되면 초등학교는 결석생 거주지 읍·면·동장에게 이를 통보해야 한다.

1차적으로 지역 주민센터가 미취학 아동을 관리하게 돼 있는 것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주민센터에서 취학 독려를 하다가 그래도 학생이 등교를 하지 않으면 교육청에 보고를 해야한다"며 "이번 사건의 경우 숨진 학생에 대한 보고를 받지 못해 우리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실을 우리도 전혀 몰랐기 때문에 경남교육청에서도 숨진 아동의 존재는 인지하지 못한 채 동생에 대한 수사만 의뢰한 것 같다"며 "무슨 이유에서 주민센터가 이를 보고하지 않았는지 파악 중"이라고 덧붙였다.

'딸 살해·시신 암매장' 여성 머물던 거처
'딸 살해·시신 암매장' 여성 머물던 거처

(천안=연합뉴스) 딸을 살해하고서 시신을 암매장한 박모(42·여)씨가 범행 후 몇년 뒤에 작은 딸과 함께 이동해 머물던 거처. 경남 고성경찰서는 15일 박씨를 상해치사 등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남도교육청도 애초 서울교육청에서 통보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숨진 아동은 도교육청 담당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결국 제대로 현황 파악이 안 된 미취학 아동이 있다면 교육당국으로서도 손 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도 숨진 아동의 동생(9·여)이 '장기결석생'으로 분류돼 경남교육청이 경찰에 수사요청을 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2013년 5월께 박 씨의 남편 김모 씨는 두 딸의 주소지를 서울에서 경남 고성군으로 옮겼다.

경남도교육청은 이 동생도 취학을 하지 않아 사실상 미취학 아동이었으나 학교에서 실수로 학적을 잡아버리는 바람에 장기결석생으로 분류됐다고 애매하게 설명했다.

이 동생을 찾아 나서지 않았다면 이번 사건은 더 늦게 알려졌거나 자칫 파악조차 못한 채 영원히 묻혔을 가능성마저 있는 것이다.

최근 불거진 '부천 초등생 시신 훼손' 사건이나 '여중생 백골 상태 발견' 사건에서도 주민센터 측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교육부도 최근 일련의 아동학대 사건에서 통보·보고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문제점이 잇따라 불거지자 일선 시·도 교육청에 관련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도록 지시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28일 교육청에 보낸 '의무교육대상자 취학 또는 출석 독촉 등 관련 법령 사항 준수 협조 요청' 공문에서 "장기결석에 따른 행정조치를 법령이 정한대로 준수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지방공무원법상 성실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장기결석 초등학생에 대한 전수조사에 이어 이달부터 취학연령이 됐는데도 취학하지 않은 아동과 장기결석 중인 중학생 실태 조사에 나선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관리 사각지대'나 마찬가지였던 미취학 아동 실태도 제대로 파악될지 주목된다.

home12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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