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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17분의 현란한 수사…'감동·이상' 전한 히로시마 메시지

송고시간2016-05-2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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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폭자와 악수·포옹…자료관 방명록에 "핵무기 없는 세계"

아베 총리와 모든 동선 공유…미·일 동맹 견고함 대내외 과시

'종이학 피폭소녀' 관람 후 직접 접은 종이학 日 학생에 건네

오바마 "다시는 히로시마 비극 없는 세계 만들어야"
오바마 "다시는 히로시마 비극 없는 세계 만들어야"

(히로시마 AF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일본의 2차대전 피폭지 히로시마의 히로시마평화기념공원에서 연설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지구촌은 "히로시마 비극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는 책임감을 공유해야 한다"며 "핵무기 없는 세계를 만들자"고 말했다.

(히로시마=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현직 미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피폭지인 히로시마 평화공원을 방문해 현실적 정책 목표를 추구하기보다는 철학적인 접근으로 감동을 전하는 데 주력했다.

27일 역사적인 히로시마(廣島) 방문 중 17분간 이어진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메시지는 '논리'와 '현실' 보다는 '감동'과 '이상'에 방점을 찍었다. 연설 내용으로만 보면 원자폭탄을 세계에서 유일하게 사용한 초강대국 지도자가 아닌 인류학 또는 철학 교수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스피커를 통해 히로시마 평화공원에 쩌렁쩌렁 울린 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여러 차례 아이들을 거론했다. 아이들이 원폭 투하로 폐허가 됐던 도시를 봤을 때 느꼈을 공포를 거론하며 전쟁의 무서움을 강조했고, 아침에 듣는 아이들의 첫 웃음소리를 거론하며 일상의 중요함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이 도시의 아이들은 평생을 평화 속에서 보낼 것"이라며 평화에 대해 다짐을 하기도 했다.

작금 국제정세로 볼 때 핵무기와 관련한 세계 최대의 걱정거리인 북한 문제를 거론하지도 않았고, 오바마 대통령 자신의 목표인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해 구체적 목표와 다짐 등도 제시하지 않았다.

그런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을 마치고 현장에 있던 피폭자 모리 시게아키(森重昭·79)씨를 껴안고 등을 두드렸다. 이런 제스처는 일본인들의 감정을 자극했다. 모리 씨는 히로시마에서 피폭한 미국인 포로 등의 신원을 특정하는 데 힘쓴 인물로 미국 측이 그를 특정해 이날 초대했다.

이와 함께 오바마 대통령은 원폭 자료관 안에서 히로시마에서 피폭당한 뒤 후유증으로 숨진 사사키 사다코의 사진과 관련 전시를 관심 있게 봤다고 일본 외무성 당국자는 전했다.

사사키는 2살 때 히로시마에서 피폭당한 뒤 종이학 1천 마리를 접으면 병이 나을 것으로 믿고 종이학을 접다 964마리를 접고서 피폭 후유증으로 숨졌다. 사사키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직접 접은 종이학 2개를 현장에 있던 2명의 일본인 학생들에게 건넸다고 외무성 당국자는 소개했다.

현장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메시지와 몸짓, 모든 것은 이성보다는 감정에 호소한 것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약 10분간 원폭 자료관을 견학한 뒤 방명록에 "우리는 전쟁의 고통을 안다. 용기를 갖고 함께 평화를 확산하고, 핵무기 없는 세계를 추구하자"는 글을 남겼다. 프라하에서 7년 전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창, 노벨 평화상을 받은 그가 임기 마지막에 히로시마에서 '화룡점정'한 것으로 여겨졌다.

야마구치(山口)현 이와쿠니(岩國) 기지에서 헬기로 히로시마로 이동할 때부터 오바마 대통령의 모든 히로시마 일정이 NHK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평화공원 내 모든 일정을 함께 하며 미·일 동맹의 견고함을 과시했다.

승용차로 평화공원에 도착한 뒤 기다리는 아베 총리와 악수를 나눈 오바마는 원폭 자료관 참관 후 위령비까지 100여m를 천천히 아베와 나란히 걸었다. 또 오바마-아베 순으로 한 연설에서 나란히 강력한 양국 동맹 관계를 강조했다.

원폭 희생자 위령비 헌화 후 손잡은 美·日 정상
원폭 희생자 위령비 헌화 후 손잡은 美·日 정상

(히로시마 A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7일(현지시간) 일본의 2차대전 피폭지인 히로시마의 히로시마평화기념공원을 방문,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한 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1945년 8월 6일 미국이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지 71년 만에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이날 히로시마를 찾았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둘러싼 '사죄' 논란을 의식한 듯 연설에서 원폭 투하에 대한 사죄를 거론하지 않았고 헌화 후 몇 초 동안 묵념할 때도 턱만 약간 아래로 향한 점이 눈에 띄었다.

평화공원에서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과 캐롤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대사, 마쓰이 가즈미(松井一實) 일본 히로시마 시장 등이 오바마를 영접했다.

이날 오바마의 평화공원 방문 현장에는 내외신 기자 700여명이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오바마가 현장을 떠나고 오후 6시를 넘어 일반인에게 일시 폐쇄됐던 평화공원이 다시 개방되자 시민들은 위령비로 몰려들어 오바마가 헌화한 꽃을 보거나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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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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