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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팔·왼쪽다리 없지만…바다송어 양식 성공한 윤경철씨

송고시간2016-04-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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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족·의수로 천수만 누비며 서해안 최초 바다송어 양식 성공

"미친놈 소리 들으며 연구했죠"…'서해안 바다송어 아버지'

(보령=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 서해안에서 바다송어 양식에 최초로 성공한 천수만씨푸드 윤경철(57) 대표는 거친 바다 앞에서 더 강한 사람이다.

바다에서 살다가 산란기가 되면 강으로 돌아오는 송어는 주로 찬 계곡물에서 양식되는 민물어종으로 알려졌지만, 윤 대표는 2013년 서해안 최초로 천수만에서 송어 바다 양식에 성공했다.

천수만에서 출하하는 바다송어는 모두 그의 손을 거쳐야 해, 윤 대표는 그야말로 '서해안 바다송어의 아버지'다.

바다에서 더없이 강한 윤 대표지만 그는 두 팔과 왼쪽 다리가 없는 1급 장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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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기사로 일하던 1982년 그는 2만2천900 볼트 고압선에 감전되는 사고를 당했다. 생사를 넘나드는 고비를 수십 차례 넘기면서 끝내 그는 두 팔과 다리 한쪽을 잃고 말았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죽기로 했을 때도 많았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사고 후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충남 홍성으로 내려와 농사와 농산물 유통업을 하며 생활했다.

그러다 우연히 지인들과 함께 처음 먹어본 송어 맛에 반해 민물 송어양식에 뛰어들었다.

20여년 넘게 민물송어 양식을 하던 그는 2008년 바다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바다에서 송어를 양식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그는 의족과 의수를 한 불편한 몸을 이끌고 매일같이 바다로 나가 바닷물을 집으로 퍼 나르며 양식 실험을 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외국 연구 결과 번역을 부탁하며 밤낮으로 공부도 했다.

윤대표는 "새벽 다섯시 반에 일어나 바닷물을 뜨러 가고, 집에서 시도하다가 송어가 폐사하면 또다시 바닷물을 떠 오며 연구에 매달렸다"며 "얼마나 많은 송어를 폐사시켰는지 모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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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오는 날도 직접 돌아다니면서 최상의 양식장 위치도 찾아다녔다.

오랜 연구와 시도 끝에 2013년 점차 염도를 높여가는 방식으로 송어를 바닷물에 적응시키는 순치과정을 통해 바다양식에 결국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 천수만이 태풍 등의 피해가 적을 뿐만 아니라 담수가 많이 모여들어 염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영양염류도 풍부해 질 좋은 바다송어를 생산해 낼 수 있는 최적지라는 결과도 얻어냈다.

윤 대표의 노력이 담긴 바다송어는 민물송어보다 육질이 더 뛰어나고 비린 맛도 나지 않는 최상의 품질을 자랑한다.

그 결과 2014년 일본에 수출길까지 활짝 열었다.

윤 대표의 성공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었다. 주변의 많은 사람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의 무모한 시도를 바라봤다.

자체 연구를 다 끝낸 다음에조차 그의 성공을 쉽게 믿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는 "미친놈 소리 참 많이 들었다"며 "바다를 많이 연구한 박사님들도 처음엔 서해안 바닷물은 너무 탁해서 안 된다고 해 절망할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위기 때마다 원동력이 된 것은 그의 뚝심이었다.

수십 차례 무료 시식회를 열어 바다송어의 뛰어난 육질을 직접 맛보도록 하고, 어촌계 어민들을 따라다니며 설명회도 열었다.

불편한 팔과 다리로 매일같이 현장에 나가 그물을 올리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송어 상태를 살폈다.

윤 대표는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으나, 나를 믿고 응원하는 가족들을 보며 힘을 낼 수밖에 없었다"며 "몸은 불편하지만 각오와 의지가 있는 이상 될 때까지 추진해야한다고 생각했다"고 힘줘 말했다.

최근 홍성에서 보령으로 터전을 옮긴 그는 시의 지원을 받으며 오는 5월 순치장 착공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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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 기술도 안정화돼 순치장이 완공되면 365일 바다송어를 양식할 수 있게 된다고 윤 대표는 설명했다.

바다송어 전문 음식점을 열고, 보령시와 손잡고 바다송어 축제를 여는 등의 더 큰 그림도 그리고 있다.

특히, 바다송어 양식 방법을 어촌계와 공유해 어촌 상생 방안으로 쓰이길 바라고 있다.

민물송어는 치어에서 출하까지 1년 반 정도가 걸리지만 바다송어는 6개월 정도면 출하 가능해 소득 증대에 유리하다.

또 송어가 냉수성 어종인 만큼 겨울철에도 활동이 활발해 겨울철 양식도 할 수 있어 어민들에게도 좋다.

윤 대표는 "바다송어 잘 키워서 국민에게 좋은 생선,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고 싶다"며 "해외에 수출해 국위 선양도 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환하게 웃었다.

so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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