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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자무시 '시 쓰는 버스운전사'로 칸 홀릴까

송고시간2016-05-17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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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부문 초청작 '패터슨' 상영회

(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천국보다 낯선'(1983)으로 유명한 미국 독립영화계의 거장 짐 자무시가 이번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거머쥘 수 있을까.

16일(현지시간) 오후 첫선을 보인 짐 자무시의 경쟁부문 초청작 '패터슨'은 뉴저지 패터슨시에서 버스를 운전하는 패터슨의 일주일을 담담하게 그린 영화다.

이름이 자신이 거주하는 도시와 똑같은 패터슨(아담 드라이버)은 단조로운 하루를 보낸다.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해 23번 버스를 몰고, 점심때 혼자 도시락을 먹는다. 이어 오후에 다시 일한 뒤 귀가한다.

집에서 아내 로라(골쉬프테 파라하니)가 차려 준 저녁을 먹고 애완견 마빈을 데리고 저녁 산책을 겸한 외출을 해 바에 간다.

그곳에서 맥주 한잔하며 바텐더와 잡담하는 것으로 그날 하루의 마침표를 찍는다.

영화는 패터슨의 반복된 일상에 약간의 변주를 주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패터슨의 하루를 따라다니며 같은 앵글로 같은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주다가 사이사이 새로운 장면을 삽입해 패터슨에 관련 정보를 하나둘씩 알려주는 식이다.

그러나 사건이 서서히 고조되다 절정으로 치닫고 종결되는 식으로 눈에 띄는 이야기 흐름은 없다.

일상이 반복되고 그 반복 속에서 작은 차이들이 쌓여나가면서 최종적으로 묘한 울림을 남기며 끝난다.

여기에 주인공의 예술에 대한 열정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패터슨은 시를 쓴다. 일상의 반복 속에서 끊임없이 시를 쓴다. 버스에서 승객들이 하는 이야기나 어렸을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틈이 날 때마다 공책에 시를 적는다.

언뜻 보기에 버스 운전사와 시는 안 어울리는 조합이다. 극중 한 소녀가 패터슨에게 말한다. 버스 운전사가 시를 좋아하네요.

하지만 한때 공장지대였다가 이제는 슬럼가가 돼버린, 그래서 유색인종과 패터슨 같은 하층 백인들만이 지키는 도시에 한때 적지 않은 예술가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꼭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영화에 나오듯 시인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1루수는 누구야'로 유명한 코미디언 루 코스텔로 등이 모두 패터슨 출신이다.

짐 자무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패터슨은 매일 버스를 몰지만 또한 시인이고자 했다"며 "이 버스운전사와 시인은 그의 선택이고 그의 운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신은 당신의 삶에서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할 수 있다"며 "'패터슨'은 그에 대한 영화다"고 덧붙였다.

짐 자무시는 '천국보다 낯선'으로 신인 감독에게 주는 상인 황금카메라상을, '브로큰 플라워'(2005)로는 심사위원대상을 받았으나 황금종려상과는 아직 인연이 없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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