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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공포를 공감해주세요" 강남 '묻지마 살인' 피해자 추모제

송고시간2016-05-21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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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10번출구서 침묵행진…일부 남성들 찾아와 언쟁도

'추모 물결'
'추모 물결'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21일 오후 서울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피해자 여성을 추모하는 추모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침묵의 추모행진을 하고 있다. 2016.5.21
jin90@yna.co.kr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기자 = "여성들의 공포를 공감해주세요", "여성에 대한 폭력과 혐오를 멈춰주세요.", "무섭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분노만 했는데 이제는 당당히 맞서 현실을 바꿔가겠습니다."

강남역 인근 주점 화장실에서 피살된 20대 여성을 추모하고, 여성을 향한 범죄와 혐오가 사라지기를 촉구하는 집회가 토요일인 21일 저녁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열렸다.

이날 추모제는 인터넷 '강남역추모집회카페'가 주축이 돼 열었다. 참가자 500여명은 흰색 비닐 우의를 입고 흰 국화꽃를 든 채 강남역 10번 출구에 모였다.

행진하는 이들은 대부분은 피해자의 나이대와 비슷한 20∼30대 여성들이었고, 남성과 외국인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참가자들은 '여자라서 죽었다', '더 이상 불안해 하며 살고 싶지 않습니다', '여자라는 이유로 더 이상 피해받지 않기를' 등의 문구를 적은 종이를 손에 들고 줄지어 침묵행진을 했다.

이들은 "희생자가 살해당하며 느꼈을 공포를 여성들이 생생히 느낄 수 있는 것은 이미 여성들이 공포와 친구가 됐기 때문"이라면서 "여성들은 낯선이와 승강기를 타거나 어두운 밤길을 걸으며 매일 두려움을 곱씹는다"고 말했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 피해자 추모
강남역 '묻지마 살인' 피해자 추모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21일 오후 서울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피해자 여성을 추모하는 추모집회에서 참석자들이 피해자를 추모하고 있다. 2016.5.21
jin90@yna.co.kr

참가자들은 행진을 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김모(24·여)씨는 "나랑 비슷한 나이 또래가 일상을 살다가 번화가에서 여자라는 이유로 살해당했다"면서 "나에게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이곳에 나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건이 일어난 주점 건물 인근까지 행진했다가 이곳으로 돌아온 뒤 추모 쪽지가 붙어있는 강남역 10번출구 부근에 추모의 뜻을 담은 흰색 리본을 매달았다.

행사를 주최한 김아영(26·여)씨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왜 강력범죄에 노출이 돼야 하는가"라고 반문하고 "여성혐오를 멈추도록 하기 위해 인터넷을 통해 뜻을 모아 행진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태이(22)씨는 "남성이지만 마음이 아파 고인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친구와 함께 행진에 참여했다"면서 "여성혐오 범죄가 더 이상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곳에 추모 쪽지가 붙기 시작한 지 4일째 되는 이날, 30도를 웃도는 날씨에도 시민들의 추모 발길은 꾸준히 이어졌다.

쪽지에는 고인에 대한 추모와 더불어 주로 물리적인 약자인 강력범죄에 노출되는 현실을 비판하는 글들이 많았다. 쪽지는 두세겹으로 10번출구 벽면을 넘어 출구 옆 강남대로와 인도를 가르는 펜스에까지 이어져 붙어있었다.

'묻지마 살인사건' 추모집회
'묻지마 살인사건' 추모집회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21일 오후 서울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피해자 여성을 추모하는 추모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추모 행진을 준비하고 있다. 2016.5.21
jin90@yna.co.kr

한편 이날 오후 추모제를 전후해 강남역 10번 출구 주변에는 남성 수십여명이 찾아와 1인 시위를 하거나 시민들과 언쟁을 벌이는 소동이 일어났다.

이 남성들은 "추모를 주도하는 여성들이 정신분열증 환자가 저지른 사건을 여성혐오로 규정짓고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표했다.

한 남성은 "이곳은 고인에 대한 추모를 하는 공간인데 남성·여성혐오 싸움으로 문제가 변질됐다"며 "추모 쪽지 중에도 남성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이곳 시민들 중 일부는 이들과 논쟁을 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고 대치를 벌이는 일도 있었고, 몸싸움이 벌어져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강남역 10번출구에서 시작된 피해여성의 추모 물결은 전국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날 대전시청역 3번 출구와 대구지하철 중앙로역 출구 벽면 등도 추모 쪽지로 뒤덮였다. 특히 대구지하철 중앙로역에 추모공간이 마련된 것은 대구지하철 참사 후 처음이다.

부산 주디스태화백화점 인근의 하트 모양 조형물에도 추모 쪽지를 붙이는 시민들이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고려대와 수원대와 영남대 등 서울과 지역 대학 캠퍼스에도 추모 메시지가 나붙었다.

s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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