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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한국 음악계의 얼굴…부당한 상황에 충격"

송고시간2016-03-24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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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상임작곡가 진은숙, 서울시향 사태 작심 발언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정명훈 지휘자는 국제 사회에서 한국 음악계를 대표하는 얼굴 역할을 하는 분입니다. 백남준, 윤이상 등과 함께 한국 문화계를 대표하는 큰 이름입니다. 그것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죠. 그런 분이 당했던 정당하지 못한 여러 가지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충격을 받았습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상임작곡가 진은숙(55)이 24일 박현정 전 대표의 직원 성희롱·폭언 논란에서 시작돼 정명훈 전 예술감독의 사퇴로 이어진 서울시향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다. 이 간담회는 원래 서울시향의 현대음악 정기공연인 '아르스 노바'(Ars Nova) 10주년을 맞아 마련된 자리였지만 진 작곡가는 간담회 끝에 "서울시향의 여러 어려운 상황에 대해 말씀드리지 않고 끝낸다는 게 조금 아쉽다"며 작심한 듯 입을 열었다.

"정명훈, 한국 음악계의 얼굴…부당한 상황에 충격" - 2

진 작곡가는 "저는 그간 서울시향의 내홍은 전 대표님과 직원들 사이의 사안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이 확대되면서 시향이 많은 곤경에 처하고, 예술감독의 사퇴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을 대단히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진 작곡가는 세계적인 현대음악 작곡가 반열에 오른 인물로 현재 독일에 거주 중이다. 그가 지난해 12월 말 정 전 예술감독 사퇴 이후 이에 대한 공식적 견해를 밝히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항간에는 외국에서 누가 알아주는 것이 상관없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지만, 만약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면, 왜 올림픽에 가서 우승하면 흥분하고 손뼉 치고, 우리나라에서 노벨상을 바라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우리나라가 국제적으로 중요한 위치로 부상했고, 국제사회의 눈을 무시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닙니다. 그렇지 않다면 북한처럼 문 꼭꼭 걸어 닫고 우리만의 원칙을 갖고 사는 겁니다. 말이 안 되는 얘기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치를 큰 범위에서 바라보고, 여기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진 작곡가는 또 "아이들을 키울 때 부모가 학대하거나 안 좋게 대하면서 아이들이 밖에 나가서 사람 구실을 하기를 바라는 것은 모순"이라며 "국내에서 무슨 찬사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역할, 가치에 대해 조금이라도 지지해주신다면 외국에서 한국 사람으로서 좀 더 자부심을 느끼고 일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진 작곡가는 "서울시향은 시민의 소중한 세금으로 운영되는 단체이기 때문에 세금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오케스트라의 본 업무인 음악에 충실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그동안 많은 공격을 받고 본질적이지 않은 문제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박 전 대표가 최근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 감독과 진 작곡가가 박 전 대표를 해임하지 않으면 서울시향과 재계약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 데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진 작곡가는 그가 지난 10년간 예술감독을 맡아온 '아르스 노바'에 대해서는 "현대음악 프로그램은 외국에서도 하기 힘들고, 누군가 강하게 지원하지 않으면 흔들릴 위험이 있다"며 "앞으로 여러 어려움이 생길 것으로 추측하지만 잘 지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수준 높은 현대음악을 소개해온 '아르스 노바'는 올해 3월 30일 세종체임버홀과 4월 5일 LG아트센터에서 두 차례에 걸쳐 이어진다.

프랑스 보르도 아키텐 국립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지낸 떠오르는 지휘자 크와메 라이언이 지휘를 맡고, 세계무대에서 주목받는 한국계 독일인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가 협연한다.

20세기 작곡가 힌데미트부터 21세기 에사페카 살로넨에 이르는 다양한 현대음악을 연주한다.

페델레의 '사전 II'를 비롯해 횔러 '소실점', 쇼스타코비치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 모음곡 등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작품들도 기다린다.

진 작곡가는 "지난 10년간 작곡가로서 한 어떤 성공보다도 아르스 노바를 통해 느낀 자부심과 기쁨이 가장 크다"며 "10년 전 서울시향 공연 지휘를 단번에 거절한 지휘자가 지난 시즌에 지휘를 맡는 등 국제적 명성 있는 지휘자들에게도 시향이라는 단체가 그들의 커리어에서 한 번 정도는 연주해야 하는 오케스트라 명단에 올라갔다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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