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해운위기·선사동맹 재편…부산항의 운명은

송고시간2016-05-05 06:22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국적선사 퇴출 땐 환적화물 직격탄…관련 산업 줄줄이 타격

"국적선사 유지하며 조선업과 상생 모색할 때"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경영난에 글로벌 선사들의 해운동맹 새판짜기까지 겹치면서 세계 5위 컨테이너 항만인 부산항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를 비롯한 항만물류업계는 국적선사의 운명과 해운동맹 재편 움직임이 가져올 변화를 우려 속에서 지켜보고 있다.

현재로선 워낙 변수가 많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속단하긴 어렵지만 국적선사가 법정관리 등으로 해운동맹에서 퇴출되는 최악의 사태가 오면 부산항으로서는 환적화물이 대거 이탈하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것이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해운위기·선사동맹 재편…부산항의 운명은 - 2

조선과 항만 의존도가 높은 부산지역 경제계는 장기 불황으로 인한 어려움에 이어 해운 위기가 경제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이에 부산시가 조선·해운산업에 대한 전방위 지원에 나서기로 하는 등 위기감이 고조하고 있다.

◇ 국적선사 해운동맹 퇴출되면 항만에 직격탄

세계 1,2위 선사인 머스크와 MSC의 해운동맹 '2M'에 맞서기 위해 차이나시핑을 합병한 중국 코스코그룹이 프랑스의 MSC와 손잡고 대만 에버그린, 홍콩 OOCL을 끌어들여 '오션'이라는 새로운 동맹을 결성하면서 촉발된 선사들의 새판짜기가 한창이다.

기간항로를 운항하는 글로벌 선사는 현재 2M, 프랑스 CMA CGM· 차이나시핑·쿠웨이트 UASC이 속한 '오션3' 등 4개 동맹을 결성해 선박을 공유하며 화물을 수송한다.

한진해운은 현재 중국 코스코, 대만 에버그린, 일본 K라인, 대만 양밍과 'CKYHE' 동맹을 이루고 있고 현대상선은 독일 하파그로이드, 일본 MOL과 NYK, 홍콩 OOCL, 싱가포르 NOL과 함께 'G6'라는 동맹에 속해 있다.

해운위기·선사동맹 재편…부산항의 운명은 - 3

동맹 재편에 따라 현대상선이 속한 G6는 G4로 축소됐고, 한진해운이 속한 CKYHE는 사실상 와해상태에 놓였다.

2M과 오션에 끼지 못한 하파그로이드 등 나머지 선사들은 제3의 동맹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기간항로를 장악한 해운동맹에 끼지 못하면 사실상 글로벌 해운시장 퇴출을 의미한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한진과 현대가 용선료 인하를 전제로 채권단의 구조조정에 실패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해운동맹 대상에서 아예 배제된다.

두 국적선사의 해운동맹 퇴출은 곧바로 부산항의 위기로 이어진다.

부산항만물류협회 최성호 회장은 "최악의 경우 2개 국적선사가 모두 법정관리에 들어가 해운동맹에서 퇴출되면 부산항 전체 물량의 절반을 넘는 환적화물 가운데 상당부분 이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부산항을 모항으로 하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해운동맹에서 빠지면 다른 선사들이 굳이 부산에서 환적할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부산신항 터미널 운영사의 한 관계자도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현재 속한 동맹에서 주도적 위치를 차지해 해당 동맹의 환적화물을 부산에서 처리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국적선사가 그런 역할을 못하면 환적화물이 줄어드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 환적화물 10% 이상 감소…항만 경쟁력 추락

국적선사의 동맹 퇴출로 부산항의 환적화물이 얼마나 줄어들지 당장 단정하긴 어렵다.

신항 터미널 운영사 관계자는 최소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부산항에서 처리한 환적화물이 1천만개를 조금 넘는 수준이어서 100만개 넘게 이탈할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김우호 해운해사연구본부장은 "두 국적선사가 주도권을 가진 환적화물이 30%가량이다"며 "이 물량의 이탈을 신항의 경쟁력이 얼마나 상쇄하느냐가 관건이지만 일정 부분 이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해운위기·선사동맹 재편…부산항의 운명은 - 4

200만개 정도가 이탈한다고 가정하면 신항 컨테이너 터미널 한곳이 1년간 처리하는 물량에 해당한다.

쉽게 말해 신항의 4개 컨테이너 터미널 가운데 하나가 텅 비게 되는 셈이다.

현재 부산항 터미널 운영사들은 신항이 개장한 이후 10년간 지속된 물량유치 경쟁의 여파로 하역료가 예전에 비해 반토막난 상태에서 물량으로 버티는 실정인데 환적화물이 대거 이탈하면 경영상태가 크게 악화할 수밖에 없다.

줄어든 화물을 채우기 위한 터미널 간 경쟁이 격화하고 그로 인해 최근에 겨우 소폭이나마 상승하는 하역료가 다시 곤두박질할 가능성이 크다.

