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美언론, 오바마 히로시마行에 "사과 안하며 核위험성 부각"(종합)

송고시간2016-05-28 05:29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핵없는 세상' 이니셔티브에 초점…'더 가까와진 美日동맹'도 강조

한국인 희생자 직접 언급 평가도…"오바마, 부정적 여파 최소화"


'핵없는 세상' 이니셔티브에 초점…'더 가까와진 美日동맹'도 강조
한국인 희생자 직접 언급 평가도…"오바마, 부정적 여파 최소화"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 미국 언론은 27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71년만에 처음으로 원폭 피폭지 히로시마(廣島)를 방문한 '역사적 행보'를 주요 기사로 다뤘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원자폭탄 투하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으면서도 역사적인 피폭의 현장에서 핵무기 사용이 가져올 재앙적 위험을 경고함으로써 자신이 추구해온 '핵무기 없는 세상' 이니셔티브를 부각시키는데 나름대로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아울러 2차대전 당시 적대관계였던 미국과 일본이 가장 가까운 동맹으로 발전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행보라는데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했다.

美언론, 오바마 히로시마行에 "사과 안하며 核위험성 부각"(종합) - 2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머릿기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 첫 원자폭탄 사용의 희생자들을 추념하기 위한 엄숙한 히로시마 방문에서 핵무기의 종언을 촉구했다"며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히로시마 방문이 임기를 수개월 앞두고 군축과 비확산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해왔다"고 밝혔다.

WP는 "미국의 전임 대통령들은 히로시마행(行)이 핵폭탄 투하에 대한 사과로 비쳐질 수 있는 점을 경계해 방문을 꺼려해왔다"며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과 측근들은 이번 방문이 사과가 아니라 미·일 동맹 관계를 강조하고 현대 핵무기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차원에서 임기 마지막 해가 히로시마 방문의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WP는 특히 "사상 첫 현직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은 쓰라린 2차대전의 적국에서 가장 가까운 동맹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성이 스며들어 있다"고 평가했다.

WP는 그러면서 백악관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하와이 진주만 방문을 환영하고 있다는 입장을 소개했다. 한 고위당국자는 WP에 "아베 총리가 진주만에 오지 않으면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 대통령은 원폭투하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일본이 높은 문화 수준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쟁을 감행한데 대해 비난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가장 강도높은 원한조차도 극복해내는 인류의 능력을 보여주는 증거로 삼고자 한다"며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주변국의 심기가 다소 상하더라도 핵 공격과 핵사고가 가져올 재앙적 참화를 다시금 상기시키는 방문이 돼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NYT는 그러나 중국과 한국이 이번 방문을 우호적으로 보지 않고 있음을 전하면서 "일본이 원자폭탄 투하를 야기한 과거 자신들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중국인과 한국인, 그리고 일제의 통치하에서 고통받아온 다른 사람들을 오랫동안 괴롭혀왔다"며 "특히 아베 정권 하에서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NYT는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미·일 양국 사이에 교류를 증진하고 긴밀한 군사적 관계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하는 아베 총리를 보상하려는데 부분적인 목적이 담겨있다"고 평가했다.

일부 언론과 지일파 전문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인 희생자를 직접 언급한 것을 평가하면서 이번 방문이 가져올 부정적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온라인 뉴스매체인 '더 데일리 비스트'는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인을 언급한데 대해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가 끔찍한 것이지만 일본이 그것을 이유로 희생자인척 할 수 없음을 은밀하게 상기시킨다"며 "히로시마에서 숨진 한국인들은 관광객이 아니라 사실상 노예처럼 끌려갔거나 일제의 강압통치에 의해 징용됐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의 히로시마 행을 반대했던 제니퍼 린드 미국 다트머스대학 정치학부 교수는 미국 정치 정보지인 '넬슨 리포트'에서 "백악관은 역풍이 일어날 것을 우려해 처음부터 사과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이번 방문을 조심스럽게 다뤘다"고 평가했다.

린드 교수는 "한국인들과 일본의 '희생자' 행세에 대한 비판론을 의식해 오바마는 희생자의 개념을 넓혔다"며 "한국인들을 포함시킨 것은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린드 교수는 그러면서 "사실 오바마 대통령은 히로시마에 갈 필요가 없었고 일본도 압력을 넣지 않았으며 더욱이 대선의 해에는 정치적으로 위험한 것이었다"며 "나는 오바마 대통령의 대담한 행보와 정치적 통찰력에 감명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토머스 버거 보스턴대학의 국제관계학 교수는 "연설 첫 부분에서 원자폭탄 투하가 야기한 엄청난 파괴와 고통을 말하면서 일본인뿐만 아니라 당시 히로시마에 있던 수천 명의 한국인들, 그리고 미국 전쟁포로들을 언급했다"고 소개하며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이 훌륭했다"고 평가했다.

버거 교수는 그러면서 "한국이 절제된 반응을 보일 것"이라며 "일부는 한국인 희생자들을 언급한 것을 평가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일부는 과거 악행의 기록에 면죄부를 준 것을 비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거 교수는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방문을 정치적으로 잘 다룬 점은 A학점을 줄만하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굳이 히로시마에 갈 필요는 없었지만, 이번 방문으로 초래될 수 있는 부정적 여파를 피하거나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rhd@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