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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히로시마엔 일장기·성조기 물결…"오바마 한번 보자"

송고시간2016-05-2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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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방문일 평화공원 주변에 시민들 몰려…축제 방불 '환영 모드'

피폭자 "오바마가 사죄해준다면 돌아가신 부모님께 전하고 싶어"


오바마 방문일 평화공원 주변에 시민들 몰려…축제 방불 '환영 모드'
피폭자 "오바마가 사죄해준다면 돌아가신 부모님께 전하고 싶어"

(히로시마=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거리에는 일장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걸렸다. 30℃에 육박하는 폭염이었지만 먼발치에서라도 오바마 대통령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시민들로 히로시마(廣島) 평화기념공원 주변 거리는 붐볐다.

피폭 3세인 중년의 택시기사 나카가와 씨는 오바마의 방문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다 해도 와 주는 것만으로 고마운 마음"이라며 "미국 대통령이 히로시마에 온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일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방문하는 27일 일본 히로시마(廣島) 시 중구의 평화기념공원(평화공원) 주변 거리는 축제의 장을 연상시키는 환영 분위기였다.

71년 전 핵무기로 14만명 가량의 목숨을 앗아간 과거 적국의 현직 대통령이 오는 날 풍경으로는 일견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이미 미일은 적국에서 가장 견고한 동맹국가로 변모했다.

매년 NHK가 실시하는 일본인 여론조사에서는 오래전부터 가장 호감가는 국가로 미국이 선정돼 왔고, 아사히신문의 최신 여론조사에서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을 '평가한다'(가치있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의미)는 응답이 89%로, '평가하지 않는다'(4%)는 응답을 압도했다. 이날의 환영은 기묘해 보였지만, 따져보면 일본의 '공기'와 현재의 미일관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오바마가 방문하는 평화공원은 이날 오전 인파로 가득 찼다.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처음 피폭지를 찾는 역사적인 날, 사망자 명부가 보관된 위령비 앞에는 '인증샷'을 찍으려는 일본인과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하지만 평화공원에서 만난 사람들과 길게 이야기해보니 속마음은 복잡했다.

60대 자영업자 다나카 씨는 "오랫동안 히로시마 사람들이 바랬던 바(미국 대통령의 방문)가 실현된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한 것이 나빴다고 해서 20만 명 이상(히로시마·나가사키 사망자수 합계)을 한번에 죽게 한 것에 대해 속내를 말하자면 마음에 응어리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또 피폭자 핫토리 에이지(73) 씨는 "피폭 후 온갖 종류의 암에 시달렸다"고 소개한 뒤 "오바마 대통령이 가능하다면 사죄를 해 주면 좋겠다"며 "그러면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에게 '미국 대통령이 이렇게 와서 사죄를 했습니다'라고 보고하고 싶다"고 말했다.

프레스센터로 쓰인 평화기념공원 내 국제회의장은 수많은 내외신 기자들의 취재 열기로 후끈했다. 일본 방송사들은 잇달아 기자에게 다가와 외국 기자로서의 소감을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경찰 5천명 가까이 동원된 경비는 삼엄했다. 정오가 되자 평화공원에는 경호 태세 가동을 위해 전원 퇴거 명령이 내려졌다. 오바마의 헌화 등 평화공원 내 행사가 열릴 때는 초청받은 인사들과 취재진만 현장 진입이 허용됐다.

시내 100여곳에서 검문이 이뤄진 가운데, 기자는 숙소에서 평화공원까지 2km 거리를 택시로 이동하는 동안 2차례 검문을 받았다. 택시 기사는 지난달 11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등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이 히로시마를 찾았을 때보다 한결 경비태세가 엄중하다고 소개했다.

한편, 공영방송 NHK는 오바마의 평화공원 방문 약 2시간 전부터 사실상의 특보 체제로 돌입해 오바마의 일거수일투족을 생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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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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