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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삶 꿈꿨는데" 비극으로 끝난 의붓딸·계부의 '위험한 동거'

송고시간2016-03-23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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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양, 친모 가혹행위로 숨져…경찰 수사 나서자 친모도 '자살'

의붓딸 암매장 계부 '거짓말 탐지기 조사'

의붓딸 암매장 계부 '거짓말 탐지기 조사'

(청주=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미혼모의 딸로 태어난 것이 비극의 씨앗이었다.

엄마의 가혹 행위를 견디지 못해 4살의 짧은 생을 마감한 뒤 암매장된 안모양은 태어나면서부터 천덕꾸러기였다.

안양은 2007년 8월 세상과 연을 맺자마자 엄마의 곁을 떠나 보육원 등을 전전해야 했다.

안양이 태어날때 28살이었던 엄마 한모(36)씨가 미혼모였기 때문이다.

친아버지의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채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안양이 처음으로 가정의 품에 안긴 것은 2011년 4월이었다.

당시 한씨는 안모(38)씨와 동거를 하고 있었다. 안양을 집으로 데려온 지 석 달 뒤인 그해 7월 부부는 결혼했다.

한씨는 안씨와 결혼하면서 보육원에 맡겼던 딸도 함께 어우러지는 단란한 가정과 새로운 삶을 꿈꿨는지 모른다.

그러나 엄마의 손을 잡고 보육원을 나섰던 안양을 맞이한 곳은 부모와 형제가 정겹게 생활하는 평범한 가정이 아니었다.

결혼을 앞둘 때까지 안양의 존재를 몰랐던 의붓 아버지 안씨에게 의붓딸 안양은 사랑스러운 딸이 아니었다.

안양의 등장과 함게 새로운 가정을 꾸린 안씨와 한씨 부부의 갈등이 잦아졌다.

한씨에게 딸은 점차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됐고, 꾸짖음은 학대 수준으로 수위가 높아졌다. 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며 물이 담긴 욕조에서 가혹 행위까지 했다. 결국, 안양은 꿈에 그리던 엄마와 함께 산 지 7개월 만에 짧은 생을 마감했다.

계부 안씨도 의붓딸 안양의 학대에 가세했다.

부부간에 싸움이 잦아지면서 '남의 자식'을 데려온 아내에 대한 불만을 안양에게 화풀이했을 가능성이 있다.

경찰의 조사에서도 이런 사실이 확인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청주 청원경찰서 곽재표 수사과장은 23일 "한씨가 남긴 메모를 토대로 추궁한 결과 안씨가 의붓딸을 폭행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존재를 숨기고 보육원에 맡겼던 안양이 집에 온 뒤 갈등이 시작됐고, 남편에 대한 한씨의 원망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잦은 싸움과 부부갈등이 심화하면서 한씨가 몸에 멍이 들 정도로 안양을 폭행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한씨가 남긴 메모에도 이런 남편에 대한 원망이 가득하다.

경찰은 안씨에 대해 사체유기 혐의에 더해 아동학대나 폭행 혐의를 추가하기로 하고, 안씨의 학대가 더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의료보험 기록 등을 조사하고 있다.

그나마 엄마 한씨는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마지막 순간 속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씨는 경찰의 조사를 받고 귀가한 지난 18일 밤 "가족에게 미안하다. 나 때문에 우리 아이가 죽었다. 하늘에 가서 부모로서 못다 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죽은 안양을 암매장한 계부 한씨에게는 이런 모습조차 찾아볼 수 없다.

경찰이 확보한 한씨의 핸드폰에는 메모처럼 쓴 상당량의 일기가 저장돼 있으나 안양에 대한 이야기는 단 한 줄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치 안양의 죽음이 자신과 아무런 관련 없는 남의 문제로 생각하는 듯하다.

어쩌면 안양을 암매장하고도 아무런 죄의식 없이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한씨가 지목한 암매장 장소를 경찰이 샅샅이 뒤지고 있으나 아직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 이마저도 거짓말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미혼모의 딸로 태어난 안양은 부모의 학대로 죽임을 당하고, 5년이 넘도록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비극의 주인공이 됐다.

안양의 비극적인 삶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치부를 보여주며 위기의 가정에서 위기의 아동이 나온다는 명제를 재확인한 사건으로 남게 됐다.

bw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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