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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모은 1천600만원 기부 할머니…숨진 딸에 명예졸업장

송고시간2016-02-2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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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26일 학위수여식때 명예학사학위 수여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부산대 재학 중에 세상을 떠난 딸을 그리워하며 30여 년 간 어렵게 모든 1천600만원을 기부한 80대 기초생활 할머니에게 대학측이 딸의 명예졸업장을 전달한다.

부산대는 개교 70주년을 맞아 26일 열리는 2015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이 할머니에게 명예학사학위증서를 수여한다고 24일 밝혔다.

올해 82세의 할머니는 지난해 말 현금 1천만원과 유언장을 들고 부산대발전기금재단을 찾아와 장학금을 기부한 데 이어 최근 600만원을 추가로 기부했다.

부산대는 그동안 사회 유명인사나 석학들에게 명예 박사학위를 수여한 적은 있으나, 명예 학사학위를 수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할머니는 지난해 말 교통사고를 당해 거동이 불편한데다 신분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해 이날 학위수여식에는 참석하지 않는다.

할머니가 장학금을 기부한 사연은 애처롭고 눈물겹다.

남편을 일찍 잃은 할머니는 딱히 친지도 없어 외동딸을 키우며 의지하고 살았다고 한다.

딸이 1980년 부산대 사범대에 합격하자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뻤다. 그러던 딸이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둔 4학년 1학기(1984년)에 갑자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금지옥엽 키워오던 외동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세상 어느 곳에도 의지할 곳이 없던 할머니는 그때부터 떠나간 딸을 뼈에 사무치도록 그리워하며 하루하루를 눈물로 살았다고 한다.

할머니는 그때부터 딸이 못다 이루고 간 학업의 한(恨)을 대신 풀어주겠다는 마음으로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한푼 두푼 돈을 모아 학교에 장학금으로 내놓기로 마음먹었다.

1천만원을 모으기까지는 무려 30여 년이 걸렸다.

파출부 생활과 기초생활수급으로 생활을 버텨야 하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생활비와 용돈을 아껴가며 돈을 모았다.

당시 1천만원을 장학금으로 기부하면서 할머니는 "딸하고 살 때가 너무 행복했는데 아직도 갑작스럽게 떠나간 딸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고 내 탓인 것만 같다"고 울먹였다.

그는 또 "딸의 학업에 대한 한을 이제서야 풀어준 것 같아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 액수가 너무 적어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이어 올해 설을 앞두고 부산대 관계자를 집으로 불러 "혹시나 해서 비상금으로 남겨 놓은 것인데 매달 나오는 연금도 있어 나게는 필요없다"며 쌈짓돈으로 모아 놓은 600만원을 추가로 기부했다.

부산대 관계자는 "할머니의 아름다운 마음이 우리 사회 기부문화를 한 단계 높이고 기부 릴레이로 이어지고 있다"며 "할머니의 선행에 보답하고자 딸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명예졸업장 수여와 함께 할머니의 딸이 다녔던 부산대 역사교육과는 1천600만원을 종자돈으로 최근 학과 장학기금을 설립했고, 교수와 동문들의 기금 출연이 이어지고 있다.

ljm70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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