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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이라도 만질 수 있다면"…시간 멈춰선 기억교실

송고시간2016-04-1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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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침묵 속 복도·칠판·벽면에 애끓는 편지 가득이전 앞둔 기억교실…"후배들은 여기서 새로운 교육받길"

(안산=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2014년 4월 16일 오전 진도 앞바다의 사나운 맹골수도가 세월호를 삼켜버린 그 시간, 사고 대책본부가 차려진 안산 단원고 2학년 4반 교실은 비명과 오열로 가득찼다.

자녀의 생사를 확인하러 부랴부랴 학교로 달려온 학부모들 눈에 멀티비전을 통해 들어온 건 좌현으로 반쯤 기운 세월호의 모습이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이의 이름을 목놓아 울부짖는 것뿐, 자식이 공부하던 교실에서 속수무책으로 아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잔인한 현실에 부모들은 몸부림쳤다.

그 뒤로 교실의 시간은 멈춰버렸다.

"손톱이라도 만질 수 있다면"…시간 멈춰선 기억교실 - 2

세월호 2주기를 이틀 앞두고 14일 찾은 단원고 2학년 4반 '기억교실'(존치교실)에는 아이들의 체온이 고스란히 스며있는 책·걸상, 사물함이 아직도 주인을 기다리는 듯 2년 전 그 모습 그대로였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대신 무거운 침묵만이 흐르는 교실에 들어서니 희생자 중 가장 먼저 시신이 수습된 고 정차웅 군의 자리가 눈에 띄었다.

정군은 자신의 구명조끼를 벗어 친구에게 내준 의인으로 알려져 유족들 말고도 각지에서 많은 이들이 여전히 정군을 찾아와 추모하고 있다.

정군의 부모는 최근 편지에 "학교에 왔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안 보이는구나. 아직 운동장에 있는거니. 참 많이 보고 싶어. 언제쯤 마음 놓고 너를 안아볼 수 있을까. 꿈에서라도 볼 수 있다면…"이라고 애끓는 심경을 남겨뒀다.

간절한 유족들의 편지는 정군의 앞·뒷자리, 옆자리를 쓰던 친구들의 책상에도 올려져 있다.

이런 책상이 교실마다 30여개씩, 그리고 그런 교실이 단원고 2∼3층에 걸쳐 10개나 된다.

단원고 관계자는 "교실을 볼 때마다 세월호 참사의 규모가 얼마나 컸는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사망하거나 실종된 학생만 250명"이라며 "주말이 되면 유족들이 찾아 책걸상을 깨끗이 닦아 두고 아이의 책상에 앉아 한참을 울다간다. 항상 보는 모습인데도 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고 전했다.

"손톱이라도 만질 수 있다면"…시간 멈춰선 기억교실 - 3

가족의 품에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들을 향한 간절한 바람도 계속된다.

실종자 허다윤양의 언니는 "마지막이라도 단 한번만 진짜 한번만 제발…안아볼 수라도 아니 손하나 손톱이라도 만질 수 있다면…"이라며 "항상 옆에 있을 줄 알았는데…있을 때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사랑해"라며 하루 속히 동생을 품에 안길 기도하는 글을 남겼다.

복도와 칠판, 앞·뒷문, 창문, 벽면까지 백년 천년보다 긴 하루하루가 더해져 흘러간 2년 동안 아이들의 무사 귀환을 애타게 기원하는 메시지가 가득찼다.

그러나 아이들은 끝내 돌아오지 못한 채 깊고 어두운 바다 속을 해매다 하늘의 별이 됐다.

기억교실에 가려져 조명은 상대적으로 덜 받았지만, 단원고에는 희생교사들이 사용하던 2학년 교무실이 존치돼 있다.

참스승이었던 희생교사들을 추모하는 제자들의 메시지는 사랑의 매에도 쓰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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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을 구조하다 희생된 고 남윤철 교사의 '사랑의 회초리'에는 "선생님이 최고에요", "빨리 돌아오세요"라는 등 스승에게 매맞던 제자들의 애타는 마음이 담겼다.

사망하거나 실종된 교사들에 대한 추모글 사이로 죄책감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 강민규 교감에 대한 시민들의 안타까운 마음도 서려있다.

시민들은 추모록에 "선생님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우리 나라의 잘못에 선생님이 희생됐다"는 등의 글을 남겼다.

세월호 참사 2주기, 기억교실 시계는 여전히 2014년 4월 16일에 맞춰져 있지만, 오늘도 눈물 흘리는 유족들은 '임시 이전'이라는 뼈아픈 결단을 내렸다.

재학생, 즉 후배들의 학습권을 보장해달라는 요구에 응해 가칭 '416민주시민교육원'이 건립될 때까지 기억교실을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으로 임시이전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한 유족은 "교실에는 유족 저마다의 아픔이 고스란히 스며있다. 아이들에 대한 기억을 누가 그리 쉽게 지울 수 있겠느냐"며 "임시 이전은 솔직히 등 떠밀려 내리게 된 결정이다. 꼭 이랬어야만 했는지 되묻고 싶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어 "기억교실에서 공부할 희생학생들의 후배들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교육을 받길 바란다"며 "또 단원고는 기억교실 공간을 앞으로 새로운 교육을 펼칠 교실로서만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종천 416기억저장소 사무국장은 "기억교실은 대한민국 사회의 거울과도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라며 "우리 사회는 기억교실을 정리하라고 요구했을 뿐, 세월호 참사를 통해 무언가 배우려는 자세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기억교실에서는 대학 입시 위주의 교육이 아닌 4·16 세월호 참사를 통한 새로운 교육이 펼쳐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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