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때마다 등장한 새누리당 비대위 언제 출범하나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새누리당의 새 원내대표가 3일 선출되면 총선 참패 후 위기에 빠진 당 수습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원내대표 후보군 3명 모두 비대위원장은 외부 인사가 맡아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 곧바로 비대위원장 영입 작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비대위 활동기간과 성격에 대해선 당내에서 추후 논의를 통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당헌·당규상에는 오는 7월에 차기 당 지도부 구성을 위한 전당대회를 치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그대로 따르게 된다면 비대위는 전대까지 통상적인 당무와 당 지도부 선출과정을 관리하는데 업무가 제한된 '관리형 비대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오는 7월로 예정된 전대를 연기하고 비대위를 중심으로 당 쇄신 및 개혁작업을 강도높게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어 논란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새누리당은 그간 위기 때마다 비대위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고위원회 의결권을 가진 비대위가 들어서는 것은 2000년 이후 이번이 5번째다.

2010년 6·2지방선거 패배로 지도부가 사퇴했을 때는 김무성 당시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았다.

2011년 4·27 재보선 패배로 지도부가 총사퇴했을 때는 정의화 당시 국회부의장이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됐고, 같은 해 10·26 재보선 패배 때는 '박근혜 비대위' 체재로 재편됐다. 또 2014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황우여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의 임기가 5월 15일 종료되자 7월14일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끌 '이완구 비대위'가 꾸려지기도 했다.

여러 차례 꾸려진 비대위 가운데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개정한 '박근혜 비대위'처럼 사실상 재창당 수준의 쇄신을 이뤄낸 비대위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전당대회 이전까지 당을 유지해 가는 이른바 '관리형 비대위'가 주를 이뤘다.

2010년 김무성 비대위는 전당대회로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기 전까지 35일간 당을 맡았지만, 시간상의 문제 등으로 지도부 선출을 위한 디딤돌만 놓고 쇄신 과제는 완수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1년 정의화 비대위는 앞서 선출된 황우여 원내대표와 '투톱 체제'가 되면서 운영 과정에서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당시 비대위는 비대위원 구성과 전대에서의 당 지도부 선출방식 결정 등을 놓고 번번이 계파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볼썽사나운 모습만 연출했다는 지적이 있다.

또 정 비대위원장과 황 원내대표 중 누가 공석인 당 대표 권한을 행사하느냐를 놓고도 친이(친이명박)계 구주류와 쇄신파와 친박(친박근혜)계가 힘을 합친 신주류가 맞부딪히면서 당 쇄신 비전은 손도 못 댄 채 유야무야 마무리됐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김무성 비대위나 정의화 비대위는 선거 패배로 지도부가 사퇴한 이후 당 수습 차원에서 들어섰다는 점에서 앞으로 꾸려질 비대위와 여러 모로 비슷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특히 정의화 비대위의 경우 원내대표가 먼저 선출되고 비대위가 꾸려졌다는 점에서 지금의 상황과 유사하다.

이에 따라 향후 비대위 권한과 업무 영역, 운영방식 등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으면 쇄신은 커녕 '전대 관리 비대위'로 역할이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당내에선 비대위원장 후보로 김황식 전 총리를 비롯해 강창희 김수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김형오 전 의장은 이미 공개적으로 고사의 뜻을 밝혔다.

비대위원장 선임을 위해서는 전국위원회를 열어야 하고, 비대위원 구성은 상임전국위를 통해야 하는 만큼 비대위 구성에는 적어도 일주일 정도는 소요될 전망이다.

여기에 외부 비대위원장을 설득하는 작업까지 포함하면 이달 중순은 돼야 비대위 윤곽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eshiny@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16/05/03 11:4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