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새 지도부, 오바마 손잡고 국제무대 화려한 등장
송고시간2016-05-24 10:16
친중 보수·중도 성향에도 종전 41년 만에 美와 관계 정상화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베트남 새 국가지도부가 과거 10년간 총부리를 겨눈 미국과 손잡고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은 23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베트남에 대한 살상무기 수출금지 조치를 전면 해제하기로 했다"며 "이는 양국 관계의 완전한 정상화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중국과 남중국해 분쟁을 겪는 베트남이 군비 증강을 위해 꾸준히 요구해 온 금수조치 해제를 미국이 오바마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에 맞춰 받아들인 것이다.
1975년 베트남 전쟁이 끝난 지 41년 만에 양국의 적대적 유산을 청산하는데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 베트남 새 지도부의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트남은 지난 1월 권력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의 연임을 결정한 데 이어 3월 말∼4월 말 꽝 국가주석, 응우옌 쑤언 푹 총리, 응우옌 티 낌 응언 국회의장을 선임했다.
새 국가지도부가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 현안을 논의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따라 지도부 개편 시기를 당초 예정보다 3개월 앞당긴 것이다.
베트남은 권력서열 1위인 공산당 서기장을 정점으로 국가주석(외교·국방), 총리(행정), 국회의장(입법) 등 '빅4'가 권력을 나눠 행사하는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당시 10년간 행정부를 이끌며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규제 완화, 세계 최대 경제블록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등 개방 정책을 주도한 응우옌 떤 중 총리가 물러나자 친미 개혁파의 퇴장과 친중 보수파의 부상으로 해석됐다.
쫑 서기장은 베트남 북부 하노이 출신으로 하노이 종합대학을 졸업하고 공산당 기관지와 당 이념 관련 부서에서 주로 근무한 대표적인 사회주의 이론가다.
권력서열 2위인 꽝 국가주석은 1975년 공안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2011년 장관에 오른 '공안통'이다. 경찰과 정보기관 역할을 동시에 하며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공안부는 그 특성상 보수적이다.
푹 총리는 2011년부터 반부패, 공안, 국방, 법무를 총괄하는 부총리를 맡다가 권력서열 3위인 행정부 수장에 선임됐다. 그는 한국의 경제 성장 모델과 부패 척결 방안에 관심이 큰 지한파로 알려졌다.
응언 국회의장은 보수적인 베트남의 첫 여성 국회의장으로, 대외 관계가 좋고 정치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제전문지 포브스 베트남판이 지난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을 기념해 선정한 '베트남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톱 20' 가운데 1위를 올랐다.
베트남 새 지도부 출범 때 전임 지도부와 달리 보수 또는 중도 성향이 짙어 미국보다는 중국 쪽에 기울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오바마 대통령과 손을 잡는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현지 외교가에서는 이를 베트남이 추구하는 등거리 외교 노선으로 해석한다.
중국과 정치·경제 교류를 지속하면서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반중국 정서를 고려해 중국을 견제하는 데 미국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실리는 좇는 전략이다.
kms1234@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16/05/24 10:1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