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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파산 10년> 벼랑끝 채무자 재기 지원…"도덕적 해이 방지해야"

송고시간2016-03-0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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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태로 신용불량자 양산되면서 통합도산법 도입가계부채·경기부진에 채무불이행자 증가...대책 필요

<그래픽> 법원 개인파산·회생 신청 건수
<그래픽> 법원 개인파산·회생 신청 건수

< ※ 편집자 주 = 파산 위기에 처한 기업과 개인채무자들의 신속한 회생을 돕기 위해 마련된 '통합도산법(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지 4월로 10년을 맞습니다. 이 법률 시행을 계기로 거액의 빚을 지고 갚지 못하던 사람들이 법원에 파산이나 회생을 신청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과도한 면책기회를 제공해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는 지적과 이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도 적발됩니다. 연합뉴스는 개인파산제 시행 10년을 맞아 이 제도가 가져온 긍정적 효과와 부작용 및 개선책 등을 6꼭지 송고합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최근 가계부채 증가로 개인회생을 중심으로 채무자 구제제도(신용회복제도) 신청이 증가하고 있다.

1990년대말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시기나 2000년대 초반 '카드 사태'로 수많은 신용불량자가 거리에 나앉은 사건을 경험했기에, 우리나라는 신용회복제도의 중요성을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적 미비점으로 채무자가 초기에 상담 등을 통해 채무조정을 하지 못하고 빚을 키워 사태를 악화시킨 뒤에야 법원 문을 두드린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통합도산법)의 시행 10년을 맞은 가운데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제도개선을 다시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법원·신복위서 상환기간 조정·원금감면 제도 운영

개인이 과도한 빚을 갚지 못하게 되면 신용회복제도로 빚을 재조정받을 수 있다.

금융기관은 과중채무자를 구제하기 위해 자체적인 신용회복지원 절차를 가지고 있다. 상환기간을 연장해 주거나 분할상환, 이자율 조정, 채무감면 등의 채무조정 절차로 경제적 재기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기관이 빚을 조정해 준다고 하더라도 다른 기관의 빚이 그대로 남아 있다면 개인 입장에서는 연체자 지위를 벗어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채권기관이 참여해 모든 빚을 한꺼번에 조정해 줘야만 경제적 회복지원이 의미를 가지는 셈이다.

이런 신용회복 제도는 크게 크게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와 금융회사에서 운영하는 민간 지원제도와 통합도산법에 따라 법원이 운영하는 공적 지원제도가 있다.

2분기 가계부채 사상 최대

2분기 가계부채 사상 최대

개인회생·파산은 공적 구제절차로 법원에 신청해야 하며, 개인워크아웃은 금융사들이 참여하는 사적 구제절차로 신복위에 신청할 수 있다.

개인워크아웃제도는 신용카드 대금이나 대출 원리금이 90일 이상 연체된 경우 채무감면, 상환기간 연장을 받는 제도다. 연체자는 개인워크아웃으로 이자 전액을 감면받거나 채무성격에 따라 원금의 최대 50%(소외계층은 70%)를 감면받을 수 있다.

신복위는 민간 금융회사들과의 협약을 맺어 이런 채무조정을 이행할 수 있게 돕고 있다. 협약에 따라 민간 기구가 주도하므로 신속하게 채무를 조정받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그러나 채무가 너무 많은 경우에는 불가피하게 법원에 공적 지원제도인 개인회생 또는 개인파산을 신청할 수밖에 없다.

개인회생은 채무자의 장래 수익성을 법원이 판단해 기본적인 생계비를 제외한 모든 돈으로 5년 동안 빚을 갚고 나머지 빚을 면책받을 수 있는 제도다. 담보채무는 10억원, 무담보채무는 5억원까지 신청할 수 있다.

개인파산은 소득이 없거나 채무 규모가 너무 큰 채무자의 채무를 면제해 주는 제도다. 법원에 파산신청을 하고 법원이 파산 선고를 내리면 채무자의 모든 재산을 청산해 채권자들에게 배당한다. 파산자가 되면 경제활동과 사회활동에 제약이 발생한다.

