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집창촌 탈바꿈> ③ 오피스텔·자기집·민박농가…성매매, 마을로 주택가로

송고시간2016-06-05 08:00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전문가 "성매매 여성 자활대책 등 사후 관리 중요"

(전국종합=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그 많던 도심 집창촌 성매매 여성들은 어디로 갔을까.

성매매방지특별법 시행과 자치단체의 집창촌 재정비계획, 민간 부동산 재개발 등으로 전국 곳곳에 있던 성매매 집결지는 10여 년 새 절반 가까이 줄며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집창촌 탈바꿈> ③ 오피스텔·자기집·민박농가…성매매, 마을로 주택가로 - 2

2004년 성매매방지특별법 시행으로 대대적 단속의 철퇴를 맞은 집창촌은 그 수가 급감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업소 수가 줄었고, 단속으로 상권이 위축되면서 일부 집창촌은 자연스레 자취를 감췄다.

최근에는 자치단체의 도심 복원사업과 민간 부동산 재개발에 밀려나 규모가 줄거나 자연 소멸하기도 했다.

집창촌 수는 급격히 감소했지만, 성매매가 줄어들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풍선효과'로 성매매 업소가 주택가로 숨어들거나 신종 업소로 모습을 바꿔 성행하기 때문이다.

성매매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더욱 음지로 숨어들었다.

◇ 줄어드는 집창촌 늘어나는 신·변종 업소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전국 성매매 집결지(10개 업소 이상 밀집지역)는 44개소로 2002년(69개소)에 비해 25곳이 줄었다.

집결지 내 성매매 업소 수 역시 같은 기간 2천938개소에서 1천858개소로 37% 감소했고, 여성 종사자도 9천92명에서 5천103명으로 줄었다.

강원 지역의 경우, 2004년 성매매방지 특별법 시행 전 115곳에 달했던 성매매 업소 수가 이제는 3분의 1인 41곳만 남았다. 종사자 수도 291명에서 57명으로 급격히 줄었다.

<집창촌 탈바꿈> ③ 오피스텔·자기집·민박농가…성매매, 마을로 주택가로 - 3

집결지를 떠난 성매매 업소는 자연 소멸한 것이 아니라 주택가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파고들었다.

성매매방지 특별법 시행 후 집결지와 집결지 내 성매매 업소가 줄어드는 동안에 불법 안마시술소나 오피스텔과 원룸 등 주택가 성매매 업소, 성매매 연계 유흥주점 등 신·변종 업소 수는 늘었다.

여가부가 성 매수자 2천18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불법 안마시술소를 이용한 성 매수자가 574명(26.3%)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성매매 집결지 26.1%, 유흥주점 23.4% 등이 뒤를 이었다.

실제 2013년 전국 최초로 자진 폐쇄해 화제가 됐던 강원 춘천 성매매 집결지인 '난초촌'은 폐쇄 1년여 만에 업주 6명이 인근 농가에 '농촌민박' 간판을 내걸고 영업하다 적발됐다.

경기 수원에서도 2013년 10월부터 1년간 주택가 오피스텔 20여 곳을 임차한 뒤 성매매를 알선한 업주 2명이 검거됐다.

이들은 수원 권선구와 팔달구의 오피스텔 21곳을 빌려 성매매를 알선해 2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가정집에서도 성매매가 이뤄진다.

가정주부인 황모(69·여)씨는 성매매 여성 4명에게 자신의 집에 있는 방 1개씩을 세 내주고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기소됐다.

황씨는 2014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년 3개월간 성매매 여성들에게 월세와 소개비 등을 받았다.

신·변종 업소는 호객행위를 하는 예전 영업 방법 대신 인터넷 커뮤니티와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손님'을 끌어들인다.

이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활용해 회원제로 고객을 관리하고, 스마트폰 앱을 통해 조건 만남 등을 제시한다.

경찰 관계자는 "성매매 집결지가 사라지자 신·변종 성매매 업소가 새롭게 생겨났다"며 "이런 업소들은 집결된 형태가 아니라 주택가, 상업지구 등에 흩어져 음성적으로 영업하기 때문에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 '풍선효과' 막을 대책 없나

성매매 집결지가 감소해도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집결지 여성 종사자 대부분이 오랜 기간 성매매에 종사하면서 사회생활에 익숙지 않고, 업소를 나와도 거주지와 생계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집창촌 탈바꿈> ③ 오피스텔·자기집·민박농가…성매매, 마을로 주택가로 - 4

성매매 업소에서 일할때에 업주로부터 돈을 빌렸기 때문에 집결지가 폐쇄되더라도 업주의 협박에 못 이겨 다시 성매매에 뛰어드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풍선효과를 줄이려면 성매매 종사자들에 대한 정착지원금 지원과 성매매 단속 및 처벌 강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안한다.

변정희 부산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부소장은 "부산 서구 성매매 집결지인 '완월동'에 성매매 여성 지원활동을 나가보면 여전히 220∼250명의 여성이 종사하고 있는데, 실질적 단속이나 종사자 전직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종사자들이 성매매를 그만두려면 일시적인 생계비나 이전비, 정착 지원금이 지원돼야 하는데 정부나 지자체는 예산을 마련하려는 의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광주 서부경찰서 생활질서계 한 관계자는 "성매매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처벌이 약해 수요와 공급이 꾸준하기 때문"이라며 "성 매수자나 성매매 여성 처벌이 대부분 벌금형이나 기소유예 수준에 그치고 있다. 알선업자 역시 누적된 전과가 없거나 폭행, 감금 등 심각한 혐의가 없으면 이와 비슷한 수준의 처벌을 받기 때문에 수요자나 공급자 모두 성매매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집창촌 탈바꿈> ③ 오피스텔·자기집·민박농가…성매매, 마을로 주택가로 - 5

정착지원과 처벌 강화 외에도 성매매 행위에 대해 가볍게 여기는 사회인식의 개선과 여성 종사자의 성매매 업소 유입 주원인인 경제적 곤란 등에 대한 사회적 지원도 필요하다.

김혜경 전북대 여성연구소장은 "성매매방지 특별법이 시행된 뒤 성매매에 대한 의식이 많이 바뀌긴 했지만, 사회 고위층 성매매 스캔들을 매스컴을 통해 자주 접할 수 있을 정도 한국 사회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다"며 "법률적 측면에서 '성매매=불법'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유지하면서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사회 구성원들을 일깨우는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성매매 종사자는 가정내 학대, 학업중단, 가족해체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20∼30대 여성이 대부분"이라며 "한국 사회에는 아직도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급여를 받는 여성 근로자들이 많다. 여성 근로자의 임금을 올리고 성매매 외에도 경제적 보상이 충분한 일자리들을 만드는 등 사회적 지원을 늘리는 대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정훈 이재현 윤태현 김근주 김광호 김형우 정회성 노승혁 김진방 기자)

chinakim@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