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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추적기 달다 체포된 흥신소 직원 '전원켰다면' 처벌

송고시간2016-05-1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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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위치정보법 '미수범' 규정 없어…"제도개선 시급"

(광명=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누군가를 미행해달라는 의뢰를 받은 흥신소 직원들이 위치추적장치를 설치하고 나오다가 경찰에 붙잡혔다면 형사 처벌이 가능할까.

지난달 초 흥신소 직원 박모(30)씨는 남편의 불륜을 의심하는 A(40대·여)씨로부터 "남편이 어딜 가는지 알아봐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박씨는 대가로 사례금 200만원을 받기로 하고, 같은달 14일 밤 동료 직원과 함께 경기 광명으로 향했다.

이들은 주택가 골목길에 주차된 A씨 남편의 차량을 찾기 위해 한참을 기웃거리다가 차를 발견하곤 차 밑으로 기어들어가 조수석 타이어 위쪽에 위치추적장치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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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누군가 자신들을 지켜볼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한 그들은 현장을 덮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은 "누군가 차량털이를 하려는지 주차된 차들을 둘러보고 있다"는 112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박씨 등을 한참동안 지켜보던 차였다.

하지만 박씨 등은 "차 열쇠를 떨어뜨려 주우려했다"고 둘러댔고, 소지품 중엔 훔친 금품도 없었다.

경찰은 CC(폐쇄회로)TV 관제센터에서 현장 주변 영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다가 이들이 타고 온 차량을 수상히 여겨 차 내부를 수색했다.

차 안에서는 도청 관련 장비 등이 발견됐다.

흥신소 직원임을 간파한 경찰은 A씨의 남편 차량 밑으로 기어들어가 박씨 등이 설치한 위치추적장치를 찾아냈다.

그제야 박씨 등은 A씨의 의뢰를 받고 이런 일을 벌였다고 실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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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사에 착수한 광명경찰서 수사관들은 위치추적장치를 설치한 행위만으로 처벌이 가능한지에 대해 고민에 빠졌다.

박씨 등은 위치추적장치를 달기만 했지, 정보를 수집했다고 보기엔 애매한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행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개인의 동의없이 위치정보를 수집·이용 또는 제공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더구나, 위치정보법에는 미수범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어 자칫 장치를 달자마자 검거된 박씨 등에 대해선 처벌조차 못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수사관들은 치열한 토론과 법률검토 끝에 박씨 등이 위치추적장치에 전원을 켠 사실을 확인했다.

이 장치는 전원만 켜면 인터넷으로 관련 사이트에 접속해 위치정보를 수집하는게 가능한 시스템이었다.

이에 경찰은 위치정보를 이용하거나 제공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전원을 켜서 인터넷 사이트에서 정보 조회가 가능하게끔 해놓은 행위 자체만으로 정보를 '수집'한 범죄가 성립했다고 판단했다.

광명서 관계자는 "간통죄 폐지 이후 흥신소에 미행 의뢰가 늘면서 이 같은 불법 행위들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며 "하지만 흥신소 직원들이 위치추적장치를 달다가 적발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보니 법률검토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범죄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선 미수범에 대한 처벌조항도 빨리 생겨야 할 것 같다"며 "남편의 미행을 의뢰한 A씨는 직접 불법행위를 지시하지 않아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광명경찰서는 박씨 등 2명을 위치정보법 위반 혐의로 입건, 19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goal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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