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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핵무장론'에 대한 미국의 엇갈린 시각

송고시간2016-03-14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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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국가만 핵무장하고 우방국 핵무장 못해서야"

"핵무장은 한국에 해로울 뿐…외교적 주도권 보장으로 좌절감 달래야"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 이후 한국 내 보수층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핵무장론에 대해 미국 언론과 논객들의 시각도 엇갈린다.

북핵 정국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한국인들 사이에서 핵무장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심정에는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그 방법론은 달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ㆍ규격화에 성공했다며 미국 본토 타격 가능성을 거듭 위협하는 언급들이 나온 이후부터 한국의 핵무장론이나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필요성 등 대북 강경 논조가 쏟아지고 있는 것은 주목할 일이다.

'한국 핵무장론'에 대한 미국의 엇갈린 시각 - 2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특별보좌관과 정치잡지 인콰이어리의 편집장을 지낸 보수 논객 더그 밴도우는 "한국의 핵 무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 매체가 핵탄두 소형화를 공식 언급한 지난 9일 허핑턴포스트에 게재된 기고문에서 "오늘날 동북아의 핵 비확산은 미국 내 총기 규제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중국, 러시아, 북한 등 '나쁜 녀석들'은 모두핵무기를 갖고 있는데, 일본이나 한국 등 미국의 동맹국들은 미국의 핵우산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국과 일본이 독립적인 핵 억제력을 갖게 된다면 북한뿐 아니라 중국 저지에도 효과가 있으며 이는 미국에 이익이 되는 것"이라면서 "중국에 경각심을 주면서 대북 식량, 에너지 원조를 차단하도록 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동맹국들은 미국의 중요한 파트너지만 미국 본토에 대한 불필요하고 현저한 위협을 만들 만큼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서울과 도쿄, 타이베이와 캔버라를 지키려다가 미국 본토가 위협받는 예기치 않은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40여 년 전 한국의 핵 무장화를 추진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선견지명이 있었다"며 "이제 동북아의 '좋은 친구들'(미국의 우방국) 역시 무장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북한을 공격할 때가 된 것인가'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며 비치볼만한 크기의 구형 앞에 서 있는 모습은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달아 미국 본토를 공격할 날이 한층 더 가까워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미국이 무력을 동원해 제압해야 하느냐는 명백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타임은 이어 "북한의 두 개 핵 기지를 공습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매우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라는 미국 관리들의 말을 소개하면서 "다만 북한에서 35마일(56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으면서 1천만 명의 인구가 밀집해 있는 서울에 대한 북한의 보복은 매우 복잡한 요인임을 관리들도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잡지는 이어 '북한의 핵무기가 고도화되면 될수록 이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핵에 대한 완만하고 점진적인 대응으로는 핵을 멈추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퍼시픽포럼의 브래드 글로서먼 국장과 데이비드 샌토로 선임연구원은 10일 월스트리트저널에 '한국의 핵 유혹 끝내기'라는 기고문에서 "북한 도발 국면에서 한국인들은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로 인해 과거 주변부에서만 논의됐던 한국의 핵무장론이 일부 주류 정치인들에게까지 확산돼 상당한 여론의 지지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의 핵 무장은 경제, 안보 국제 관계 등에서 한국에 이롭지 못한 '나쁜 생각'이라는 것은 자명하지만, 북한의 잇단 도발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빠진 한국인들의 마음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라며, "한국인들은 미국의 '전략적 인내'와 중국의 미온적인 대북 대응 사이에서 샌드위치 상태에 놓여 있다고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어떤 해결책도 완벽할 수는 없지만, 유일한 장기적 해결책은 한반도 안보, 외교 문제에 있어 한국이 주도권을 일부 회복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미국이 대부분의 문제를 처리하고 한국과는 그때그때 논의해왔다"고 꼬집었다.

또 핵 전문가인 베넷 램버그는 로이터 통신 기고문에서 "한국이 핵비확산 조약에서 탈퇴하는 것은 동맹국이나 적성국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며 "또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 또한 지금이 과연 1991년 정책을 뒤집어야 할 시점인지,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북한의 핵 문제를 푸는 효과적인 방법인지는 의문이며 이 문제는 미·중 관계에 중대한 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유엔 제재가 가중되면 결국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리라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면서 "북한 김정은의 핵이 21세기 핵전쟁을 발생시키지 않도록 하는 데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kn020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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