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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의 고리> ③무능·무책임한 경영진도 문제

송고시간2016-05-2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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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성과에 급급해 무리한 수주와 무차별 확장경영정부와 노조 의식해 땜질처방 이어오다 화 키워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수조원의 돈을 쏟아붓고도 기업이 회생하지 못한 사례가 잇따르면서 이들 업체를 이끌어 온 경영진에 대한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최근 부실기업으로 지목되는 조선사 경영진은 당장의 성과에만 급급해하는 근시안적 태도로 무리한 수주와 무차별 확장 경영에 나섰거나, 정부와 노조를 의식해 환부를 제때 도려내지 못하고 '땜질 처방'을 이어오다 화를 더 키웠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25일 채권단 회의에서 사실상 법정관리 체제 전환이 결정된 STX조선해양은 경영진의 무능이 참사를 불러온 대표적인 사례다.

한때 수주잔량 기준 세계 4위까지 올라섰던 STX조선은 해외 투자와 관련한 대규모 손실, 무리한 저가 수주, 횡령·배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강덕수 전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회사 몰락에 결정타가 됐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STX조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의 조선 호황기에 앞날을 내다보지 못한 경영진이 의욕만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 게 발단이 됐다.

2001년 출범해 불과 7년 만에 '조선 빅4' 자리까지 오른 STX조선은 '한국-중국-유럽'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생산기지를 구축하고자 2007년부터 중국 다롄과 유럽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그러나 이듬해 닥친 금융위기로 선박 수요가 급감하면서 STX조선은 글로벌 생산기지를 제대로 가동해보지도 못한 채 큰 손실을 봤고 결국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2013년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받게 됐다.

STX조선 경영진은 2009년에 유동성 위기가 시작되는 단계에서 집중적으로 회사채를 발행해 금융위기 속에서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저가 공세를 펴는 중국 조선업체들과 출혈 경쟁이 벌어진 상황에서 STX조선 경영진은 무차별적인 해외 저가 수주를 묵인 또는 지시해 위기를 부채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단기유동성 해결을 위해 저가로 선박을 수주했다가 건조 과정에서 손실을 보는 일이 되풀이됐다는 것이다.

'주인 없는 회사'인 대우조선해양[042660]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무려 4조5천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적자를 낸 주된 원인으로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가장 먼저 거론될 정도다.

산업은행을 대주주로 둔 대우조선의 경영진 인사에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이 반영되다보니 경영진은 임기 연장 등을 의식하며 '단기간 실적 부풀리기'를 위한 무리한 저가 수주에 나서는 일이 반복됐다는 지적이다.

또 조선업이 통상 3년의 주기를 가진 점을 감안하지 않은 채 '당장 내 임기 동안의 실적만 좋으면 된다'는 자세로 업무에 임하고, 추후 나타나는 손실은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던 일이 되풀이됐다.

이런 상황이 분식회계 혐의를 받는 대우조선 전 경영진들의 불법 행위를 유발했다는 분석이 많다.

2014년까지 조선 '빅3'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다고 자랑해오던 대우조선은 최근에서야 2013년, 2014년 장부를 대규모 적자로 수정했다. 전임 경영진이 재임 당시 고의적인 분식회계를 통해 손실을 감춰왔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 기간에 고재호 전 사장은 1년에 많게는 9억원의 보수를 받았고, 전임 남상태 사장은 퇴임 뒤 2년간 고문 자격으로 5억원 이상을 지원받았다. 이들은 최근에서야 대우조선을 이 지경으로 만든 부실 경영 문제가 쟁점화되자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빅3'에 속한 현대중공업[009540]과 삼성중공업[010140]을 비롯한 민간 기업 경영진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 기업의 경영진은 최근 몇 년간 조선업에 위기 경보음이 울렸는데도 정부, 노조의 눈치만 보면서 적극적인 처방을 내놓지 않다가 최근 정부가 구조조정에 본격적인 칼을 빼들자 부랴부랴 자구책을 내놓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들 기업이 이번에 내놓은 자구책을 놓고도 희망퇴직 실시, 조직 축소, 비핵심 자산 처분 등 그동안 거론되던 내용을 총망라해 놨을 뿐 위기를 정확히 진단해 그에 맞는 처방전을 내놓은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없지 않다.

지난해 사무직에 대해 희망퇴직을 실시했던 현대중공업은 올해 사무직은 물론이고 생산직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받기로 했다.

삼성중공업의 자구안에는 희망퇴직을 통한 추가 인력 감축, 임금 동결 및 삭감, 순차적인 독(dock) 잠정 폐쇄, 비핵심자산 매각 강화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조선업의 부실을 키운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체제가 형성돼 있지 않고 그저 물러나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게 전부"라며 "회사를 위기에 빠뜨려놓고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 지금의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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