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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구조조정 방향은> ②대우조선 문제가 관건

송고시간2016-06-01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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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정부가 16년 지원했는데 더 나빠져…이제 용단내려야"

"사석이 더 늘어나기 전에 대마를 과감히 포기할지 판단해야"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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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 "정부가 이미 16년간 지원했는데도 대우조선해양[042660]의 재무상황은 더 나빠졌습니다. STX조선해양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지금 용단을 내려야 합니다."

우리나라 조선업의 미래를 좌우할 정부의 구조조정 방향이 조만간 구체화될 예정인 가운데, 대우조선과 함께 '조선 빅3'로 불리는 현대중공업[009540]과 삼성중공업[010140]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주장이다.

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이들 조선 3사는 최근 KDB산업은행과 KEB하나은행 등 주채권은행들에 자구안을 각각 제출했다. 정부와 주채권은행은 자구안에 대한 검토 작업을 벌이면서 각사에 보완책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구조조정안 밑그림 완성을 앞두고 조선업계에서는 각사의 입장을 내세운 주장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먼저 입을 연 곳은 대우조선이었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이 각각 30% 설비를 줄여 공급과잉을 해소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대우조선은 수주잔량 기준 세계 최대 규모 조선사이고, LNG운반선 건조 등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대우조선을 없애면 대우조선이 보유한 경쟁력까지 사라지게 된다"면서 공동 설비감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우조선이 (협력사 직원 포함) 약 4만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이들이 한꺼번에 실직하면 어떻게 되겠느냐"는 주장도 폈다.

이에 대한 다른 두 회사의 반박은 거세다.

올해 1분기 기준 부채 비율이 6천638%인 대우조선과 200∼300%대의 현대·삼성중공업을 동일 선상에 올려놓고 똑같이 설비를 줄이자고 하는 주장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게 두 회사 측 반응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조선업 구조조정은 결국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대우조선을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라는 주장도 나온다.

출근하는 대우조선근로자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출근하는 대우조선근로자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우조선은 2000년 산업은행이 채권 1조1천700억원을 출자전환함에 따라 국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지난해 5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는 바람에 유동성 위기에 처하자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또다시 4조2천억원을 대우조선에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채권단이 2013년 자율협약 이후 4조원 이상을 쏟아부었으나 끝내 법정관리로 가게 된 STX조선과 여러모로 닮은꼴이라는 지적이다.

대우조선에 물린 자금이 아까워 '대마'를 키운다면 STX조선처럼 더 큰 손실을 볼 수 있어 지금이라도 대우조선으로부터의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남창우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앞으로 10년 동안은 과거 2006∼2008년에 있었던 조선업의 호황은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현재의 설비·인력 수준은 호황기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조선업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빅3'를 다 살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남 위원이 업체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빅3'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그 회사는 대우조선일 수밖에 없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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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채권은행들의 실사 결과가 나와봐야 정확히 알 수 있지만, 현재로써는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 모두 스스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삼성중공업은 단기차입금만 연장된다면 채권은행의 자금 지원이 없더라도 자력으로 위기를 넘어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그룹 측도 지금 삼성중공업에 대한 지원을 얘기하는 게 시기상조일뿐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지원이 쉽지 않다고 주장한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은 자구계획에 따라 회사를 정상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17%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라고 해서 삼성전자[005930]가 삼성중공업을 지원한다면 배임죄가 될 수 있다. 주주들도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현대차[005380] 지분(5천억원 상당) 매각 등을 통해 2조원대 실탄을 확보하면서 선제적 인력 구조조정을 벌여온 현대중공업은 조금 더 여유가 있어 보인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알짜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공개를 통해 자구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는 보도를 했고, 육상플랜트 사업에서도 철수할 것이라는 얘기 등도 돌았지만, 현대중공업은 모두 부인하는 공시를 냈다. 그만큼 급박하지 않다는 반증이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 혈세가 들어간 대우조선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조선업 구조조정의 핵심"이라며 "경쟁력 있는 사업분야만 살릴지, 아니면 사석이 더 늘어나기 전에 대마를 과감히 포기할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freem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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