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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추행·난동·사기…히포크라테스 선서 찢어버린 의사들(종합)

송고시간2016-04-2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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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의사 피해"…"사회윤리교육 강화해야"

(전국종합=연합뉴스) 다른 전문직 종사자와 함께 '사회 지도층'으로 대접받는 의사들이 폭행·성추행 등 각종 사건에 휘말리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비행기에서 술에 취해 담배를 피우며 난동을 부리거나 자신에게 인사를 하지 않은 병원 직원을 폭행하고 심지어 환자를 성추행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비록 일부이지만, 윤리와 책임을 강조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무색할 정도로 의사들의 사회 윤리의식이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갑질'하는 의사…환자 무시하고 직원 때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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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순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백내장 수술을 받은 이모(52·여)씨는 수술 경과를 문의하려고 담당 의사를 찾았다가 겪은 일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수술이 잘됐다는 의사의 말에 "시야가 흐리게 보인다"고 말했더니 의사가 "환자 분이랑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며 진료실을 떠난 것이다.

환자를 진료실에 홀로 남겨두고 자리를 뜬 의사의 행동에 이씨는 크게 당황했다.

그는 "병원 고객센터에 항의했지만, 사과는커녕 '2개월 정도 더 상태를 지켜보라'는 답변만 들었다"라며 "몸 상태를 묻는 환자에게 안하무인 식으로 무시하는 듯한 태도에 수치심을 느꼈다"고 분노했다.

지난달 24일 청주의 한 대학병원 의사 A(50) 교수는 자신이 일하는 대학병원 복도에서 방사선실 근무 직원 B(36)씨가 자신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B씨를 밀치고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평소 사적인 일로 둘 사이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 일이었지만, 병원 노조는 "수년 전부터 A 교수가 직원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라며 그간 A 교수의 '갑질' 행태를 고발했다.

앞서 4일에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도 의사가 진단기간 변경 사유를 물었다는 이유로 환자를 강제 퇴원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돼 역시 '갑질' 논란을 빚었다.

◇ 환자·여직원 몸 만지는 의사…진료 중 성추행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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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의 의료지식과 기술을 습득한 의사는 통상적으로 환자와 간호사 등과의 관계에서 비교적 우월한 지위를 갖는다. 하지만 이 점을 악용해 자신의 성적 욕망을 채운 사례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서울중앙지검은 내시경 검진 중 수면 상태인 환자를 성추행한 혐의(준유사강간)로 의사 양모(58)씨를 구속기소했다.

서울 강남 모 의료재단 병원 내시경센터장이던 양씨는 2013년 10∼11월 대장내시경 검사를 위해 수면유도제를 투여받고 수면 상태에 있던 여성 환자 3명을 진찰하는 척하다가 특정 신체부위를 만지는 등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월 대전지법 제1형사부는 회식자리 등에서 간호조무사 등 3명을 성추행한 혐의(상습강제추행)로 기소된 의사에게 벌금 2천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수원지법 제6형사부는 지난 1월 소개팅으로 만난 여성의 나체사진을 몰래 찍어 친구들에게 유포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기소된 전 대학병원 인턴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인천여성노동자회가 펴낸 2014년 상담사례집에도 직장 상사인 의사로부터 성희롱·추행을 당한 여직원의 고민이 담겨 있다.

인천 소재 한 병원에서 3개월가량 근무했다는 이 직원은 "야간 근무를 하면서 의사로부터 '휴게실에서 같이 누워서 자자', '같이 안 자면 팀장에게 말하겠다'는 성희롱 등을 당했다"면서 "당시 불이익을 당할까 봐 별다른 대응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 "직업윤리 어디에"…고질적인 리베이트 관행·허위 진단서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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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지검은 26일 제약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고 해당 제약사 제품을 집중적으로 처방한 혐의로 지방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신모(57)씨를 구속했다.

조사결과 신씨는 아내와 공모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P 제약사로부터 37차례에 걸쳐 총 3억원을 리베이트로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현재 P 제약사 관계자와 의사 등 300여명을 무더기로 수사 선상에 올려 가장 많은 리베이트를 받은 신씨를 구속하고 244명을 기소, 11명을 불기소 처분했다.

지난 11일에는 "병원 증축으로 돈이 필요하다"며 의약품 도매업자에게 노골적으로 리베이트를 요구해 7억원 상당을 뜯어낸 경남지역 한 종합병원 원장과 부원장이 경찰에 입건됐다.

이들은 2011년 병원을 인수한 뒤 건물을 증축해 지역 최대 규모의 종합병원으로 확장시키는 과정에서 의약품 도매업자 3명에게 의약품 납품 조건을 제시하고 총 6억원을 받아 챙겼다.

부원장은 리베이트 외에도 가족 명의 계좌를 이용해 도매업자로부터 2010년부터 2년간 용돈으로 5천만원을 받기도 했다.

25일 부산에서는 대장내시경검사를 하면서 용종을 제거한 것처럼 허위 진단서를 만들어 요양급여와 실비보험을 타 낸 의사 서모(48)씨 등 의사 9명이 형사 입건됐다.

서씨 등은 2006∼2015년 부산 등 3곳에 일명 '사무장 병원'을 차리고서 의사 4명을 고용해 환자를 100여명 모아 허위 대장용종 절제술 진료확인서를 작성했다. 이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해 모두 20억원 상당의 요양급여를 부정으로 수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전·현직 특수부대원 수백 명이 보험사기를 벌인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도 의사들이 진단서 발급 등으로 손쉽게 돈을 챙긴 정황이 포착돼 경찰청과 부산지방경찰청이 조사에 나섰다.

경찰은 보험사기에 쓰인 장해진단서를 의료 브로커가 위조했을 수 있지만, 의사가 직접 허위 진단서를 발급했을 개연성도 있다고 보고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대부분 선량한 의사 피해"…"사회윤리 교육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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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의사들의 일탈 행위에 의료계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주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비윤리적인 행동을 하는 등 문제를 일으킨 회원은 윤리위원회에 올려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면서 "의사면허를 정지·박탈할 권한은 보건복지부에 있어 협회는 징계를 요청하는 조치가 최선"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12만 회원 가운데 탈법과 불법을 저지르는 비윤리적인 의사가 있는 것도 맞지만, 대다수의 선량한 의사들은 국민 보건에 이바지하고 있다"며 "중대한 사건이 벌어졌을 땐 회원들에게 공문을 보내 주의를 환기시키는 등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인은 "최근 의사들이 연루된 사건들을 접하면서 같은 의료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깊은 자괴감을 느낀다"라며 "의료계에도 윤리라는 게 존재하지만, 사회가 다원화하면서 의사들의 사회 윤리의식도 점점 약해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식 중심의 보수교육을 사회 윤리의식을 강화하는 내용의 교육으로 확대해 의사들의 윤리의식을 바로잡을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허광무, 최은지, 임채두, 박영서, 김소연, 이덕기, 오태인, 김형우, 김동규, 류수현)

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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