운영사들은 하역료 수입이 줄면 장비교체와 현대화 등을 위한 투자를 할 수 없고 이는 생산성 저하, 물량 이탈 및 하역료 추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져들게 된다고 걱정했다.

최성호 부산항만물류협회장은 상황이 이렇게 되면 신항의 추가개발도 아예 무산되거나 오랜 기간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7월에 출범할 북항 통합운영사를 기반으로 외국의 항만개발과 운영에 참여하는 싱가포르의 PSA나 아랍에미리트의 DP월드 같은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로 발전하려는 부산항만공사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해운위기·선사동맹 재편…부산항의 운명은 - 5

◇ 관련 산업 연쇄 피해…수출입 비용 증가 우려

국적선사의 해운동맹 퇴출의 여파는 터미널 운영사에만 그치지 않는다.

국적선사와 연계해 아시아권의 환적물량을 수송하는 중소 선사들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중소선사는 존폐 위기에 놓일 것이라고 한 전문가는 밝혔다.

이는 우리 선사들이 기간항로뿐 아니라 근해항로에서마저 퇴출돼 해운산업의 기반 자체가 무너지는 상황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부산항에 기항하는 선박이 줄면 급유업이나 선박에 각종 물품을 공급하는 선용품업, 도선·예선업 등 관련 서비스업, 하역근로자 등도 타격을 받는다.

환적화물로 발생하는 부산항의 부가가치는 연간 1조4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물량이 이탈하는 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부산항운노조와 급유선선주협회 등 관련업계가 국적선사의 운명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이유이다.

항만물류산업 종사자들에게 의존하는 식당 등 연관 업종에도 불똥이 튀고 이는 가뜩이나 어려운 부산경제를 더 휘청거리게 할 수 있다.

부산에는 하역·해운대리점, 선용품·선박관리·선박수리산업 등 해운·항만관련 업체 3천693개가 있으며 4만6천여 명이 종사하고 있다.

이런 심각성 때문에 부산시는 4일 긴급 회의를 열고 운전자금 200억원 확대, 업체당 융자한도 확대, 300억원 규모의 긴급운전자금 보증 등을 핵심으로 하는 지원대책을 내놓았다.

국적선사가 없어지면 우리 수출입화물마저 외국선박으로 실어날라야 하는데 국내 업체들로선 운임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여 비용이 증가할 우려가 크다.

운임 상승은 국내 산업 전반의 원가상승으로 이어져 국제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해운위기·선사동맹 재편…부산항의 운명은 - 6

◇ "국적선사-조선업 상생 모색할 때…축소형 통합 바람직하지 않다"

항만물류업계는 국적선사가 살아남아 해운동맹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야 심각한 타격을 피해갈 수 있다고 본다.

최성호 회장은 "두 회사 모두 생존하면 좋겠지만 여의치 않다면 하나로 통합해서라도 해운동맹에 속해야 현상유지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해운은 항만과 뗄 수 없는 관계인 국가기간산업인 만큼 결코 포기해선 안되며 국적선사가 유지되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편되는 해운동맹이 6월말까지 구성을 마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늦어도 이달말까지는 국적선사 문제가 마무리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터미널 운영사 관계자들도 어떤 형태로든 국적선사가 살아남아야 항만물류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KMI 김우호 본부장은 "국적선사 문제는 그 기업이 가진 고유한 경쟁력과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국적선사의 규모가 지금보다 줄어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선과 기자재, 해운항만산업이 국내총생산에서 기여하는 비중이 1.7%나 되고 간접연관산업까지 포함하면 3.4%에 이른다"며 이를 대체할 만한 산업을 찾기 어렵고 이들 산업이 현재 가진 역량을 하루아침에 쌓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두 국적선사 합병론에 대해 "두 선사의 건전성을 회복 후에 통합을 논의하는 게 전략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반대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비즈니스모델, 항로, 선박 크기가 비슷해 합치더라도 비용을 줄이는 효과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이지는 못한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선사들의 합병은 한결같이 규모를 키우는 확장형인데 반해 두 국적선사의 합병은 덩치를 줄이는 축소형이 될 수밖에 없고 이는 결코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지금이 우리 해운과 조선이 상생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외국 선사들이 초대형선들을 무더기로 한국 조선소에 발주해 해운시장을 장악하는 동안 국적선사는 전혀 그러지 못했는데 이제는 선박금융을 활용해 국내 조선소에 신조선을 발주해 해운과 조선이 동시에 사는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이다.

항만물류업계는 글로벌 해운동맹 재편작업이 6월 말께 윤곽을 드러내고 그때가 되면 부산항에 미칠 영향을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국적선사가 해운동맹에 가입하려면 늦어도 이달말까지는 구조조정 방향이 명확히 정해져야 한다며 정부와 채권단의 신속한 결정과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lyh9502@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