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가 방문할 히로시마평화공원은 어떤 곳
송고시간2016-05-27 05:00
1954년, 폭심 주변에 건립…자료관·위령비·원폭돔 등으로 구성
2만여 한인희생자 추도하는 위령비 별도로 존재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7일 방문할 히로시마(廣島) 평화기념공원(히로시마시 중구·이하 평화공원)은 원자폭탄이 떨어진 지점 바로 옆에 조성됐다.
피폭 전 히로시마의 최대 번화가였다가 철저히 폐허가 된 곳에 1954년 조성된 약 12만㎡의 공원에는 전쟁의 참혹함을 알리고 평화의 소중함을 호소하는 각종 시설과 조형물들이 들어서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참관할 원폭 자료관(정식 명칭:평화기념자료관)은 원폭 투하 당시 '버섯구름' 아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사진과 유품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주는 공간이다.
피하출혈로 온 얼굴에 반점이 생긴 채 병상에 누운 소년의 사진, 살갗이 벗겨진 채 유령처럼 헤매고 있는 아이들 모습을 되살린 밀랍인형, 채 먹지 못한 도시락 속에 숯덩어리처럼 굳어버린 밥, 녹아내린 유리병 등이 전시돼 있다.
또 오바마가 헌화할 아치형 위령비(정식명칭: 히로시마평화도시기념비·통칭: 원폭사몰자위령비)는 평화공원의 중심 시설로, 매년 피폭일인 8월 6일에 추도 행사가 이 앞에서 열린다.
위령비 중앙 석실에 희생자 전원의 명부가 들어있으며, 비문에는 '편안히 잠드십시오.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테니'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또 공원의 북쪽에는 히로시마 원폭 피해를 상징하는 '원폭 돔'이 있다.
지어진 지 101년 된 이 구조물(1915년 4월 5일 개관)은 원래 일본의 산업화 수준을 자랑하는 '히로시마 물산진열관'이었다. 원폭에 의해 돔 부분의 철골 골조와 외벽 일부만 남은 건물을 일본 정부는 그대로 보존했고, 1996년 세계유산으로 등록됐다.
원폭 자료관과 위령비, 원폭 돔은 남북으로 일직선 상에 있다.
일반적으로 위령비로 불리는 '원폭사몰자위령비'에서 서북쪽으로 약 150m 떨어진 곳에 식민지 조선 출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한국인원폭희생자위령비'(높이 5m·무게 10t)가 서 있다. 군인, 군무원, 징용공 등 강제로 끌려오거나 자발적으로 온 이들을 포함해 히로시마에 살던 약 10만 명의 조선 출신자 중 원폭으로 희생된 약 2만 명(추정)을 추도하기 위해 건립됐다.
거북이 모양의 받침대 위에 석주를 세우고, 그 위에 쌍용 모양의 석관을 올린 이 위령비는 재일본대한민국민단 히로시마 지부에 소속된 동포들 주도로 1970년 평화공원 밖에 세워졌다가 히로시마시와의 협의를 거쳐 1999년 공원 안으로 이전됐다.
한국에서 한국 돌로 제작돼 히로시마로 운반된 이 위령비의 뒷면에 "유구한 역사를 두고 우리 배달민족은 남의 것을 탐내지 않았고 다른 겨레를 해치려 하지 않았습니다"로 시작하는 비문에는 식민지배와 원폭이라는 이중의 비극을 경험한 희생자들의 슬픈 역사가 새겨져 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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