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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엔 흑돼지만 있나?…토종 말·소·개·닭도 있다

송고시간2016-03-1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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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보존관·유전자원은행 등 종 보존 최우선축산진흥원 "제주개·재래닭도 천연기념물 지정 추진"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에는 흑돼지 외에도 제주흑우와 제주마, 제주개, 제주재래닭 등 모두 5종의 토종 가축이 있다.

모두 고유의 특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제주만의 문화·역사적 가치를 지닌 우수한 품종이다.

이들의 특성과 관리방안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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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래가축 유전자원 보존…품종 관리

제주도는 재래가축 품종을 보존·관리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또 흑우와 말, 흑돼지와 달리 정부의 국가지정문화재 인정을 받지 못한 제주개와 제주재래닭을 천연기념물로 지정받기 위한 사업을 순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제주도 축산진흥원은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악성 가축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안전하게 제주 고유 가축 유전자원을 보존·관리할 수 있는 천연기념물 보존관을 짓고 있다.

총 사업비 15억원이 투입되는 천연기념물 보존관은 지상 1층·전체면적 636㎡ 규모로, 연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에는 추가로 예산을 확보해 냉장고와 냉동고, 초저온 냉동을 위한 액체질소설비를 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천연기념물 제347호 제주마, 제546호 제주흑우, 제550호 제주흑돼지의 정자와 난자 등 생식세포는 물론 DNA 복제를 위한 체세포 등을 보관하게 된다.

흑돼지 300마리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1천㎡ 규모의 전용 축사도 신축한다. 동물복지형 사육 환경을 조성해 고유 특성을 유지하고 지역 특화산업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사업비는 11억5천만원이다.

흑우 전용 축사는 이미 완공했다. 150마리의 흑우를 수용할 수 있는 축사의 면적은 1천733㎡이고, 사업비는 9억원이 투입됐다.

지난해에는 제주 재래가축의 유전자를 보호할 가축유전자원은행이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에 들어섰다.

가축유전자원은행은 제주 재래가축 5종의 생체, 생식세포(동결정액, 수정란), 체세포 등을 보존·관리하고 있다.

김경원 제주도 축산진흥원장은 "제주의 흑우와 말, 흑돼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존 두수에 맞춰 체계적으로 보호·관리받고 있지만 제주개와 제주재래닭은 그렇지 않다"며 제주개와 제주재래닭에 대해 천연기념물 지정 추진을 순차적으로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주 재래가축에 대한 보존·관리도 중요하지만, 흑우와 흑돼지의 산업화 역시 시급하기 때문에 유관기관의 협조 속에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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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 진상품 '제주흑우'

검은 털빛에 체구는 작고 가늘지만, 체질이 강건해 조선시대 진상품으로 공출됐던 제주흑우는 2013년 7월 22일 천연기념물 제546호로 지정됐다.

조선왕조실록,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1702), 탐라기년(耽羅紀年·1918년) 등 옛 문헌을 보면 제주흑우는 국가가 엄격히 사육·관리하던 가축으로 제향·진상품으로 공출됐다.

제주흑우는 유전자 분석결과 한우와 칡소, 교잡우와는 다른 제주 흑우만의 혈통 고유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신의 털 색이 검고 본토의 한우와는 달리 체구가 작고 가는 편이나, 체질이 강건하고 지구력이 좋다.

현재 제주도축산진흥원에서 천연기념물로 보호하는 제주흑우는 모두 159마리다.

제주도는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 조례에 제주흑우 도외 반출 금지, 사육자 등록관리 등을 명시하고 유전자원 수집과 증식사업을 벌이는 등 제주흑우의 고유성과 문화성, 역사성을 지속하기 위한 체계적인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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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 상징 '제주조랑말'

제주도 하면 우선 떠오르는 상징동물인 조랑말인 '제주마'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때는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86년 2월 8일이다.

제주지역의 말 사육 기원은 애월읍 곽지폐총(郭支貝塚)에서 말뼈가 출토된 점으로 보아 대략 2세기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또 고려 문종 27년(1073년)에 탐라가 고려 조정에 말을 진상했다는 첫 기록이 있어 서기 1000년경에는 말이 본격 사육됐을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가 말의 산지로 유명하게 된 것은 몽골(원나라)이 삼별초(三別抄) 군을 제주에서 진압한 고려 원종 14년(1273년)부터 100년 탐라국 지배기간에 자국 말을 도입하고 대규모 목마장을 운영했던 사실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현재 조랑말은 한국의 토종 말인 과하마(果下馬)와 몽고마의 혈통이 혼합된 뒤 600여년을 제주 섬에서만 번식되는 과정에서 '체구는 왜소하지만 체질이 강건하고 내병성 및 지구력이 강하며 성질이 온순한 유전적 특성을 가진 새로운 품종'으로 발전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랑말은 조선시대(1429-1704년)에는 해발 500∼600m 한라산 중턱을 중심으로 광활하게 조성된 10개의 목장마다 1만∼2만 마리가 사육되기도 했으나 1970년대 이후 운송과 경작수단의 변화로 유용성이 떨어지면서 그 수가 급격히 줄기 시작해 1980년대에는 최저 1천347마리까지 떨어지는 등 멸종위기로 치달았다.

현재 제주도축산진흥원에서 보호하는 제주마는 110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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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냥에 뛰어난 '제주개'

중국에서 건너와 3천년 전부터 제주에 정착해 특유의 환경에 적응한 것으로 추정되는 제주개는 온순하면서도 행동이 민첩하고 청각, 후각, 시각이 뛰어나 오소리, 꿩 등 야생동물 사냥에 뛰어난 재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개는 진돗개와 모양이나 색깔은 비슷하지만 진돗개는 꼬리가 말려 올라간 반면 제주개는 꼬리를 거의 꼿꼿이 세우는 게 특징이다. 다 자란 제주견의 몸길이는 49∼55㎝, 몸무게 12∼16㎏이고 수명은 15년 안팎이다.

제주개는 일제 강점기 때 대부분 군견용으로 공출되고, 해방 이후에는 식용으로 도살되거나 수많은 잡종과 교잡이 이뤄져 순수혈통을 가진 개체 수가 계속 줄었다.

제주도축산진흥원은 1986년 제주 전역을 뒤져 순수 혈통을 지닌 것으로 추정되는 제주개 3마리를 찾아내 계통교배해 현재 순수 혈통견 76마리를 보호하고 있다.

현재 제주개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기 위한 사업이 추진 중이다. 국내 토종견 가운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은 진돗개와 삽살개 등 2종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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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이 좋은 '제주재래닭'

제주재래닭은 약 2000년 전 동남아시아 또는 중국에서 한반도는 물론 제주도까지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국사기에서 신라시조인 박혁거세가 알에서 태어남을 기록했고 신라시대 고분인 경주 천마총에서 2개의 완형란이 출토된 것으로 보아 예부터 한반도에 닭이 사육됐음을 알 수 있다.

제주로 유입된 제주재래닭은 고립된 섬이라는 생존환경이 오랫동안 재래닭 고유의 특성을 보존한 채 현재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제주재래닭은 몸집이 작고 가벼울 뿐만 아니라 날개가 강해 나는 힘이 좋다. 턱과 얼굴 주위에 흑색 깃털이 나 있다.

일반 닭보다 성장이 늦고 몸집이 작으나 육질이 좋고 고기맛이 뛰어나다.

제주도축산진흥원은 1986년 제주재래닭 26마리를 구입, 현재 414마리를 고유품종으로 사육 보존하고 있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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