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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아픔이 공감으로, 다시 기적으로" 꽃으로 피어난 이야기

송고시간2016-04-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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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광주시민상주모임 회원들의 목소리 책으로 출간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당연히 구할 줄 알았어요. 못 구하는 건 상상도 안 되었어요. 왜 저렇게 손 놓고 구경만 할 수 있을까? 내가 꿈을 꾸나? 생각했지요."

광주 광산구에 사는 40대 주부 A씨는 4월의 차가운 바다에 세월호가 가라앉은 그 날 이후 "내 아이가 죽은 것만 같은 느낌"을 간직하며 일상을 보낸다.

텔레비전으로 단원고 엄마들의 절규를 보면서 사흘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한 A씨는 참사로부터 한 달이 지나도록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자신 또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서 아이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의식에 안산 합동분향소를 찾은 A씨는 미안한 마음에 영정조차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빨리 퇴선하라!' 그 말 한마디만 했으면 살았을 텐데. 그때부터 날마다 눈물이 밥이에요. 오죽했으면 우리 딸이 뉴스 보지 말라고 했을까요."

4남매의 엄마 B(65)씨 또한 세월호 가족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며 마음의 병을 앓던 어느 날 무언가에 이끌리듯 팽목항 자원봉사에 참여했다.

붙잡는 남편을 "우리가 침묵하면 이런 사건이 또 나요. 내가 죽고 없더라도 자식 손자들이 제대로 살 수 있게 합시다"고 뿌리치며 화장실 청소 등 허드렛일을 떠맡았다.

이들처럼 2014년 4월 16일 인생의 변곡점을 맞은 갑남을녀는 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광주시민상주모임이라는 이름으로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을 모았다.

"세월호 아픔이 공감으로, 다시 기적으로" 꽃으로 피어난 이야기 - 2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던 이들은 세월호 가족과 함께 전국을 누비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천만인 서명운동'에 나섰고, 팽목에서 안산을 거쳐 광화문까지 순례길에 올랐다.

시민상주로 살아온 지난 2년여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길 필요성을 느낀 회원들은 서로가 인터뷰어·인터뷰이 역할을 하며 상대의 삶에 귀를 기울였다.

1년여의 작업 끝에 차곡차곡 쌓인 이들의 목소리는 두 권의 책으로 묶여 세상에 나왔다.

상주모임은 피붙이 같은 유족들과 울고 웃으며 부대낀 이야기를 묶어 '사람꽃피다'를 출간했다고 23일 밝혔다.

인터뷰에 참여한 시민상주 임윤화씨는 "회원들 가운데 4·16 이전과는 다르게 사는 사람들도 많았다"며 "사회 문제에 별다른 관심이 없이 살아왔던 이들에게 세월호는 아픔에 눈을 뜬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임씨는 "작은 씨앗이 꽃으로 피어나듯 '해보자'가 '하겠다'와 '나도 하겠다'로 이어진 기적이 사람의 꽃으로 피어났다"고 이야기했다.

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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