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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5일 北억류' 케네스 배 "북한·세계 잇는 다리역할 할것"(종합)

송고시간2016-06-01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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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잊지 않았다' 출판 간담회…"광명성3호 발사날 잊을수 없어"

영상 기사 케네스 배 "NGO 설립해 북한 주민과 탈북민 지원"
케네스 배 "NGO 설립해 북한 주민과 탈북민 지원"

[앵커] 북한에 약 2년 간 억류됐다 재작년 풀려났던 한국계 미국인 선교사 케네스 배가 한국어판 비망록 발간을 기념해 방한했습니다. 북한에서 겪었던 일과 북한주민 지원사업에 대한 계획을 설명했습니다. 임은진 기자입니다. [기자] 반공화국 적대행위 혐의로 북한에 억류됐다 2014년 석방된 선교사 케네스 배. 735일 간의 기록을 담은 책 '잊지 않았다'의 국내 발간을 기념해 방한했습니다. 악몽은 18번째로 방북했던 2012년 11월, 지니고 있던 동영상 파일이 문제가 되면서부터 이듬해 15년 노동교화형을 받은 그는 매일 10시간씩 돌과 석탄을 날랐다고 말했습니다. 육체적 노동보다 더 견디기 힘들었던 건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는 북한 검사의 말. 특히 북한이 2012년 12월12일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 3호'를 쏘아올리면서 그는 영영 집에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절망감에 빠졌다고 전했습니다. <케네스 배 / '잊지 않았다' 저자> "'아무도 너를 기억하지 않고 미국 정부도 너를 더이상 구원하지 않을 것이다'는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마음이 많이 어려운 건 사실이었고요." 그 속에서 그를 지탱해준 건 바로 믿음이었습니다. <케네스 배 / '잊지 않았다' 저자> "하나님께서 '내가 너와 함께 하고 이것을 통해서 하실 일이 있다'는 말씀을 주심으로 통해서 가장 어려운 날이 또한 가장 가까운 날, 앞으로 소망을 갖게 되는 날이 된 것입니다." 그는 북한이 외부로부터 철저하게 단절돼 오히려 사상과 체제가 공고하다는 점을 느꼈지만, 북한 내 취약 계층을 위한 관심과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케네스 배 / '잊지 않았다' 저자> "북한 동포들을 위한 NGO를 설립하여 우리가 북한에 있는 취약 계층과 또 밖에 있는 우리 탈북민들을 섬기는 일들을 앞으로 계획 중에 있습니다." 연합뉴스TV 임은진입니다. 연합뉴스TV : 02-398-4409(제보) 4441(기사문의), 카톡/라인 jebo23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많은 날이 기억나지만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 2012년 12월 12일로 기억됩니다. 북한이 광명성 3호 위성을 발사한 날이에요."

북한에서 약 2년간 억류됐다가 2014년 석방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씨는 1일 서울 용산구 서빙고 온누리교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735일의 억류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어 배 씨는 "당시만 해도 곧 돌아갈 거란 전제하에 평양으로 이송됐고 북한이 원하는 대로 협조한다면 집에 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미사일 발사로 기대가 깨지고 말았다"며 "그들이 미사일 발사를 경축하고 흥분하는 모습을 보며 집에 가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실망 속에 있었는데 그때 하나님이 '너와 함께 하고 너와 함께 할 일이 있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며 "가장 어려웠던 날이 소망을 갖게 된 날이었던 것 같다"고 기억했다.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나 1985년 미국에 이민한 배 씨는 신학을 전공하고 목사 안수를 받은 목회자다.

이번 기자간담회는 배 씨가 735일의 북한에서의 수감 생활을 기록한 비망록 '잊지 않았다'(두란노) 출간 기념으로 마련됐다.

2012년 11월 북한에 들어갔다가 억류된 배 씨는 2013년 4월 '반공화국 적대범죄행위' 혐의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북미 협상을 통해 2014년 11월 8일 석방돼 미국으로 돌아갔다.

북한의 외국인 교화소에 수감된 그는 하루 10시간씩 주6일 고된 노동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처음에는 주로 농사 관련한 일을 했고 나중에는 도랑을 판다든지 석탄을 퍼서 나르는 일을 했다"고 회고했다.

또 "제가 석탄을 캤다는 보도도 봤는데 광산이나 갱도 같은 데서 석탄을 캔 것은 아니고 석탄 창고에서 석탄을 옮기는 일을 했다"고 바로잡기도 했다.

그는 교화소에서 중노동을 하며 한때 체중이 27㎏이나 빠져 평양의 외국인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배 씨는 교화소 생활을 통해 비로소 북한의 실상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억류 전에 17번 북한을 왕래하면서 어느 정도 북한에 대해 안다고 생각했지만, 2년 동안 억류되면서 그들이 어떤 사상을 갖고 살고 있는지 절실히 느꼈다"면서 "그들의 사상과 체제가 공고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은 주체사상과 김일성주의 두 개의 이념으로 나라를 지탱하고 있다"며 "그곳에 가서 보니 아주 어릴 때부터 굳어진 그들의 생각이 정의관(正義觀)이 됐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북한의 고립된 현실에 대한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어느 날 유엔 사무총장이 남한 사람인 반기문이라고 했더니 그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더군요. '미국의 식민지에 불과한 남조선 사람이 어떻게 그 자리에 설 수 있느냐'고 반문하더라고요".

하지만 배 씨는 북한에 대한 희망을 저버릴 수 없다고 했다. "2년 동안 배운 게 있다면 그들도 똑같은 사람이고 똑같은 어려움을 갖고 사는 사람들"이라며 "북한 주민들과 북한 정부를 별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곳에 있으면서 많은 분의 격려와 사랑을 받았다. (나를) '잊지 않았다', '기도하고 있다'는 것이 하루하루를 이겨내는 원동력이 됐다"며 "이제 많은 분이 그들(북한 주민)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선다면 마음의 장벽이 무너져 내려서 하느님께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 씨는 "북한과 세계를 잇는 다리 역할을 앞으로 감당했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북한 동포를 위한 NGO(비정부기구)를 건립해서 북한 취약계층과 탈북민을 섬기는 일을 계획 중에 있다"고 밝혔다.

또 "상황이 달라지면 (북한으로) 돌아가 일하기를 원한다고 생각했지만, 현재 정세로서는 불가능할 것 같다"며 "취약계층인 탈북민들이 남한에 정착해 적응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일도 할 마음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북한에 억류된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의 조속한 석방을 호소했다.

'735일 北억류' 케네스 배 "북한·세계 잇는 다리역할 할것"(종합) - 2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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