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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암매장하고 "외가 있다·고아원 보냈다" 뻔뻔한 거짓말

송고시간2016-03-1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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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사망' 5년 숨겨오다 자살한 친모 유서에 계부 '이실직고'

학교·주민센터, 소재불명 미취학 아동 매뉴얼 대응으로 드러나

4살 딸 암매장한 아버지
4살 딸 암매장한 아버지

4살 딸 암매장한 아버지

(청주=연합뉴스) 박재천 기자 = 또 억장이 무너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청주에서 3년째 초등학교에 취학하지 않은 여자아이가 5년 전 학대 끝에 숨져 암매장된 것으로 드러났다.

딸 암매장하고 "외가 있다·고아원 보냈다" 뻔뻔한 거짓말 - 2

살았더라면 올해 만 9살이 됐을 이 여아는 2014년 또래 친구들처럼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없었다. 이미 3년 전인 2011년 12월 숨졌기 때문이다. 숨졌을 당시 나이는 만 4세에 불과했다.

부모는 아동학대 문제로 온 나라가 들끓었지만 4살배기 딸 아이의 사망과 야산 암매장 사실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물었다.

취학 대상인데도 입학하지 않은 것을 수상히 여긴 초등학교와 주민센터, 경찰이 딸의 소재를 묻는데도 멀쩡하게 살아 있는 것처럼 거짓말로 일관했다.

청주 청원경찰서는 19일 5년 전 학대로 숨진 딸의 시신을 유기한 혐의(사체유기)로 의붓아버지 안모(38)씨를 긴급체포했다.

그는 "2011년 12월 중순 퇴근해 보니 아내가 '딸이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욕조에 가둬놨는데 죽었다'고 하더라. 그날 밤 11시께 진천군 야산에 딸을 묻었다"고 진술했다.

안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된 뒤에도 의붓 딸의 암매장 사실을 순순히 털어놓지 않았다. 경찰의 수사망이 조여오자 자살한 그의 아내 한모(36)씨 역시 처음에는 잡아뗐다.

이 사건은 초등학교의 신고로 출발했다. 2014년 3월 취학해야 할 아이가 3년째 학교에 나오지 않은 것을 수상히 여긴 것이다. 학교 측은 정원 외로 관리하는 여학생의 존재를 지난 17일 관할 동주민센터에 알리고, 계부 안씨를 상대로 확인에 나섰다.

학교 측이 딸 아이의 소재를 묻자 안씨는 거짓말로 둘러댔다. 딸아이를 외가에 보냈다고 속인 것이었다. 부인 한씨는 요금을 못 내 휴대전화가 끊겼다며 학교 측이 연락하는 것을 차단하려고도 했다.

안씨의 거짓말은 오래지 않아 들통났다. 동주민센터가 긴급 사안으로 보고 전산 조회로 연락처를 파악, 확인한 결과 아이는 외가에 없었다.

담당 교사가 전화로 캐묻자 안씨는 "딸을 평택의 고아원에 놓고 왔다"고 말을 바꿨다. 맡긴 게 아니라 놓고 왔다고 말한 데다 어느 고아원인지도 분명히 밝히지 못했다.

학교와 동주민센터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수 밖에 없었다. 범죄 관련성이 있는지를 따질 것도 없이 경찰에 신고했다. 학생의 소재가 불분명하거나 학부모가 상담에 응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도록 한 매뉴얼을 따른 것이다.

경찰은 학교, 동주민센터 직원들과 함께 안씨의 집을 방문해 그를 지구대로 임의동행했다. 안씨는 경찰에서도 딸이 고아원에 있는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

그러나 안씨의 거짓말이 들통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 18일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다가 "막내 딸이 아파 병원에 가봐야 한다"고 둘러대고 귀가한 아내 한씨가 죄책감을 견디지 못하고 이날 밤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전모가 밝혀졌다.

한씨가 남긴 유서에는 "나 때문에 아이가 죽었다"고 적혀 있었다. 유서를 토대로 경찰이 집중 추궁하자 안씨는 비로소 아내 한씨가 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욕조에 가뒀다가 숨진 의붓 딸을 암매장한 사실을 실토했다.

경찰은 안씨를 동행 19일 오전 10시부터 진천 야산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이날 오후 3시 30분 현재 아직 딸의 시신은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jc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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