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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철폐 vs 역차별"…분란 낳은 인도 하층 카스트 우대정책

송고시간2016-02-22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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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층에 대한 공무원·공립학교 정원 할당제 논란"중류층 이상에 대한 역차별" vs "하층 현실 여전히 취약"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인도 북부 하리아나 주에서 자트 카스트의 시위 과정에서 19명이 사망한 가운데 이들이 문제 삼은 '하층 카스트 우대 정책'이 역차별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인도에서 대학교 입학과 공무원 채용 때 하층 카스트에 정원을 할당하는 것에 반발한 시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고향인 서부 구자라트 주에서도 파티다르 카스트가 자신들을 기타하층민(OBC·Other Backward Class)에 포함해 할당제를 적용해주거나 하층민 우대 정책을 폐지하라고 시위를 벌여 경찰과 충돌, 모두 9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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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만(성직자), 크샤트리아(군인), 바이샤(평민), 수드라(천민)로 크게 구분되는 전통적인 힌두 카스트 기준에서 바이샤 이상으로 볼 수 있는 자트와 파티다르가 자신들을 수드라에 해당하는 OBC로 '강등'시켜달라고 잇달아 요구한 것은 인도가 가진 카스트 문제와 해법이 단순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지역과 직업, 성(姓) 등에 따라 수천 개의 세부 카스트 구분이 존재하는 인도는 독립 당시 카스트에 따른 차별을 없애는 것이 국가적 과제였고, 1950년 제정 헌법은 누구나 같은 투표권을 가지는 등 카스트에 의한 차별 철폐와 함께 소외 계층에 특별한 배려를 정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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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카스트 분류에 포함되지도 않았던 최하층 카스트인 달리트(불가촉천민)는 지정카스트(SC), 동북지방 소수민족 등은 지정부족(ST)으로 지정돼 공무원·공립학교 정원 할당을 받게 됐다.

하지만 이후 수드라에 해당하는 차하위 카스트 주민들도 교육·취업에서 균등한 기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1990년대 초 OBC라는 범주가 생겨 이들도 할당제의 적용을 받게 됐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있지 않지만 SC와 ST, OBC를 모두 합하면 인도 전체 국민의 8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여러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다만 이들에 대한 쿼터 상한은 50%를 넘지 못하도록 대법원이 정하고 있다.

정원의 절반이 하층 카스트에게 배정되자 할당제를 적용받지 못한 중류 이상 카스트들은 더 나은 성적으로도 의대 등 희망 대학을 갈 수 없고 공무원도 되지 못하는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번 자트 카스트 시위에 참가한 한 주민은 "하층민 아이들은 50점 받고도 대학에 입학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75점 받고도 입학을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인기가 높은 의과대학 입학 등에서는 상위 카스트들의 역차별 주장 목소리가 더욱 크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들의 주장이 가진 자가 더 가지려는 이기심의 발로라고 비판한다.

하층 카스트 대부분은 우대 정책을 적용받더라도 경제적으로 취약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며 이들이 차지하는 정부 일자리도 청소 업무 등 최하위직에 머무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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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대 동아시아학과의 김도영 교수는 "자트는 농민이지만 토지를 소유하고 있기에 상당한 부유층이고 하리아나 주 내 가장 큰 카스트로 대부분의 주 총리를 배출했을 정도로 영향력 있는 카스트"라며 "이들의 주장이 다른 주민들의 지지를 받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자와할랄네루 대학교 사회학과의 구린데르 S.조드카 교수도 "자트나 파티다르를 하층민으로 볼 수는 없다"며 "이들이 할당제를 요구하는 것은 종전에 지역에서 누리던 영향력이 감소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타임스오브인디아에 말했다.

현재 마노하르 랄 카타르 주총리가 자트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적 동기에서 시위가 확산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인도가 전통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변하면서 하층 카스트 우대 정책을 재고해야 할 때가 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같은 카스트 내에서도 경제력에 따른 차이가 현격해졌고 이제는 카스트보다 경제적 격차가 더 큰 차별을 낳고 있기에 카스트에 따라 일률적으로 할당제를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뉴델리의 사회발전연구소 산자이 쿠마르 소장은 "농업이 위기에 처하고 농가 소득이 오르지 않으면서 농민 계층의 불만족이 이번 할당제 요구 시위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번 시위는 인도 정부와 여당이 자트 주의 할당제 요구를 검토할 위원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하면서 일단 주춤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임기응변적인 대응으로는 이 같은 소요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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