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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서 격돌한 미·중 외교…'사드'·'평화협정' 공방 치열(종합)

송고시간2016-02-24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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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논의 이면에 왕이 "사드배치는 중국 위협" 불만제기비핵화 협상-평화협정 논의 병행론도 주장…케리 "비핵화 우선" 선긋기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 동북아 역내 질서의 주도권을 놓고 첨예한 힘겨루기를 해오던 미국과 중국이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외교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정례 전략대화 형태로 열린 양국 외교장관 회담의 최대 쟁점은 다름 아닌 '북한'이었다.

중국이 소극적 제재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사실상 '방치'했다는 미국과, 대화를 외면한 채 압박에 중점을 둔 미국이 북한의 도발을 촉발시켰다는 중국의 인식이 정면으로 맞부딪힌 회담이었다.

워싱턴서 격돌한 미·중 외교…'사드'·'평화협정' 공방 치열(종합) - 2

일단 존 케리 국무장관과 왕이 외교부장은 일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진행 중인 대북제재 결의안을 놓고는 '중대한 진전'을 이뤄냈다.

그동안 핵심 제재부분에서 소극적 태도를 보이던 중국이 전향적으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양국이 일정수준에서 합의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중국으로서도 고강도의 대북제재를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양국이 이 같은 합의에 따라 이르면 이번 주중으로 안보리 차원에서 결의안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양국은 대북제재 결의안 논의를 고리로 한반도 현안을 놓고 첨예하게 충돌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 측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문제를 정면으로 문제제기를 하면서 양측이 상당한 격론을 주고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왕 부장은 이 자리에서 안보리의 대북 제재 논의에 협조하는 대가로 사드 배치를 철회하라는 식으로 '조건화'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왕 부장은 이날 신화통신의 논평대로 "사드 배치가 중국 안보에 직접적 위협"이라는 논리로 공식으로 불만을 제기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왕 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사드 배치문제를 공개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미국 측은 중국이 '안보리 결의'와 '사드'를 연계하는 것을 일언지하에 거절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증강하는 상황에서 미국으로서는 불가피한 방어수단으로 사드를 배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리 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북한의 위협과 핵문제로 인해 사드를 배치하는 것"이라며 "사드를 배치하지 않는 조건은 북한의 비핵화"라고 말했다. 우회적인 어법이지만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중국 측의 주장을 일축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는 중국 측이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입장을 강하게 부각시키며 한·미 동맹의 고리를 약화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미국 내부의 의구심도 작용하고 있다고 외교소식통들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 사령관이 이날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중국이 한국 방어를 위한 미사일 시스템을 이용해 한국과 미국 사이의 틈새를 벌리려는 것은 가당치 않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미·중 양측이 대립한 또다른 한반도 현안은 북한이 제안한 평화협정 논의였던 것으로 보인다. 왕 부장은 회담에서 비핵화 협상과 평화협정 논의를 병행하는 방안을 미국에 공식으로 제안했다. 이는 비핵화에 초점이 맞춰진 6자회담의 틀을 '투트랙'으로 전환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왕 부장은 회견에서 "중국은 비핵화 협상과 평화협정 논의라는 '투트랙' 접근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면서 관련 당사국들의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비핵화에 초점이 맞춰진 6자회담의 틀을 비핵화와 평화협상이라는 두 가지 논의의 장으로 전환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케리 장관은 비핵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명확히 재확인했다. 케리 장관은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 테이블에 나오고 협상에 응한다면 궁극적으로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평화협정 논의를 제안하는 데에는 비핵화 논의의 초점을 흐리려는 노림수가 깔려있다는 한·미 양국의 공통된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두 장관은 이날 군사적 긴장을 촉발하고 있는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놓고 해법을 찾기는커녕 서로의 입장만을 확인하는데 그쳤다.

왕 부장은 회견에서 "남중국해 섬들은 고대부터 언제나 중국의 영토였다"며 "중국은 주권을 독립적으로 수호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또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는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미국이 '항행의 자유'를 앞세워 남중국해에 해군 구축함을 파견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왕 부장은 이 지역에서 중국 및 영유권 분쟁 중인 필리핀과 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들 모두 "남중국해에서 안정을 유지할 능력이 있다"며 미국이 간섭하지 말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케리 장관은 중국과 베트남을 비롯한 영유권 분쟁 당사국들의 최근 조치가 군사적 긴장 고조의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면서 "우리가 하려는 일은 이 순환고리를 끊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케리 장관은 "유감스럽게도 미사일과 전투기, 총기 등이 남중국해에 배치돼 있으며 이는 평화로운 무역을 위해 남중국해를 통행하고 의지하는 모든 이에게 큰 우려"라고 강조했다. 케리 장관은 회담에 앞서서도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중국이 동아시아의 패권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양측의 이 같은 격론 속에서 회담 시간이 길어져 당초 이날 오후 3시15분로 예정됐던 기자회견은 오후 4시로 늦춰졌다.

r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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