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中 법원, 첫 동성결혼 소송에서 '불가' 판결(종합)

송고시간2016-04-14 17:57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中 남성 동성애자 2천만명 추산…"동성애 남편둔 부인 고통은 어쩌나"

(서울·베이징=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진병태 특파원 = 중국 법원이 동성결혼을 허용해달라는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14일 중국법원망 보도에 따르면 중국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시 푸룽(芙蓉)구 인민법원은 쑨(孫.27)모씨 등 남자 2명이 푸룽구 민정국을 상대로 낸 혼인등기 행정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13일 기각했다.

쑨씨와 그의 파트너(37)는 지난해 6월 23일 푸룽구 민정국에 혼인등기를 신청했지만 민정국이 '혼인법' 규정을 들어 기각하자 소송을 냈다. 쑨씨는 민정국이 혼인등기를 해주지 않은 것은 자신들의 합법적인 권리를 침해한 것이며 행정기관이 마땅히 해야할 책무를 태만히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중국의 관련법률은 혼인 당사자를 남녀 쌍방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원고의 혼인등기 신청은 이런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청구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법원은 쑨씨 등이 개인 프라이버시에 저촉하지 않는다고 밝혀 재판을 공개했으며 200여명이 이를 지켜봤다.

중국에서 동성결혼을 허용해달라는 소송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이번 판결이 판례로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쑨씨는 중국법에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조항은 없는 만큼 부당하고 불공정하다며 항고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에서는 일부 사회학자들이 동성결혼의 합법화를 주장하고 있으나 이성 결혼만을 인정하는 중국 법규와 도덕·윤리 관습으로 지지와 반대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中 법원, 첫 동성결혼 소송에서 '불가' 판결(종합) - 2

뉴욕타임스(NYT)는 동성결혼 허용을 주장하는 네티즌들은 이 사안이 법정에서 다뤄진 것 자체가 "이미 승리"라며 "포기하지 말라"고 격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포린폴리시는 중국의 네티즌 사이에서 동성결혼 허용 찬성론이 많다며 이는 미국에서처럼 부모세대와 달리 전통적 가치관에 매이기보다는 개인선택과 행복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성향을 반영한 것이며 중국 특유의 사회적 문제도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판결은 중국에서 동성애자 남편과 결혼해 사는 '퉁치(同妻)' 문제와 연관돼 관심을 끌었다. 동성애자임을 밝힐 수 없는 사회 분위기 탓에 이를 숨기고 사랑 없는 결혼 생활을 해나가는 동성애자 남편 때문에 그로 인한 부인의 비극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성과학자 리인허에 따르면 중국의 남성 동성애자는 2천만 명에 이르며 그 중 80%는 여성과 '위장결혼' 상태이다.

中 법원, 첫 동성결혼 소송에서 '불가' 판결(종합) - 3

리인허는 "퉁치의 남편들은 부인과 눈을 맞추지 않고 가까이 다가가지도 않고 몸이 닿는 것도 피한다"고 지난 2010년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이는 여성의 자존감에 심각한 타격일 수밖에 없다.

지난 2012년 6월 동성애자 남편을 둔 여성이 남편으로부터 고백을 듣고 자살한 것을 계기로 퉁치 문제가 중국의 사회적 관심사가 됐다고 포린 폴리시는 전했다.

지난 2011년 퉁치 문제를 다룬 한 중국 매체에 3년 동안 남편이 동성애자인 것도 모른 채 남편이 키스나 포옹조차 하지 않은 것이 "내게 문제가 있기 때문으로 생각했다"는 한 퉁치의 말이 실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중국 법원이 동성결혼에 대한 불가 판결을 내린 이날에도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 퉁치 문제가 주요 화제로 떠올랐다.

포린폴리시는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퉁치를 더 만들어낼 뿐"이라는 글이 1만건 이상 찬성 반응을 얻을 정도였다고 소개했다.

이외에 "동성애를 권장하자는 게 아니라, 동성결혼이 계속 금지되면 퉁치들의 비극이 점점 커지지 않겠느냐"며 "이들 불쌍한 여인들을 위해 나라가 최소한 몇 가지 개혁조치들을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동성애자 부인을 둔 남편인 '퉁푸(同夫)' 문제도 있으나, 퉁푸는 퉁치보다 경제자립도도 크고 중년 남성의 이혼은 여성의 이혼보다 사회적 수용도가 크기 때문에 동치보다 재혼이 훨씬 쉽다고 포린 폴리시는 전했다.

ydy@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