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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미얀마 군부독재 상징 '세계최대' 의사당

송고시간2016-03-0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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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피도=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독재ㆍ권위주의 통치가 길었던 나라에는 어김없이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으리으리한 건축물이 들어서 있다는 통념이 반세기 군부 독재를 경험한 미얀마에도 어김없이 들어맞았다.

미얀마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9일(현지시간) 오전, 네피도 시내 '호텔 존'을 벗어나 정부부처 청사가 밀집한 야자 흐타니 로드로 접어들자 마치 공항 활주로를 연상케 하는 뻥 뚫린 도로가 나왔다.

그러나 왕복 20차선의 이 도로에 오가는 차량은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이런 도로를 10여 분 정도 달리자 서울의 중랑천 정도 너비의 하천에 웅장한 사장교 2개가 놓여 있고, 그 너머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는 미얀마 의회가 모습을 드러냈다.

출입구에서 신분을 확인한 뒤 오토바이를 탄 경찰관의 호위를 받으며 마주한 의사당은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만큼 호화로웠다.

불교의 31계(界)를 모티브로 총 31개의 독립된 건물로 이뤄진 미얀마 의회는 전통 양식의 지붕을 얹었고, 내부는 최고급 대리석과 미얀마산 최고급 옥으로 장식되어 있다.

상원과 상하원 합동회의장 등이 들어서 있는 본관 건물 앞에는 8마리의 금빛 사자상이 버티고 있었다. 현관에 들어서자 과거 왕들의 식기를 형상화한 8m 높이의 대형 구조물이 화려한 샹들리에와 어우러져 마치 왕궁을 연상케 했다.

본관 입구에서 상하원 회의장을 거쳐 의원 연회장까지 이어지는 100m가 넘는 통로는 온통 대리석 장식으로 번들거렸다.

또 본관 건물 후문 쪽에 자리를 잡은 거대한 연회장에는 만달레이에 있는 세계적 불교 유적지 바간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초대형 유화가 걸려 있다. 눈짐작으로 어림잡아 폭이 40m 높이 20m는 넘어 보였다.

이처럼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는 미얀마 의회는 지난 2005년 군부가 전격적으로 양곤에서 네피도로 수도를 이전하겠다고 발표한 뒤 불과 5년 만에 지어졌다는 게 의회 사무국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의사당의 규모가 구체적으로 얼마나 되는지, 또 건립 비용이 얼마나 들었고, 이를 어떻게 조달했는지 등의 정보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반세기 군부 시대를 마감하고 문민정부를 맞이하는 네피도 시민들은 새 정부가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가난에 찌든 국민의 삶을 개선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네피도 시내에서 만난 케 테 우(22)씨는 "1인당 국민소득이 1천300달러밖에 안 되는 데 세계최대 규모의 의사당이라니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며 "다음 정부는 권위를 앞세우기보다 국민이 더 잘 살 수 있도록 노력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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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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