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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가습기 살균제 가해 업체 증거인멸까지 시도했나

송고시간2016-04-22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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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정부 공식집계로만 239명의 사망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일으킨 가해 기업들이 뒤늦게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정부가 지난 2011년 의문의 폐 손상 환자와 사망자의 발병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라는 사실을 밝혀낸 지 5년 만이다.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이들 기업이 갑자기 사과문을 낸 까닭은 최근 검찰이 이 사건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한 것과 관련이 있다. 공식 사과를 한 시점부터 개운치 않다. 게다가 일부 사과내용은 책임 회피성이어서 진정성마저 의심스럽다는 반발을 샀다. 일부 가해 기업은 법적 책임을 피하려고 증거를 인멸한 단서까지 나왔다고 한다. 증거인멸 정황과 공식사과문 발표라는 이중적 모습은 해당 기업의 부도덕성만 더욱 부각한 느낌이다.

103명이라는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제품의 제조사인 옥시는 롯데마트와 홈플러스가 사과하고 피해지원을 약속한 다음에야 공식 사과했다. 옥시는 21일 오후 언론사에 달랑 한 통의 이메일을 보냈다.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에 관련하여 말씀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이메일에서 "사회적 책임을 통감한다"는 표현을 썼고 이미 조성된 50억 원 외에 50억 원을 추가로 출연해 피해자 지원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전관리 수칙을 준수했다.' '상당 부분의 사안이 법원 조정절차를 통해 종결됐다.' 는 등 법적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당장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단체는 "옥시의 사과는 받지 않겠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사과의 시점과 형태, 내용 모든 면에서 역효과만 난 느낌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옥시가 법적 책임을 피하려고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의혹이 그것이다. 문제의 화학물질을 제조한 회사가 첨부해 원료와 함께 공급한 '화학물질의 안전한 사용관리 자료'를 옥시 측이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직전에 삭제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는 내용이다. 이 첨부 자료는 '호흡기를 통해 흡입하면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고 한다. 이런 의혹이 사실이라면 중대한 범죄가 될 수 있다. 검찰은 증거인멸이 사실인지는 물론이고 이를 지시한 주체와 경위를 낱낱이 밝혀 공개해 주길 바란다.

2010년 한해 우리나라에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사람의 숫자는 무려 1천만 명을 넘는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잠재적 피해자는 227만 명에 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회사가 책임을 진 것은 공정거래위원회가 4개 기업에 부과한 벌금 5천200만 원에 불과하다. 일반적인 정서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책임 추궁이다. 이 같은 대형 사고가 재발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려 엄하게 처벌하는 건 필수다. 제조업체만 믿고 건강을 위해 가습기를 틀었다가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은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이는 최소한의 도리다. 그래도 이미 발생한 피해는 어디서도 보상받을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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