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일본 신사(神社)들 재정난…"돈 되는 것은 뭐든 한다"

송고시간2016-04-28 06:08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부적, 제비뽑기, 맞선까지…부동산 재개발 추진하기도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10만개로 추정되는 일본 신사(神社) 가운데 재정난을 겪는 곳이 늘고 있다.

25년 장기불황을 겪고 있는 데다 신사에 대한 일본인의 애정이 식으면서 상당수 명문 신사조차도 최근 들어 경영난이 심해지고 폐업하는 신사도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상당수 신사는 "돈 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한다"며 기본적인 부적 팔기와 제비뽑기 등은 물론 맞선 이벤트와 재개발까지 나서고 있다.

일본 신사(神社)들 재정난…"돈 되는 것은 뭐든 한다" - 2

28일 일본의 경제전문 '주간 다이아몬드'에 따르면 일본에서 가장 크고 부자로 꼽히는 신사인 도쿄 '메이지진구(明治神宮)'는 수익 확보를 위해 예식장과 진구구장 임대 등 다양한 영리 목적의 사업을 하고 있다.

메이지 일왕 부부의 영혼이 봉헌된 메이지진구는 하객 60명이 참석하는 결혼식을 치를 경우 430만엔(약 4천457만원)이 드는 '메이지기념관' 예식장을 운영 중이다. 비수기인 1월 예식은 20% 할인도 해준다.

피로연의 동영상이나 사진촬영 등의 옵션을 추가하면 일반적인 예식보다 거액이 든다고 한다.

이 예식장은 메이지헌법의 초안을 심의한 어전회의장이라는 유서 깊은 곳인데다 피로연장도 있어 일본식 결혼을 원하는 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메이지진구는 이 밖에도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홈구장인 진구구장과 테니스클럽, 아이스링크, 골프연습장 등을 70만㎡가 넘는 부속 토지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런 시설 운영을 통한 공익사업 수익 등 메이지진구의 전체 수입은 비공개다.

다이아몬드는 메이지진구의 전체 수익을 연간 140억엔(약 1천451억원)으로 추정했다. 메이지진구 측은 그러나 "드넓은 부속토지를 유지·관리하는 비용이 막대해 적자를 보고 있다"고 다이아몬드 측에 밝혔다.

메이지진구는 최근 광고업체와 함께 드넓은 '진구외원'의 진구구장을 돔구장으로 만드는 계획과 주변 부동산개발을 연결한 거대 재개발 프로젝트 착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신사(神社)들 재정난…"돈 되는 것은 뭐든 한다" - 3

제일 가는 부자로 꼽히는 메이지진구가 적자라며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나머지 군소 신사들의 사정은 더욱 좋지 않다고 한다.

부적이나 제비뽑기, 부채, 붓, 화살, CD 등 상품 판매는 물론 이벤트 개최도 불사한다.

신사 관련 상품은 중소영세업체가 주로 생산한다. 일본 전체로 보면 규모가 큰 신사 상품 업체는 4~5개사에 불과하지만, 여기에서 독립하거나 하청을 하는 중소업체가 많아 전국에 수백개사가 다품종 소량생산의 수공업식 사업을 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신사의 비즈니스로는 금기시했던 성역도 사라지고 있다. 일반기업처럼 신사도 직원 월급이나 각종 지출에 대한 부담 때문에 수익원 창출에 부심하고 있는 것이다.

다이아몬드는 "지금은 신사에도 경영 감각이 필요한 시대"라면서 머리를 짜내 쇠락해가는 신사를 살려낸 사례를 소개했다.

도쿄도 이마도신사가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부적이 연간 20개밖에 안 팔릴 정도로 한적한 신사였던 이곳은 인연과 복을 부른다는 '마네키네코'의 발상지라는 역사성을 살려 '인연맺기(엔무스비)' 이벤트를 개발했다. 2013년 11월부터 수시로 홈페이지를 통해 단체맞선 안내를 했고 지금까지 100회가량 실시해 60쌍이 결혼에 골인했다고 한다.

이마도신사 측은 인연맺기 이벤트가 히트를 하며 "부적 등 관련상품 납품이 전국에서 가장 늘어난 신사"가 되었다고 한다.

애니매이션 성지가 돼 지역경제를 살린 신사도 다수 등장했다.

사이타마현 와시노미야신사나 이바라키현 오아라이이소사키신사는 지역이 주무대인 애니매이션을 통해 인기를 끌었다. 도쿄에서도 간다신사가 애니메이션을 활용해 부흥했다.

다이아몬드는 "전통을 지키면서도 시대에 따른 변화를 활용하거나 이끄는 모습은 경영난을 겪는 신사들의 부흥에 힌트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taein@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