◇ 카드사태로 신용불량자 양산…통합도산법 논의 급물살

개인 과중채무자가 대거 발생하게 된 시초는 1997년 외환위기이다. 수많은 기업이 무너지면서 실직자가 거리에 쏟아졌고 부도 과정에서 과중채무자가 양산됐다.

개인파산 제도가 그 이전부터 있었지만 법원에 개인파산이 실제로 신청된 것은 1997년이 처음이었다.

2003년 카드사태 때도 여러 개의 신용카드를 쉽게 발급받아 사용하던 일반인들이 금융기관이 신용한도를 낮추자 늘어난 빚을 감당못해 속속 과중채무자로 전락했다.

실제 카드사태 직후인 2003년 말에는 신용불량자가 360만명을 돌파하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했다.

당시에도 법원에 의한 개인파산 제도는 운영되고 있었지만 회생보다는 청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고, 파산 절차가 쉽지 않은 데다 이용실적도 많지 않았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2002년 12월 개인워크아웃제도를 도입했고, 기존의 파산법·화의법·회사정리법 등 도산3법을 묶은 통합도산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굳이 파산 선고를 내리지 않고서도 채무를 조정할 수 있는 개인회생제도를 도입해 파산 선고에 따른 사회·경제적 불이익을 줄여보자는 게 골자였다.

개인파산 1분기 전국적으로 2만7천여건

개인파산 1분기 전국적으로 2만7천여건

그러나 과도한 면책 기회를 제공한다는 도덕적 해이 논란에 입법이 지연됐고, 쟁점이 적은 개인회생절차만 따로 떼낸 개인채무자 회생법만 먼저 통과됐다.

통합도산법 통과 요구와 제도 악용을 우려한 반대가 엇갈리다가 우여곡절 끝에 미비점을 보완한 통합도산법이 2005년 3월 통과됐고, 유예기간을 거쳐 2006년 4월 1일부터 시행됐다.

◇ 가계부채·경기부진에 채무불이행자 증가…"조기 채무상담 유도해야"

최근 가계부채 증가와 경기부진 지속으로 채무불이행자가 증가하는 모습이다.

법원통계월보와 신복위 자료를 종합하면 개인파산, 개인회생, 개인워크아웃 등 채무자 구제제도를 신청한 채무자는 2010년 20만9천2명에서 2011년 21만7천408명, 2012년 22만3천692명, 2013년 24만326명, 2014년 23만5천837명으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가계부채가 급격히 늘면서 작년 말 기준 1천207조원(한국은행 가계신용 기준)으로 1천200조원을 넘어선 데다 경기회복이 지연되면서 채무자 구제제도 신청자 수도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채구조의 질도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파산, 개인회생, 개인워크아웃 중 개인회생의 신청 비중은 2010년 22%에서 2014년 47%로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개인워크아웃에서 원금감면 상한이 정해져 있고, 사채나 일부 대부업 채권이 제외돼 있어 부채구조가 나쁜 채무자는 개인워크아웃보다는 개인회생을 신청할 수밖에 없게 된다.

초기에 신용상담 등을 통해 채무조정을 시도하지 않고 사태가 악화한 후에야 법원의 문을 두드리는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신복위 관계자는 "선진국 사례를 보면 미리 사적 채무조정 절차를 의무적으로 거쳐 충분히 상환 노력을 하고서 그래도 안 되면 법원에 파산이나 회생을 신청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채무자가 제도를 선택할 수 있다 보니 초기에 사적 조정을 하지 않고 나중에 개인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하는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유인이 있다"고 말했다.

오윤해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상시적인 공·사적 채무조정 제도를 갖췄으면서도 채무자들이 제도를 적절한 시기에 이용하지 못해 부채구조를 악화시키는 문제가 있다"며 "선제적이고 중립적인 신용상담으로 제도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공적제도를 운영하는 법원은 패스트 트랙 제도를 확대해 채무자들의 신용상담을 유도하고, 법률대리인들이 과도하게 영업활동을 벌이는 일을 규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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