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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한 경제에 불붙는 양적완화…미국·유럽·일본 이어 한국은?

송고시간2016-05-01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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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해운·조선업종을 중심으로 기업 구조조정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른바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한 논의가 불붙고 있다.

일반적으로 양적완화는 정책 금리를 더 인하하기 어려운 사실상 '제로'(0)에 가까운 상태에서 중앙은행이 자산 매입을 통해 직접 시중에 돈을 푸는 비(非)전통적인 통화정책을 일컫는다. 정책금리나 지급준비율 같은 전통적인 통화정책 수단과 구별되는 개념이다.

양적완화의 주된 목적은 금융안정과 경기방어다.

2008년 이전에도 양적완화 사례가 있었지만 전세계적으로 유행한 것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다.

미국과 일본,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등 세계 기축통화국을 중심으로 고꾸라진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도입했다.

한국의 경우 최근 양적완화가 논의의 장에 올랐지만, 한국은행 등이 유보적이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실제 도입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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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금융위기 해법으로 양적완화 제시…6년 만에 졸업

미국은 2008년 11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세 번에 걸쳐 실시했다.

시작은 전 세계를 강타한 2008년 금융위기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를 5.25%에서 제로 수준까지 내렸지만 부동산 시장 버블 붕괴와 리먼 브러더스 파산의 여파를 막아내기는 역부족이었다.

논쟁 끝에 연준은 2008년 11월부터 1조4천500억 달러를 들여 모기지담보부증권(MBS), 정부보증기관(GSEs) 채권을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이 방안은 금리에 의존하는 통상적인 정책이 아니었기에 당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루비콘 강을 건넌다"며 비장함을 밝히기도 했다.

이후 2010년과 2012년에도 매입 규모를 추가로 늘리며 3차 양적완화까지 진행했다.

여기에 장기 국채는 사들이고 단기 국채는 파는 공개시장조작 수단인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도 실시했다.

이 세 번의 양적완화로 시중에 풀린 돈은 4조5천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경제가 차츰 회복하면서 양적완화는 단계적으로 볼륨을 줄여나가는 테이퍼링을 거쳐 2014년 10월 종료됐다.

지난해 12월에는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상하면서 양적완화와 제로금리로 점철된 '비정상의 시대'에 종언을 고했다.

하지만 양적완화의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의 지난해 연간 성장률은 2.4%로 선진국 평균치였던 1.9%에 비해 높았다. 하지만 올 1분기 성장률이 0.5%에 그치면서 다시 저성장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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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CB, 마이너스 금리에 자산매입까지…'헬리콥터 머니' 카드도 만지작

유럽에서는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이 줄줄이 무너지는 2010년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경기가 급격히 침체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010년 5월부터 2012년 8월까지 재정위기국을 중심으로 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하지만 유로존 물가 상승률이 0% 언저리를 오가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됐고, 성장률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ECB는 급기야 2014년 6월 최초로 예치금리에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고 지난해 3월에는 매달 600억 유로 규모의 국채를 사들이는 본격적인 양적완화를 시행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예치금리를 -0.30%로 내리고 양적완화 시행 기한도 늘렸다.

이어 올해 3월에는 국채 매입 규모를 월 800억 유로로 늘리고 예치금리는 -0.40%, 기준금리는 0.00%로 낮췄다.

은행에 돈을 빌려줘 기업이나 가계에 유동성이 흘러들가도록 하는 목표물장기대출(TLTRO)도 6월부터 재가동한다.

ECB의 대대적인 양적완화책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물가 상승률 목표 달성이 요원한 상황인 것을 비롯해 뚜렷한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ECB가 헬리콥터를 타고 돈을 뿌리듯 무한정 중앙은행이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헬리콥터 머니'를 실시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달 통화정책회의 기자회견에서 "(헬리콥터 머니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면서도 "논의하지 않았다는 것과 할 수 없다는 것은 다르다"며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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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전기에서 돈을 찍어서라도…" 일본, 아베노믹스로 대대적 돈풀기

'잃어버린 20년'으로 장기 침체를 겪는 일본은 사실상 양적완화의 원조국이다.

1999년에 제로금리 정책을 도입하는가 하면 이미 2000년대 초반에 국채매입 프로그램을 시행해서다.

일본의 양적완화가 진화한 것은 2012년 1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취임하면서부터다.

아베 총리는 "일본은행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무제한으로 돈을 찍어내겠다"며 돈 풀기를 공언했고 이후 상장지수펀드(ETF), 부동산투자신탁증권(REIT)까지 매입 대상에 포함시켰다. 일본의 공격적인 통화완화 정책은 양적·질적 완화(QQE)로도 불린다.

2013년 4월에는 본원통화 규모를 연 60조∼70조엔까지 유지하겠다고 밝혔고, 이듬해 10월 이 규모를 80조엔으로 늘렸다. ETF와 REIT 매입액은 3배 더 늘렸다.

올해 1월에는 일본은행으로선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하지만 아베노믹스와 대대적인 양적·질적완화 정책은 3년 만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4월 30일 장중 106.28엔까지 오르면서 '엔저' 유도 정책이 무색해졌고, 지난달 근원소비자 물가 지수는 0.3% 하락해 3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또 외국인 투자자가 주식시장에서 대거 빠져나가면서 지난달 7∼11일 주간에는 외국인 순매도가 34년 만에 최대치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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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판 양적완화'는 어떤 형태로…반론 많아 험로 예상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한 이야기는 4·13 총선을 앞둔 과정에서 처음 나왔다.

당시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이 산업은행과 주택금융공사의 채권을 한국은행이 직접 사들이는 방식의 양적완화를 주장했다.

중앙은행을 동원해 부실기업 구조조정 재원을 마련하고 가계부채 문제를 해소해보겠다는 것이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양적완화에 대해 "우리가 긍정적으로 검토를 해야 된다는 입장"이라고 밝히면서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한 논의가 다시 수면 위에 올랐다.

방법은 채권 매입보다는 한국은행이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등의 증자에 참여해 국책은행의 자본을 확충하는 쪽으로 기우는 모습이다.

국책은행의 자본건전성을 보강해 원활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발권력을 동원해 돈을 푸는 행위는 같지만 그 목적은 구조조정 실탄 마련에 가깝다는 측면에서 전반적 경기방어가 목표였던 다른 나라의 양적완화와는 차이가 있다. 돈을 증자 참여 형태로 푼다면 채권 매입이 주류를 이룬 선진국과는 다른 방법이다.

따라서 '한국형' 또는 '선별적' 양적완화로 불리기도 한다.

한국은행은 이에 대해 법적 근거나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지난달 29일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활용해서 재정의 역할을 하려면 국민적 합의 또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가능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권도 양적완화에 반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경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정부 방침 자체가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돈을 더 푸는 방식의 구조조정은 근본 해결책이 아닌 미봉책"이라고 지적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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