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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200만 시대> ③새로운 이웃…"우리는 한국인"(끝)

송고시간2016-05-09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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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착 이주민 늘면서 곳곳서 '다문화 1호' 탄생

다문화 수용성은 세계 수준에 미달…"다수의 인식이 변해야"

독일 출신인 이참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독일 출신인 이참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이국에서 온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더 이상 낯선 광경이 아니다. 일찌감치 이 땅에 자리 잡은 이들은 우리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주민을 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이들을 동등한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함께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 이참·이자스민 등 '다문화 1호' 잇따라

이주민의 활약상은 1990년대 대중매체를 통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로버트 할리(한국명 하일), 이다도시 등 한국인과 결혼해 국적을 취득한 이주민들이 TV 방송에서 한국인 못지않은 입담을 자랑하며 인기를 끌었다.

대중의 호감도를 등에 업고 공직으로 진출하는 사례도 생겨났다.

대표적인 인물이 이참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과 이자스민 새누리당 국회의원이다.

독일 출신인 이참 전 사장은 1994년 TV 드라마 '딸부잣집'으로 얼굴을 알린 뒤 방송 활동을 이어가며 인지도를 높였다.

이후 2009년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임명되며 이주민 최초의 고위 공직자가 됐다.

이 사장은 연임까지 하며 4년 동안 관광공사를 이끌었지만, 2013년 일본 성인업소 출입 논란이 불거지며 물러나야 했다.

필리핀 출신 이자스민 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필리핀 출신 이자스민 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필리핀 출신 이자스민 의원은 영화 '완득이' '의형제'와 TV 방송으로 눈도장을 찍은 뒤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당선되며 이주민 최초로 국회에 입성했다.

이 의원은 지난 4년간 이민과 다문화 정책 활동에 주력하며 이주민의 권리 보장을 위해 앞장섰지만, 동시에 반(反)다문화 세력의 타깃이 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지난달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의정 활동 기간 다문화·이민 정책의 토대를 만드는 데 힘을 쏟았다"며 "비판을 받더라도 좀 더 목소리를 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방의회에서도 최초의 이주민 도의원이 탄생했다.

몽골 출신 결혼이주여성 이라 씨는 2010년 당시 한나라당의 비례대표 공천을 받아 경기도의회에 진출했다.

◇ 연예계부터 학계까지 다양한 분야서 활약

공직 사회 밖에서도 이주민의 활약은 이어지고 있다.

인요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의 가문은 4대째 대를 이어 한국에서 교육 및 의료 활동을 펼치고 있다.

19세기 미국에서 온 선교사 유진 벨 씨의 증손자인 인 소장은 2012년 대한민국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특별귀화 1호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학계에서는 러시아(옛 소련) 태생의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 교수와 미국 출신 이만열(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경희대 교수 등이 한국학 연구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한국 프로축구 K리그에서 뛰던 타지키스탄 출신 골키퍼 발레리 사리체프는 2000년 외국인 선수 최초로 귀화해 현재 코치로 활약하고 있다.

인요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인요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중문화계에서는 최근 2∼3년 사이 TV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 등을 통해 장위안(중국), 알베르토 몬디(이탈리아), 다니엘 린데만(독일) 등 새로운 스타를 배출했다.

이들은 국적을 취득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에서 수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거나 유학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입담을 과시해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인기 아이돌그룹에도 아유미·닉쿤·빅토리아·페이·쯔위 등 중국·일본·미국이나 동남아 출신들이 수두룩하고, 영화와 뮤지컬 등에서도 다국적 배우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 세력화 움직임…결속력은 부족

이주민이 늘면서 권리 향상을 위한 집단 움직임도 나타났다.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범한 한국이주여성유권자연맹은 이주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를 목표로 선거 교육과 투표 독려 캠페인을 펼쳐왔다. 몽골·베트남·중국 등지에서 온 이주여성 60여 명으로 출발했지만 지난 총선을 전후해 지역으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

2005년에 출범한 이주노조(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조합)는 지난해 대법원의 판결로 합법노조 인정을 받으면서 활동에 더욱 탄력이 붙었다.

이주노조는 1천200여 명에 달하는 조합원과 함께 이주노동자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활동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 이주민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은 차지하는 중국동포 사회에도 50여 개에 달하는 커뮤니티가 있다.

하지만, 이주민 단체의 결속력은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20대 총선에서 이주민 비례대표가 안 나온 것과 관련해 가장 기대가 컸던 중국동포 사회에서는 결속력 부족을 원인으로 꼽는 목소리가 많았다.

◇ 갈 길 먼 다문화 인식 개선…"교육이 해답"

이주민을 바라보는 시선도 과거와 달라졌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실시한 '국민 다문화 수용성 조사'에서 성인의 수용성 점수는 100점 만점에 53.95점으로 지난 조사 기간인 2011년보다 2.78점 올랐다.

러시아(옛 소련) 태생의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 교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러시아(옛 소련) 태생의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 교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4년 전과 비교해보면 이주민을 거부·회피하는 정서나 고정관념은 약해진 반면 일방적 동화에 대한 기대는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세계 수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각국 사회과학 연구자들로 구성된 세계가치관조사협회가 2010∼2014년 실시한 6차 '세계 가치관 조사'에서 한국 성인의 다른 인종에 대한 수용성은 전체 59개국 가운데 51위에 그쳤다.

외국인 근로자와 이민자를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서도 44%가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 조사 대상국 가운데 6번째로 높았다.

이주민을 향한 인식 개선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민·관 차원의 관련 사업은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기존 다문화 교육이 이주민에게 우리의 문화와 사회를 가르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인식 개선 교육은 다수인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다.

교육부는 지난해 인천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교육포럼'을 계기로 세계시민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세계시민교육은 동등한 입장에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소통 능력과 비판적 사고력 등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올해만 전국에 다문화 중점학교 180곳을 지정해 다문화 이해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다.

여성가족부 역시 2012년부터 다문화 이해교육 강사를 양성해 일선 학교에 파견해왔다.

민간에서는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이 2014년부터 현장 교사를 대상으로 다문화 인식 개선 연수 과정인 '다양한국 만들기'를 운영하고 있다.

차윤경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다수의 인식이 달라지지 않는 한 차별과 편견을 없애기는 힘들다"며 "일선 교육 현장의 교사와 학부모부터 이주민을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는 태도를 갖춰야 학생들의 다문화 감수성도 향상된다"고 강조했다.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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