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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법이…' 원주 검·경의 이상한 사건처리

송고시간2016-04-0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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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사건 2개월 만에 번복…"혐의없음"

경찰 "검사 지시받아 처리"·검찰 "이미 종결된 사안"

(원주=연합뉴스) 류일형 기자 =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에서 농사를 짓는 황모 씨(64)는 농사철이 돌아왔으나 좀처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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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여 전 벌어진 말도 안 되는 사건이 여전히 규명되지 않고 있어 속만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술에 취한 이웃이 자신을 뺑소니범으로 허위신고했다가 되레 음주운전으로 입건돼 운전면허가 취소되고 기소의견으로 송치됐으나, 검찰의 추가수사 지휘로 두 달 만에 '혐의없음' 결정이 나고 운전면허도 다시 살아나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급기야 마을 주민들이 수사기관에 연명으로 재수사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집단반발을 사고 있으나 경찰과 검찰의 미온적인 태도로 진전이 없다.

문제의 발단은 2014년 5월 1일 오후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마을 길에서 시작됐다.

당시 마을 앞 논에서 일하던 황 씨는 트랙터가 고장 나 수리를 위해 집으로 가다 맞은 편에서 음주상태로 자신의 포터 트럭을 몰고 오던 같은 마을 A 씨와 시비가 벌어졌다.

트랙터가 속력을 낼 수 없어 서행하는 것을 일부러 좁은 길을 가로막고 자신이 공사를 위해 부른 포크레인 통행을 지체시켰다고 오해한 것이다.

A 씨는 황 씨에게 "왜 동네 길을 혼자서 다 쓰느냐"며 목소리를 높이다 급기야 112에 "황씨가 교통사고를 낸 뒤 뺑소니쳤다"고 허위신고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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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동한 인근 부론지구대 소속 경찰관 2명은 초동수사 결과 A씨가 허위신고를 했으며, A씨가 음주운전을 했다는 황 씨의 주장에 따라 A 씨에게 음주측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A 씨는 경찰의 음주측정에 응하지 않고 자취를 감춘 뒤 1시간여 만에 동네 친구 박모 씨의 컨테이너 집에 숨어 있다가 경찰에 발각됐다.

경찰은 당시 수차례 A 씨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아 탐문을 거쳐 박 씨의 집에서 A 씨를 찾았다.

음주측정 결과 A 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30%의 만취 상태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원주경찰서는 같은 달 28일 기소의견으로 춘천지검 원주지청에 사건을 송치했다.

다음 달인 6월 24일 A 씨의 운전면허도 취소됐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반전은 이후 시작됐다.

원주지청 A 검사는 같은 달 26일 원주경찰서에 추가수사를 지시했다.

그러고 한 달 뒤인 7월 26일 경찰은 A씨가 포터 트럭이 아닌 무등록 오토바이를 운전했으며, 경찰의 음주측정 전에 박 씨의 집에서 박 씨와 함께 추가 음주를 한 것으로 범죄사실을 수정했다.

추가음주 인정으로 혈중알코올농도는 0.046%로 크게 낮아지고, A 씨는 수치미달로 '혐의없음' 처분 결정을 받았다.

취소됐던 운전면허도 두 달여 만에 되살아났다. A 씨는 보란 듯이 새로 산 고급 승용차를 몰고 마을에 나타났다.

초동수사한 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은 당초 주취운전자적발보고서 등에서 A씨가 숨어있던 박 씨 집에서 A 씨와 박 씨에게 방안에 빈 술병 등 추가음주 흔적이 없음을 확인시켰다고 적었다.

또 이들의 동의하에 방안을 사진 촬영해 보고서에 첨부하기까지 한 것으로 기재돼 추가음주 인정 경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황 씨는 "경찰 2명이 지금도 추가음주 흔적이 전혀 없었으며 말도 안 되는 발상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충분한 조사 없이 초동수사 보고서 내용조차 묵살하고 없는 사실을 날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교통사고조사반에서 이 사건을 담당했던 김 모 경사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소송법 원칙에 따른 것"이라며 "경찰은 검사 지시를 받아야 하며 임의로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수차례 황 씨의 탄원에 대해 "이미 종결된 사안으로 재수사의 필요성이 없다"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ryu62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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