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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요양원> ① 7년새 4배로 폭증…'돈된다, 설립하고 보자'

송고시간2016-03-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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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운영에 노인요양보험 부정수급 2년새 2배로

< ※ 편집자 주 = 고령화와 핵가족화 등 사회변화로 노인 요양 수요가 늘어나고 이에 맞춰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도입되면서 노인요양원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인요양원은 노후생활 안정과 가족부담 경감이라는 장점에도 노인학대와 안전관리 미흡, 요양급여의 부정 수급 등 심각한 문제들도 만들고 있습니다. 이에 연합뉴스는 노인요양원의 전반적인 운영 실태를 점검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특집기사 3꼭지를 송고합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노인 인구의 증가에 힘입어 혼자 힘으로 생활하기 힘든 노인들을 보살피는 '노인요양원'(노인 요양시설)이 애초 설립취지와 달리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낮은 진입장벽에 노인요양원 숫자는 급격히 늘고 있지만, 노인요양보험 부정 수급으로 연간 100억원 국민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 노인학대 신고도 잇따른다.

◇ 노인 요양시설 7년 사이 4배로↑…낮은 진입장벽에 공급 과잉

노인요양원은 2008년 이후 7년 사이에 4배로 급증했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장기요양기관 운영현황과 과제'(이정석 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 6월 1천244개였던 노인요양원(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포함)은 작년 7월 4천999개로 늘었다.

2008년 입소자 비용을 지원하는 '제5의 사회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도입되면서 노인요양원이 급증했다.

문제는 노인요양원의 진입 장벽이 지나치게 낮은 데 있다. 노인요양원을 설립하려는 사람은 요건을 갖춰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만 하면 별 어려움 없이 허가를 얻을 수 있다.

요양원이 급증하면서 관리 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다 보니 서비스의 품질은 나빠졌다.

이는 개인이 설립한 요양시설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는 사실과도 관련이 있다.

2014년 전체 노인요양원 입소 정원의 절반에가까운 44.8%는 개인이 설립한 요양시설에 입소했다.

2010년의 38.7%보다 6.1%포인트나 상승했다.

하지만 그 사이 법인이 설립한 요양기관 비중은 55.4%에서 50.0%로 떨어졌다.

2013년 정부 평가 결과를 보면 개인이 설립한 요양기관은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을 받은 곳이 2.8%로, 법인 요양기관의 22.3%와 큰 차이를 보였다.

요양기관 평가 점수는 지자체가 설립한 곳들이 월등하게 높았다. 90점 이상의 고득점을 얻은 비율이 43.0%에 달했다.

◇ 요양원 노인학대 4년 새 2배로 증가…폭행 사건 잇따라

노인 요양원은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하지만 요양원 내 노인학대는 오히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14년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노인요양원의 노인 학대 판정 건수는 2010년 127건에서 2014년 246건으로 93.7%나 늘었다.

요양시설 폭행 사건은 발견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실제 노인학대는 더 많다.

실례로 작년 10월 남원의 한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가 80대 치매노인을 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같은 해 5월에는 경기도 안산에서 70대 할머니가 요양보호사로부터 30분 넘게 폭행당한 사실이 공개됐다.

노인들 사이의 폭행 사건도 적지 않다.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는 80대 할머니가 다른 입소자에게 폭행당한 사건과 관련해 요양원에 업무정지 등 행정조치를 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이처럼 폭행 사건이 잇따르지만 노인요양원에서 CC(폐쇄회로)TV를 찾기는 쉽지 않다. CCTV 설치가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작년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 이후 모든 어린이집에 CCTV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노인요양원의 CCTV 설치 규정과 관련된 법안은 1건도 없다.

노인요양원이 노인 학대의 사각지대로 방치되는 데는 각 지자체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이다. 노인요양원에 대한 허가와 단속 권한을 모두 지자체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요양보험 재정 눈먼 돈?…3년 간 부정수급액 385억원

노인요양원은 비용(식사재료비, 상급침실비용, 이·미용비 등 제외)의 20%를 입소자들이 내고 나머지 80%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부담하는 방식이다.

비용 대부분이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정에서 지급되지만, 관리는 제대로 되지 않아 허위·부정 수급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A요양원은 요양보호사 3명을 조리·세탁 업무에 투입했다.

요양보호사가 부족해 다른 요양보호사의 업무를 대신한 것이다.

입소한 노인들은 충분한 서비스를 받지 못했지만, 요양원은 허위로 부풀린 요양보호사 수 만큼 요양보험 지원을 꼬박꼬박 받았다. 이 요양원은 이런 방식으로 17개월 동안 1억3천만원을 챙겼다.

B요양원은 근무하지 않은 요양보호사가 일하는 것처럼 허위 신고하는 방식을 썼다.

이 요양원은 20개월 간 9천600만원을 부당청구했다가 적발됐다.

최근에는 입소자를 불법적으로 유치하는 방식도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노인장기요양보험 부정수급 적발현황'에 따르면 '2012∼2014년 3년 간 노인장기요양보험 부정수급액(요양보호사가 가정을 방문하는 '재가서비스' 포함)은 385억원에 달했다.

적발액은 전체 노인요양원의 10%가량만을 들여다봤을 때 나온 것으로, 실제 부정수급액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부정수급액은 2012년 94억원에서 2014년 178억원으로 2년 사이 2배로 증가했다. 178억원 중 노인요양원에서 적발된 부정수급액은 127억원이나 된다.

2014년의 경우 조사 대상 노인요양원 557곳 중 적발된 곳은 64.1%인 357곳이나 됐다. 5곳 중 3곳 이상이 허위·부당 청구를 하고 있을 정도로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재정이 눈먼 돈이 된 셈이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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