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히로시마行, 아베 군국주의화에 득될까" 日서 우려 증폭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일본 히로시마 방문이 군국주의 부활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는 아베 신조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본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두고 일본 내에서 평화를 상징하는 히로시마의 교훈이 퇴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피폭지인 히로시마를 찾는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핵무기의 참상을 상기시키고 반전·반핵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일본 내 평화주의자들 사이에서는 아베 정부가 군국주의 부활 움직임을 보이는 현 상황에서 이뤄지는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은 평화주의에 도전하고 있는 아베 정부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NYT는 일본 현지의 이런 분위기를 전하면서 "많은 사람이 히로시마가 오랜 기간 상징해온 이상들이 일본에서 사라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에서 히로시마는 군국주의 일본제국의 폐허 위에 평화롭고 번영하는 새로운 나라를 재건하자는 이상을 상징한다.

하지만 아베 정부는 중국과 북한 견제를 명분으로 방위비 예산을 확대하면서 전쟁·무력행사·군대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 개정과 집단 자위권 추진 등 군국주의 부활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평화운동가인 작가 오에 겐자부로는 NYT에 "히로시마는 단순한 도시 이상"이라며 "히로시마는 일본 국민감정의 근본적인 표현이었는데, 여전히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본 시민단체 피스보트의 요시오카 다쓰야는 "오바마가 히로시마에 가면, 아베는 성공할 것이고, 이는 (전쟁과 무력행사를 금지한 일본의 헌법) 9조를 폐기하는 끔찍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아베 총리 측 인사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이 아베 총리의 지지도를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많은 일본 국민은 오바마 대통령이 원폭 투하에 대해 사과하지 않더라도 이번 방문을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원폭으로 실명한 아버지를 둔 히로시마의 평화운동가 모리타키 하루코는 오바마가 히로시마에 오는 것은 환영하지만, 히로시마의 역사적 교훈을 약화하고 있는 아베 총리가 함께 주목받는 것은 유감이라면서 "히로시마가 이용되는 것은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kj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16/05/27 10:1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