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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前 한보회장, '구치소 동료' 자신이 설립한 대학에 채용

송고시간2016-05-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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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소 5년 동안은 임용 금지' 정관 무시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강릉 영동대가 정관을 무시한 채 학교법인 설립자인 정태수 전 한보 회장이 교도소에서 만난 지인을 직원으로 채용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4일 법원 등에 따르면 학교법인 정수학원은 1991년 12월 정종근 당시 이사장의 지시에 따라 같은 해 11월 교도소에서 가석방된 A씨를 영동대 일반직으로 임용했다.

정수학원의 정관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뒤 5년이지나지 않은 사람은 사무직원(일반직원)으로 임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지만, A씨는 가석방으로 풀려난 지 12일 만에 임용됐다.

A씨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형기를 2개월 정도 남긴 채 가석방된 상태였다.

인사 배경에는 정 전 회장이 있었다. 수서지구 택지 특혜분양 사건으로 구속 기소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난 정 전 회장이 구치소에서 만난 A씨를 채용하라고 아들인 정 전 회장에게 부탁한 것이다.

정수학원은 2014년 7월 뒤늦게 임용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 A씨에게 해고를 통지했지만,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잇달아 해고는 부당하다는 취지의 결정이 나오자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정수학원은 "정 전 이사장이 정관에 어긋나는 줄 알면서도 A씨를 임용한 것은 배임행위"라며 "A씨를 임용한 것은 무효이고, 따라서 A씨를 퇴직 처리한 것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중앙노동위의 판단이 적절하다고 보고 정수학원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임용된 지 5년이 지나 이미 결격사유가 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행정7부(윤성원 부장판사)는 "정 전 이사장 후임인 (동생) 정보근 전 이사장은 A씨의 결격 사유를 알고도 입사 후 성실하게 계속 근무한 점을 참작해 문제 삼지 않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정수학원이 A씨의 임용을 뒤늦게 소급해 인정한 것으로 법적인 효력을 갖게 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 전 회장은 1991년 12월 수서지구 택지 특혜분양 사건에서 국회의원 등 정·관계 인사들에게 뇌물을 뿌린 혐의(뇌물공여 등)로 구속기소돼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1995년 특별사면됐다.

정 전 회장은 1997년 한보사건으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02년 말 다시 특별사면돼 '사면 재수생'이라는 호칭도 얻었다.

이후 서울 대치동 은마상가 일부를 영동대 학생 숙소로 임대하는 허위 계약을 맺고 임대보증금 명목으로 72억원을 받아 횡령하는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6개월이 확정됐지만, 2007년 도피성 출국을 한 뒤 귀국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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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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