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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한국독립문화원이 팔린다고?" 한인사회 발칵

송고시간2016-03-23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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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이민과 독립운동의 산 역사…경민학원이 사들여 개원

한인 대표단 기자회견 열어 "한인사회에 기증해 달라" 호소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22일 오후 2시(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의 하와이 한인회 사무실에서는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한인회의 박봉룡 회장, 안영실 부이사장, 허인희 자문위원, 그리고 고서숙 인천광역시 국제자문관 겸 고송문화재단 이사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한국독립문화원의 매각설이 사실이라면 경민학원 설립자인 홍우준 박사와 (아들인) 홍문종 이사장(국회의원)은 답변하길 바란다"라며 입장을 밝혔다.

한인들은 "홍 박사는 지난 2002년 독립 유적지인 대한인국민회 터를 타민족에게 넘겨줄 수 없다며 애국의 마음으로 구입해 한국독립문화원을 세우고 잘 이끌어 오셨다"고 감사의 뜻을 표시하면서도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문은 닫혀 있고 끊임없는 매각설이 흘러나왔다"고 전제했다.

이어 "초심으로 돌아가 매각을 즉시 중단함으로써 국보급 유적지인 한국독립문화원이 타민족에게 넘어가지 않고 우리 후대까지 잘 보존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하와이 동포들의 마음을 전한다"며 "독립문화원이 역사와 유물로 후대에게 남도록 한인사회에 기증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국 정부와 호놀룰루 총영사관에도 "한국독립문화원의 매각설에 관심을 두고 해결해 달라"고 부탁했다.

하와이 한인사회가 한국독립문화원 매각설로 떠들썩하다. 이날 한인회가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한 사연은 이렇다.

하와이는 1903년 1월 13일 미주 한인이 첫발을 내디딘 이민 113년 역사의 시발지. 1909년 2월 1일 해외 독립운동의 거점인 대한인국민회 하와이 지방총회가 호놀룰루에서 결성됐고, 이후 이곳은 미주 한인사회의 최고 통일기관으로서 앞장서서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대한인국민회 건물은 처음에 밀러 스트리트 1306번지에 있었지만, 해방 후인 1948년 루크 애비뉴 2756번지로 옮겼다. 이곳에는 포르투갈 총영사관이 있었다.

경민학원은 지난 2002년 55만 달러(약 6억3천855만 원)에 이 건물을 사들여 일제강점기 하와이 한인들의 독립운동을 기념하는 한국독립문화원으로 꾸미겠다고 밝혔다. 한국독립문화원은 1년 뒤 미주 한인 이민 100주년을 기념해 문을 열었다.

이곳에는 하와이 초기 이민에서부터 독립운동, 해방 후 고국 지원 활동에 이르기까지 각종 유물과 사진이 전시돼 있다.

대한인국민회 회관(1914∼1947년) 사진을 비롯해 대한인국민회 하와이 지방총회 창립회원 사진, 이승만의 대한인국민회 입회 증서, 대한인국민회가 당시 독립운동 자금을 모금했음을 보여주는 의연금 증서, 독립운동을 위해 군인 양성에 앞장선 박용만 선생의 모습과 당시 훈련 장면을 담은 사진 등은 귀중한 사료적 가치가 있는 것을 평가된다.

특히 독립운동을 하다 스러져간 한인들의 넋을 기리고자 '무명 애국지사 추모비'도 문화원 안에 세웠다.

하지만 이 문화원은 주택가에 위치한 탓에 토지 이용 규제에 묶여 개원 이래 공공시설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유명무실한 시설로 전락했다. 경민학원 측과 몇몇 동포가 나서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고, 현지 총영사관도 "개인 소유"라며 책임을 떠넘기며 내버려뒀다.

그러다가 최근 매각설이 다시 불거져 나왔다. 미주한국일보 하와이지사(지사장 신수경)는 관계자의 제보를 토대로 21일 자 인터넷판에서 "현금으로 부동산 매매가 이뤄진 상태이며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호놀룰루시 정부 세금고지 액수를 토대로 한 이 문화원의 가격은 150만 달러 상당. 만일 매각이 이뤄졌다면 매매가는 이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홍 박사의 딸인 홍지연 경민대학교 부총장이 21일 하와이에 들러 독립문화원 관리인을 만나고 이튿날 떠났다는 사실도 한인들에게는 의심을 살 만한 정황이다.

제보자가 22일 오전 미주한국일보에 다시 전화를 걸어와 "매각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을 바꾼 것도 석연치 않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현지의 한 회계사는 "매각이 사실이라도 엄밀히 말해 개인의 재산이기에 법적인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애초 비영리재단을 설립하고 한국독립문화원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동포사회와 한국인에게 했던 약속을 저버리고 사유재산 개념으로 개인에게 매각한다면 부동산 투자로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역사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미주 한인 사회와 모국에 미치는 파문은 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경민학원 측은 매각설과 관련, "전혀 사실무근이며 매각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하와이 한인회의 기증 요청은 아직 들은 바 없다"고 밝혔다.

"하와이 한국독립문화원이 팔린다고?" 한인사회 발칵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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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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