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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도·냄새도·움직임도 보인다…안방극장 초능력자들

송고시간2016-05-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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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해영' '미녀 공심이' '냄보소' '너목들' '피노키오'


'또 오해영' '미녀 공심이' '냄보소' '너목들' '피노키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에릭, 남궁민, 신세경, 이종석의 공통점은?

안방극장에서 초능력을 가진 인간을 연기했거나 하고 있다는 점이다.

드라마 제작진으로서는 외계인이나 뱀파이어를 '벌써' 다시 등판시키기엔 좀 쑥스러운 게 사실이다. '별에서 온 그대'가 워낙 떠들썩했고, '뱀파이어 탐정'이나 '블러드'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틈새시장이 개척됐다. 초능력이다. 꼭 축지법을 쓰거나 장풍을 날리지 않아도 된다. 보통 사람보다 특정 부분에서 특출난 능력을 가진 캐릭터도 이 부분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초능력은 잘만 쓰면 판타지로서 드라마의 극성을 강화하고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드는 기능을 한다. 물론 잘못 쓰면 독이 되지만.

◇ 뭐든지 보인다…복선과 단서로 작용

요즘 드라마 주인공들의 초능력은 주로 '보다'에 집중된다.

tvN '또 오해영'의 박도경(에릭 분)은 한 치 앞의 미래를 본다. 충격적인 실연 이후 갑자기 얻게 된 '능력'인데, 운명적으로 얽히게 된 오해영(서현진)과 관련돼서만 이 능력이 발휘된다. 그것도 딱 한 치 앞의 미래만 보인다.

박도경은 자신이 미쳤나 싶어 정신과 상담을 받지만, 의사라고 뾰족한 해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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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미녀 공심이'의 안단태(남궁민)는 동체 시력이 뛰어나다. 그래서 싸움에서 절대로 맞는 법이 없다. 상대가 휘두르는 주먹의 움직임이 다 보이기 때문에 늘 한발 앞서 피할 수 있다.

동체 시력은 운동선수들이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안단태는 15살 때부터 이상한 꿈을 반복적으로 꾸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이러한 초능력이 생긴 것으로 설정됐다.

"(꿈에서) 4~5살 아이 앞으로 트럭이 온다. 근데 빠르게 오는 트럭이 천천히 오는 것으로 보이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 이후로 같은 꿈을 꾸고, 빠른 물체가 천천히 오기 시작했다"는 게 안단태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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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경과 안단태의 능력은 드라마에 예고와 복선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방송된 SBS '냄새를 보는 소녀'의 오초림(신세경)은 냄새를 코로 맡는 게 아니라 눈으로 본다.

냄새의 다양한 입자들이 그의 눈에 보인다. 이 초능력은 그가 3년 전 연쇄살인 사건의 피해자로 생사의 갈림길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이후 생겼다.

오초림은 이 능력을 이용해 범죄의 단서를 잡고 사람의 흔적을 찾는다.

그런가 하면 KBS 2TV '마스터 - 국수의 신'의 김다해(공승연)는 '개코'의 소유자다. 이 경우는 부단한 노력을 통해 냄새 감별법을 터득한 것으로 설정됐지만, 음식 속 켜켜이 숨어있는 여러 냄새를 한 번에 알아맞히는 능력은 초능력에 가깝다.

김다해 역시 어린 시절 친엄마가 살해된 현장을 목격한 충격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생긴 복수심이 그를 냄새에 집착하게 하였고, 일반인은 절대로 알 수 없는 온갖 냄새를 감별해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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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을 이어주는 판타지

이러한 인물들의 초능력은 주로 사랑을 이어주는 판타지로 기능한다. '소머즈'나 '육백만불의 사나이'처럼 영웅담을 그리는 게 아니라 사랑의 판타지를 극대화하는 도구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는 초능력자 오초림의 반대편에 후각과 미각을 잃고 통증마저 느끼지 못하게 된 최무각(박유천)이 있다.

초능력은커녕 기본적인 감각능력을 상실한 통각상실증 환자가 초능력자와 얽히게 되면서 극과 극의 남녀가 사랑에 빠진다.

'또 오해영'의 박도경이 오해영에 관해서만 예지력을 갖게 된 것 역시 그가 오해영과 운명적으로 엮일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2013년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상대의 눈을 보면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가진 박수하(이종석)로 인해 지극히 현실적인 속물 변호사 장혜성(이보영)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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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2014년 SBS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을 하고 진실을 말하면 딸꾹질을 멈추는 피노키오 증후군을 앓는 최인하(박신혜)와 엄청난 암기력을 가진 최달포(이종석)의 사랑 이야기다.

'미녀 공심이'의 안단태의 동체 시력은 그의 비극적인 개인사와 연결되는 키워드이자, 스스로를 보호하고 그가 사랑을 느끼는 공심이(민아)를 위기에서 구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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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를 보는 소녀'와 '미녀 공심이'는 이희명 작가가,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피노키오'는 박혜련 작가가 썼다. 두 작가 모두 초능력을 로맨스에 결합해 성공시킨 경험으로 연타석 히트를 했다.

하지만 초능력은 양날의 칼이다. 적절한 판타지는 극에 윤활유 역할을 하지만 스토리에 녹아들지 못하는 판타지는 황당무계하게 흘러가 버리고 만다. KBS 2TV '블러드'와 '아이언맨'이 그랬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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