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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부정적 입장에 朴대통령 강조한 '양적완화' 험로 예고

송고시간2016-04-2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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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기본은 재정역할" 원칙론 고수…발권력 논란 확대될 듯

정부는 추경편성에 부정적…정부-한은 '기싸움' 양상

한은 양적완화 사실상 반대
한은 양적완화 사실상 반대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29일 오후 KB 하나은행 위변조 방지센터 직원이 만 원권 원화를 살피고 있다. 같은 날 한국은행은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발권력을 동원하는 방안에 대해 한은이 "국민적 합의 또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 양적완화를 사실상 반대했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한 국책은행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기업 구조조정의 재원 조달 논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한은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채권을 매입하거나 출자하는 방안을 모색해온 정부의 구상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다.

한국은행의 윤면식 부총재보는 29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에서 "기업 구조조정 지원을 위해 국책은행에 자본금 확충이 필요하다면 이는 기본적으로 재정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윤면식 부총재보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은행 윤면식 부총재보 [연합뉴스 자료사진]

또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활용해 재정의 역할을 하려면 국민적 합의 또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가능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청와대까지 가세한 '한국형 양적완화' 주장을 반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불과 하루 전인 28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구조조정을 집도하는 국책은행의 지원 여력을 선제적으로 확충해 놓을 필요가 있다"며 양적완화 추진에 힘을 실어줬다.

박 대통령은 지난 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도 한국형 양적완화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두 차례 양적완화에 의지를 드러냈지만, 한은은 재정 동원이 먼저라는 원칙을 고수하며 대통령의 뜻을 간단히 돌려세운 것이다.

한은이 국책은행 재원 확충의 전제로 '국민적 합의'를 강조한 것은 그만큼 발권력 카드는 신중하게 써야 한다는 원칙을 앞세운 것이다.

어제 박근혜 대통령을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구조조정을 집도하는 국책은행의 지원 여력을 선제적으로 확충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발언 했다.

어제 박근혜 대통령을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구조조정을 집도하는 국책은행의 지원 여력을 선제적으로 확충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발언 했다.

발권력을 특정 부문이나 목적에 남용하면 화폐가치 하락 등 부작용은 물론,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발권력으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은 결국 세금과 마찬가지로 국민 모두에 부담이 된다.

이런 점에서 국회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금통위 결정만으로 결정되는 발권력 동원은 가급적 줄여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한은은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수출입은행에 2천억원을 출자한 이후 작년까지 15년 동안 국책은행에 출자한 적이 없다.

현행 법령상 한은의 국책은행 출자나 매입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수출입은행에 대한 출자는 수출입은행법상 예외적으로 가능하지만, 산업은행에 출자하려면 산업은행법을 개정해야 한다.

또 산업은행 채권을 인수하려고 해도 정부 보증이 필요하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외환위기처럼 위급한 경제 상황은 아니므로 정부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정공법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발권력을 동원할 경우 한은이 구조조정 자금을 대고 정부가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구조조정을 책임진 정부가 재원을 조달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해 돈을 찍어내 대출해준 규모는 빠르게 늘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올해 3월 말 현재 한은의 대출금 총액은 18조8천655억원으로 작년 3월 말과 비교해 6조5천96억원 늘었다.

중소기업에 저금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금융중개지원대출 규모를 9조원 확대하기로 결정한 만큼 대출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논란이 큰 구조조정 재원을 대는 것은 한은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이 때문에 해운업과 조선업에서 부실기업들의 경영 실패와 산업은행의 감독 부실에 대한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은이 무자본 특수법인 형태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도 정치권력 등에 흔들려 발권력을 남발하지 않게 하려는 의미가 크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문제는 한은과 청와대, 정부 간 시각차로 구조조정 추진 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최근 국책은행 지원과 관련해 정부 재정보다 한은에 의존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더구나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구조조정 재원 마련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문제에 대해 "추경 편성 요건에 안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반면 한은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재정 투입이 정도(正道)'라며 맞서는 모양새가 됐다.

이에 따라 다음 주 본격적으로 시작할 구조조정 재원에 관한 정부와 관계기관 간 논의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에 대한 한은의 지원 규모 등을 놓고 이견이 표출될 공산이 크다.

여기에 야당이 한국형 양적완화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키우고 있어 구조조정을 둘러싼 상황은 더욱 꼬일 수 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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