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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여서 행복"…'배움의 끈' 놓지 않는 중증장애인 부부

송고시간2016-04-18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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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장애인야학 '노들' 8년째 다니는 김탄진·장애경씨

올해 아내가 학생회장, 남편이 부회장으로 선출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아프지 않고 건강히 학교만 다닐 수 있으면 좋겠어요. 힘들 때도있지만 함께 하니 의지가 많이 됩니다."

1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장애인야학 '노들'에서 만난 중증장애인 부부 김탄진(49)씨와 장애경(48·여)씨는 이렇게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이들은 모두 뇌병변장애 1급의 중증장애인이다. 휠체어를 타지 않고는 다닐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불편하다. 생활 전반에서 보조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장씨는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되지만 김씨는 이마저도 어렵다.

하지만 배움과 세상을 향한 이들의 열망에 장애는 걸림돌이 아니다.

노들을 다닌지 올해로 8년. 장씨와 김씨는 올해 각각 학생회장, 부회장으로 선출됐다. 23년 역사의 '노들'에서 여성 학생회장은 처음이다.

장씨는 "그동안 남자들만 회장으로 뽑혔다"며 "지난해도 출마했다 떨어졌는데 이번에는 후보가 나밖에 없어 운이 좋았다"고 기뻐했다.

그는 "다른 학생들이 아프다, 귀찮다고 핑계를 대고 결석하는 것을 보면서 '꾸준히 출석하면 6개월에 한 번씩 2만원 짜리 상품권을 주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며 "다른 학생을 돌보고 이끄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 매력적이고 재밌기도 해서 회장에 도전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3년 전쯤 노들 회장을 했는데, 아내가 학생회장을 하고 싶다고 해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부회장을 맡기로 했다"고 옆에서 거들었다.

"함께여서 행복"…'배움의 끈' 놓지 않는 중증장애인 부부 - 2

김씨와 장씨는 10여년 전 경기 남양주의 한 장애인 시설에서 만났다.

외출은커녕 먹고 자는 것도 마음대로 못하며 숨 막힌 생활을 하던 이들은 결국 2009년 김씨가 먼저 시설을 나왔고, 장씨가 그의 도움으로 몇 달 후 시설에서 나올 수 있었다.

노원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살림을 차린 이들은 그해 결혼했다. 이후 노들을 다니기 시작했다.

장씨는 "시설에서는 장애인 한 명 한 명이 모두 돈이어서 한번 들어가면 잘 내보내 주지 않는다"며 "기초수급비도 챙길 수 있고 가족도, 외부 후원단체에서도 돈을 건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편은 가족이 없으니 외로웠을 텐데 결혼하게 돼 좋았을 것 같고, 나도 남편 아니었으면 아직도 시설에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런 부분에서 서로 고맙다"고 설명했다.

노들에서의 삶은 장애인 시설 때와는 여러모로 달랐다. 사람들은 부부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의사를 존중했다.

장씨는 "바깥 구경도 하고 먹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먹을 수 있어서 정말 좋다"며 "공부는 힘들지만, 음악·연극·미술 등 다른 이들과 함께하는 활동이 재밌다"고 미소를 띠었다.

김씨는 "나중에 나 같은 이들을 위한 센터를 차리고 싶은 꿈을 이루려 검정고시를 모두 통과하고 현재 사이버대학에서 복지 공부를 하고 있다"며 "쉽지는 않지만, 나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계속하려고 한다"고 다짐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행복을 찾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장애인의 삶이 더 윤택해질 수 있도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주최 집회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사회활동도 하고 있다.

장씨는 "휠체어를 가로막는 모든 '턱'들이 없어져 마음 편히 다닐 수 있기만 해도 정말 좋을 거 같다"고 바랐다.

kamj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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