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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한 현장 매일 봐야하니…" 소방관 정신건강 '위험'

송고시간2016-05-2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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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소방공무원 31% 정신건강 '이상', 11.5%는 '고위험군'54.5% 직무 스트레스가 원인…화재 등 현장요원 '이상' 많아

(수원=연합뉴스) 김광호 기자 = 뻐꾸기 소리와 뱃고동 소리, 따르릉∼ 자전거 소리.

경기도 수원소방서 정자 119안전센터에 근무하는 이기수(45) 소방장이 싫어하는 소리다.

이 소방장은 올해로 19년째 소방공무원으로 근무 중이다. 최근 3년은 화재진압요원으로, 이전 15년은 구급요원으로 활동했다.

뻐꾸기 소리는 구급 상황 발생 시 출동을 알리는 소리다. 뱃고동 소리는 구조 출동 시, 따르릉 소리는 화재 발생 시 출동 신호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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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리가 울리면 신경이 곤두서고 머리가 무거워진다. 하지만 몸이 먼저 반응한다. 근무 중이라면 이 소리가 듣기 싫어도 출동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소방장은 구급요원으로 근무할 때 밥을 먹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말했다.

처참한 교통사고 현장 등 각종 사건·사고·화재 현장에서 피투성이가 된 사상자들을 응급처치하거나 옮기다 보면 도저히 밥맛을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스트레스는 말로 표현하기도 힘들다.

"소방공무원이 되고 초창기에는 사고 현장의 처참함이 자꾸 꿈에 보여 제대로 잘 수도 없었어요."

이 소방장은 어느 순간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부상하거나 사망했는데도 무덤덤하게 반응하는 자신을 보고 많이 슬프다고 했다.

"수많은 사건·사고 현장을 누비다 보니 참혹한 현장을 보고도 빨리 구조하고 수습해야 한다는 생각뿐 슬픔 같은 감정이 생기지 않더라고요. 뒤돌아보면 오히려 이런 것이 더 슬퍼요."

이 소방장은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이면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가끔 하지만, 병원을 찾지는 않았다. 공무원으로서 본분과 가족을 생각하며 하루하루 참으며 견딘다.

소방공무원들의 스트레스, 정신적 고충은 구조·구급·화재·내근 할 것 없이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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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재난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전 소방공무원 6천209명을 대상으로 한 스트레스 자가진단 결과 31.1%(1천934명)가 '정신건강 유소견자' 판정을 받았다.

유소견자의 증상은 직무 스트레스가 54.5%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알코올 장애 4.7%, 수면장애 1.5%,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1.1%, 우울증 1.0% 순이었다.

유소견자 중 37.1%(718명)는 이같은 증상이 2개 이상 나타난 '중복 스트레스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유소견자들의 직무는 화재진압이 43.6%, 행정이 22.4%, 구급이 18.9%, 상황 요원이 8.5%, 구조가 6.6%였다.

계급별로 보면 소방교가 31.4%, 소방장이 31.3%, 소방위가 31.2%, 소방사가 28.1%로 나타났다. 소방공무원 직급은 밑에서부터 소방사, 소방교, 소방장, 소방위 등 순위다.

도 재난안전본부는 "소방사에서 소방위까지 직급의 소방공무원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며 "이들이 실질적인 현장 요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신건강 유소견자의 근무기간은 6∼10년 차가 24.1%, 5년 이하가 23.5%, 21∼25년 차가 18.9%, 11∼15년 차가 17.5%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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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재난안전본부는 정신건강 유소견자들의 경우 협약 의료기관을 통해 정밀 재검진을 받도록 한 뒤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정되면 전문적인 치료를 받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앞으로 소방공무원들의 스트레스 및 트라우마를 치료하기 위해 심신 안정실을 만들고, 모든 119안전센터에 치유 장비를 비치하기로 했다.

고위험군 유소견자들을 대상으로 한 심리안정 프로그램도 확대 운영하기로 했으며, 대형 종합병원 등 전문 치료기관과 연계한 '찾아가는 심리상담실'도 운영할 계획이다.

k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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